칼럼

iOS 7의 변신, 팀 쿡의 스티브 잡스 지우기

발행일시 : 2013-06-17 10:00
iOS 7의 변신, 팀 쿡의 스티브 잡스 지우기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나면서 애플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게 된 지 벌써 1년 8개월이 지났다.

팀 쿡에겐 변화가 필요했고, 더이상 스티븐 잡스의 애플로 남게 하고 싶지 않았다. 미국 현2지 시각 2013년 6월 10일 애플의 WWDC 2013에서 그런 팀 쿡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iOS 7의 변신, 팀 쿡의 스티브 잡스 지우기

24번째 WWDC는 팀 쿡에겐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 행사다. 이번에도 그의 발언에선 `퍼나미널(놀랄만한)`과 `인크레더블(믿을 수 없는)`이라는 단어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이번 WWDC의 빅이슈는 역시 iOS7이었다. 예상된 대로 새로운 모바일 기기 발표는 없었다.

쿡은 WWDC의 공식처럼 굳은, 지난 1년간 애플의 실적을 발표한 뒤, 제일 먼저 OS X의 소개를 위해 맥 OS X를 책임지고 있는 크레이그 페더리히 부사장을 불러 맥 OS X 10.9 소개시간으로 연결했다. 페더리히는 OS X뿐만 아니라 나중에 iOS7을 소개하는 역할도 함께 맡았다.

iOS 7의 변신, 팀 쿡의 스티브 잡스 지우기

iOS 7은 아이콘에서 드러나듯 이전 버전인 iOS 6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예상할 수 있었다. 아이콘의 대표 부호인 `7`에서 느껴지는 트렌드는 `얇음(flat)`이다. 얇음의 다른 뜻으로 `간결(simplicity)`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다. iOS 7의 키워드는 바로 플랫과 심플리시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iOS 첫 버전부터 iOS 6까지 이어졌던 소위 스큐어모피즘(Skeuomorphism) 디자인은 iOS 7의 등장으로 깨졌다. iOS의 탄생은 Steve Jobs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으며, 스큐어모피즘은 이제까지 iPhone과 함께 한 디자인 철학이었다.

스큐어모피즘은 `실제 모습을 따라한다`는 뜻이다. 전화를 뜻하는 아이콘은 실제 전화기에 가까운 현실적인 모습으로 아이콘으로 만들거나, 카메라를 뜻한다면 렌즈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바로 스큐어모피즘이라 할 수 있다. 그런 iOS 나름의 디자인 철학을 iOS 7에서는 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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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 6와 iOS 7은 위 그림처럼 뭔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보는 이에 따라서 큰 차이로 느낄 수도 있을 정도다. 새로 바뀐 iOS 7의 아이콘을 보면 이전 아이콘 UI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선은 더 얇아졌고(flat), 복잡한 이미지는 더욱 간결(simplicity)해졌다. 당장 지도 아이콘만 봐도 알 수 있다. 원은 더 커졌고 느낌은 더욱 부드럽고 따뜻해졌다. 마치 스티브 잡스의 까칠함이 팀 쿡의 온화한 표정처럼 바뀐듯한 모습이다.

이제까지 맥 OS X와 iOS는 멀어져 있다가 계속해서 가까워졌다. 소위 플랫폼을 사용하는 UX를 비슷하게 가져가려는 정책을 취했었다. PC용 운영체제와 모바일 기기용 운영체제는 다르게 시작했지만, 같은 아이콘으로 묶어서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용자의 느낌을 통일시키려는 인상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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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WWDC의 발표를 살펴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다. 팀 쿡의 소개에 이은 Mac OS X 10.9 매버릭스 소개를 보면 스큐어모피즘 디자인 철학을 버리지 않았다. 적어도 아이콘은 iOS 6에서 사용하던 상당수를 그대로 살렸다. 사파리, 캘린더, 음악, 스토어, 설정 아이콘을 보면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나중에 소개한 iOS 7을 보면 아이콘들은 달라졌다. OS X 10.9에서 일부 UI를 iOS 7과 통합시켰으나 아이콘까지 완전히 바꾸지는 않았다. 과연 이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OS X 10.9의 아이콘 및 UI가 아직 바뀌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iOS 7가 모험적으로 UI를 바꾸어 본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매버릭스는 스티브 잡스의 자취를 남기고, iOS 7은 팀 쿡 스타일로 바꾼 것은 아닐까?

iOS 7의 아이콘과 디자인 외에도 스티브 잡스의 고집과 철학은 일부 지워진 듯한 모습이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컨트롤 센터는 안드로이드의 그것을 너무 많이 닮았다는 평가다. 이 기능은 스티브 잡스가 살아 있었더라면 아마도 iOS 7에는 구현되지 않았을 것이다.

iOS 7의 변신, 팀 쿡의 스티브 잡스 지우기

컨트롤 센터는 안드로이드 OS에서 iOS에 비해 사용자의 호응을 얻었던 UI였다. 한번의 드래그를 통해 Wi-Fi, 블루투스, 화면 잠금, 비행 모드 등의 기능을 바로 동작시키거나 중지시킬 수 있으며, 화면 밝기 조정, 뮤직 플레이어 컨트롤, 음량 컨트롤 등의 기능은 안드로이드 에서 먼저 구현되었던 기능이며, 애플이 제공하지 않았던 사용자 경험(UX)였다.

애플은 여기에 에어드롭과 에어플레이 그리고 플래시 라이트 켜기와 바로 가기 실행 아이콘을 더했다. 애플식 컨트롤 센터를 완성한 것인데, 그래도 안드로이드 유저들에게는 친숙한 환경이다.

스티브 잡스였다면 어땠을까? 저러한 (마치 안드로이드를 연상케 하는) 기능을 구현했을 때 `좋아, 훌륭해!`라고 iOS 개발팀을 격려 했을까? 아마도 우리가 상상하듯 그 반대의 반응이 나왔을 것이라는 것쯤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를 이해하는 팀이었다면 저러한 시도도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팀 쿡은 이를 받아들였다. 왜일까?

iOS 7의 변신, 팀 쿡의 스티브 잡스 지우기

팀 쿡은 스티브 잡스와 달리 현실주의자이며, 숫자를 중요하게 여기며 회사의 성장과 실적을 자존심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경쟁 플랫폼이지만 소비자가 더 원하는 기능은 iOS에 담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스티브 잡스는 그렇지 않다. 그의 철학은 곧 애플 제품으로 표현되기에 이같은 변화를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다.

OS의 새로운 기능이 소개되었을 때, 많은 미디어들이 안드로이드와 시디아의 앱들과 비교했다. 경쟁 플랫폼인 안드로이드와 비교하여 iOS가 상대적으로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부분과 사용자들이 원해서 애플의 철학에 반해 만든 해적앱(애플의 앱 개발 가이드를 따르지 않은 앱)들의 기능을 iOS에 녹여넣었다는 점을 들어, iOS가 경쟁사의 스타일을 베꼈다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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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들어, 새롭게 디자인된 날씨앱은 마치 얼마전 리뉴얼한 야후! 웨더앱을 베낀 듯하며, 메일 앱 역시 메일박스와 썬라이즈 이메일앱의 장점을 그대로 반영하여 만들었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아이클라우드 키체인은 1패스워드를,아이튠즈 라디오는 판도라, 스포티피를, 에어드롭은 인스타쉐어, 범프를 대신할 수 있게 되었다.

만일 스티브 잡스가 살아 있었더라면 경쟁사 제품과 닮았다거나 써드파티 앱들의 아이디어를 뺏았다는 비난을 받을 기능을 구현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그런 인물이다. 그러나 팀 쿡은 그와 다르다. 팀 쿡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자존심보다는 애플이 더 성장하거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이라면 자존심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팀 쿡은 주도면밀한 CEO다. 갑작스런 변화로 고객을 어리둥절하게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자신만의 고집을 고객에게 강요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아주 조심스러우며, 계산적인 성격이다. 어쩌면 상당히 여성스러운 스타일로 애플을 이끄는 것 같다. 섬세함이 느껴지는 리더스타일이다.

iOS 7의 변신, 팀 쿡의 스티브 잡스 지우기

작년 iOS 6 발표와 애플 맵 사태 이후 미니 스티브 잡스이며, 강력한 카리스마와 괴팍함, 특유의 고집을 가진 인물이라고 평가를 받은 스캇 포스탈 부사장의 경질은 팀 쿡에게 경쟁자의 제거라는 의미도 있었겠지만, CEO로서 스티브 잡스 지우기라는 의미가 더 강했다. 그는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 CEO의 강력한 후보이기도 했다.

스캇 포스탈이 관리하며 추구한 스큐어모피즘은 팀 쿡이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의 직계 후계자라는 인정을 받은 그를 그대로 두고 애플을 이끌기에는 문제가 많았다. 팀 쿡은 포스탈 퇴출 후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와 함께 스캇 포스탈 지우기는 필수적인 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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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이 선택한 것은 바로 조나단 아이브였다. 주로 애플 제품 하드웨어 디자인에만 신경을 쏟던 그에게 iOS UI를 맡겼다. 하지만 아이브에게 플랫폼 UI는 그리 친숙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iOS의 UI를 맡겼다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이라 할 수 있다. 포스탈은 버릴 수 있지만 아이브는 버릴 수 없는 중요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iOS 7은 조니 아이브가 맡는다는 것은 이미 언론을 통해 퍼진 이야기들이다. 기대와 우려 중에서 기대가 더 높았던 것은 아이브에 대한 이미지 때문이었다. 애플의 디자인은 조니 아이브로부터 나온다는 공식을 시장에서 한번 더 확인하는 것이 팀 쿡에게는 더 안정적이며, 만일 잘못되더라도 비난은 팀 쿡이 아니라 아이브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OS X 를 지휘하고 있는 크레이그 페더리히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언론을 통해 이번 WWDC 2013 최대의 스타로 등극했다. 특유의 재치와 함께 그가 진행한 Mac OS X 10.9 메버릭스와 iOS7에서 보여준 연예인 기질은 스티브 잡스의 재능을 넘어선 것이었다. 앞으로 Mac OS X와 iOS는 분명 같은 지향점을 향해 통합될 것이다. 그러한 중대한 변화를 지휘할 인물로 리히는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iOS7의 주요 UI 디자인을 맡은 조니 아이브는 El Gore 전 미국 부통령과 함께 앞 줄에 앉아 행사를 지켜보기만 했다. 그가 한 역할은 새로운 제품이 발표될 때마다 박수를 치고 환호하며, iOS와 디자인 소개를 위한 비디오 출연이 전부였다.

iOS 7은 가을에 공개될 예정이며, 이때는 차세대 아이폰이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이미 성급한 언론들은 다양한 사이즈의 새로운 아이폰 모델들이 선보일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단일 모델이 아닌 저가형 모델이 포함될 것이라는 소식인데, 스티브 잡스가 아닌 팀 쿡이기에 상상할 수 있는 일들이다.

애플이 강조한 `Designed by 애플 in California`도 중요한 메타포다. 스티브 잡스식이 아니라 팀 쿡식이다. 세금문제로 미국정부와 트러블이 생기면서 팀 쿡이 선택한 것은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 기업 애플`이다. 팀 쿡은 고집과 독선보다는 타협과 협상을 더 중요시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번 WWDC는 애플 CEO 팀 쿡이 스티브 잡스 사후 처음으로 자신만의 애플 스타일을 선언한 행사로 볼 수 있다. iOS 7은 팀 쿡 체제 변화의 가장 상징적인 의미이며 아이콘이다. 비록 조니 아이브를 내세웠지만 분명한 것은 아이브보다는 팀 쿡이 주도한 것이며, 핵심은 스티브 잡스 지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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