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가 새로운 모바일 메신저를 내놨다. ’쨉(Zap)’이라고 이름 붙인 이번 메신저는 사진에 기반을 둔 휘발성 메시징이 특징이다. 친구와 나눈 사진이나 동영상 등 모든 콘텐츠가 24시간 뒤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 말 그대로 권투의 쨉처럼 치고 빠지는 메신저인 셈이다.

쨉을 실행하면 타일 형식으로 구성된 알록달록한 화면이 반긴다. 사진 기반 커뮤니케이션에 최적화한 이용자 인터페이스(UI)라는 것이 다음카카오의 설명이다.

처음 실행하면 기본적으로 추가되는 친구인 재피(Zappy)와 시험 삼아 대화를 나눠봤다. 다음카카오가 운영하는 대화 봇(Bot) 같은 존재다. 이용법은 간단하다. 오른쪽 위 자동으로 실행된 카메라를 눌러 원하는 사진을 찍어 보내면 된다. 촬영 버튼을 길게 누르면 5초 분량의 짧은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빛의 감도를 조절하는 3단계 효과 조절과 플래시 켜고 끄기 기능도 있다.

사진을 찍어 보내니 재피로부터 답장이 옴과 동시에 시간 순서대로 초기화면 타일이 사진으로 바뀌었다. 6개 타일로 구성된 한 화면 페이지 전체가 ‘대화방’인 개념이다. 이 대화방에는 다른 친구를 초대할 수도, 방을 나가 대화를 없앨 수도 있다. 만약 다른 대화방이 있다면 화면을 아래로 내리면 된다. 대화방은 생성 순서대로 정렬된다.

주고받은 사진에는 댓글을 달거나 페이스북처럼 ‘좋아요’ 버튼을 눌러 호감을 표시할 수 있다. 다음카카오가 “SNS적 재미요소도 갖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물론 ‘사진 메신저’답게 텍스트만 메시지로 보낼 수는 없고 사진이 꼭 기반이 되어야 하지만 말이다.

테마방도 눈에 띈다. 설정에서 친구요청을 보면 ‘맛집탐방 생생먹방’과 ‘겨울 풍경’이라는 단체방이 존재한다. 다음카카오는 이를 ‘테마방’이라고 부르는데, 모든 쨉 이용자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되며 일반 대화방과 똑같이 올린 콘텐츠는 24시간 뒤 삭제된다. 다음카카오는 앞으로도 현재 유행이나 관심사 등에 따라 다양한 테마방을 꾸릴 계획이다. 이용자가 직접 테마방을 개설할 수는 없다.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톡을 두고 또 메신저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카카오측은 쨉이 “10대, 20대의 커뮤니케이션 트렌드를 반영한 서비스”라고 말한다. 카메라를 100% 활용할 수 있고 메시지는 삭제되기에 부담 없이 대화하는 그런 서비스 말이다. “기록을 남기기보다 현재의 이슈를 나누는 데 중점을 둔다”는 표어를 내걸었다.

실제로 쨉의 시스템을 보면 사진과 동영상은 24시간이 지난 뒤 자동으로 사라지며 48시간 동안 활동이 없으면 대화방도 자동 삭제된다. 다음카카오 측에 물어보니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 역시 메시지가 삭제됨과 동시에 사라진단다. 고객 서비스 대응을 이유로 최소 저장 기간을 두는 카카오톡과 태생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신 쨉 메신저의 데이터를 이용해야 하는 일도 시간제한이 걸린다는 점을 참고해야겠다. 예컨대 신고 기능이 그렇다. 불법 선전물, 음란물 등의 특정 콘텐츠의 신고 또한 메시지가 삭제되기 전에 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둘러본 쨉은 인스타그램이나 텀블러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스냅챗과도 꼭닮았다. 최근 유행한다는 멀티미디어 콘텐츠 기반 SNS의 장점을 잘 버무려 자신의 색깔을 입힌 것이 쨉이라고 표현하면 적당해 보인다.

하지만 당장 흥행세를 점칠 수는 없을 것 같다. 카카오톡 계정을 쓰고 해당 친구 목록을 이용하는 등 카카오톡의 후광을 업었다지만, 스냅챗과 비슷한 시스템으로 국내에 등장한 메신저 중 크게 성공한 앱은 딱히 떠올려지지 않으니까 말이다. 대신 사진에 기반을 둔 방식이 얼마나 이용자의 눈길을 끌지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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