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데일리 안은혜기자] ‘아시안 뷰티’를 추구하는 아모레퍼시픽 직원이 만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미 동영상이 공개되며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던 홍대입구역 택시기사 폭행 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지난 6일 새벽 홍대입구역에서 만취한 커플이 예약 승객을 기다리던 콜택시에 탑승했다 하차를 요구하는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고 흔들고, 심지어 ‘승차 거부’로 112에 신고하기도 했다.

택시기사는 빈차로 착각한 커플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예약 승객이 택시에 타려했지만 요지부동으로 하차를 거부하던 남자는 여자친구의 만류로 겨우 택시에서 내리는 듯 했다.

그러나 남자는 운전석 문을 열고 다짜고짜 택시기사에게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폭행에 당황한 택시기사가 남자의 발을 잡으며 방어하자 말리던 여자친구도 폭행에 동참했다.

얼굴과 손목 등을 다쳐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은 택시기사는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나와야 되는 상황이 안타깝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경찰에 접수돼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폭행 커플의 신상이 공개됐는데, 두 사람 모두 아모레퍼시픽의 직원들이었던 것. 사실 여부를 아모레퍼시픽 측에 확인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두 사람 모두 우리 직원이 맞다”며 “내부 논의를 거쳐 어떤 조치를 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다른 사건으로도 구설에 올라있다. 실적이 부진한 방문판매 직원 3600여명을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다른 특약점으로 재배치 해 ‘갑질’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점주들의 동의 없이 특약점 소속 방문판매원 3600여명을 일방적으로 다른 특약점으로 배치하는 등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혐의로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당했다.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한동훈)는 이같은 불공정 행위에 관여한 혐의로 아모레퍼시픽 전 상무 A씨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아모레퍼시픽 방판사업부장으로 있던 지난 2013년 1월 소속 팀장들에게 실적이 부진한 방문판매 특약점 판매원을 다른 점포로 재배치하거나 점주를 교체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약점은 ‘설화수’와 ‘헤라’ 등 아모레퍼시픽의 고가 브랜드 화장품만 판매한다. 숙련된 방문판매원이 많을수록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다. 실제로 이들 브랜드 화장품은 주로 특약점에서 가장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숙련 방문판매원을 많이 육성할수록 이들의 왕성한 영업활동으로 이익을 늘려갈 수 있지만, 떠나버리면 매출이 급격히 준다. 이런 점 때문에 특약점은 직영점과 달리 대부분 자력으로 판매원 모집과 인력 관리에 힘쓴다. 공들여 육성한 방문판매원을 동의도 없이 본사에서 전출시키면 그만큼 특약점은 피해를 본다는 게 점주들의 전언이다.

그런데도 아모레퍼시픽은 본사의 지위를 남용해 이른바 ‘갑질’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만약 특약점주가 본사의 방침에 불응하면 계약을 갱신할 때 거절당할 수 있는 부담 등 여러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생긴다. 이 때문에 본사가 특약점의 의사에 반하는 곳에 방문판매원을 보내도 특약점주가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검찰은 이같은 아모레퍼시픽의 행위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 제23조는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2회 이상 방문판매원을 뺏긴 특약점은 70개에 달했고, 5회에 걸쳐 방문판매원을 뺏긴 곳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본사의 불이익이 두려워 별다른 반발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이 사건은 공정위의 과징금 5억원으로 마무리되는 듯 보였지만 중소기업청의 고발 요청으로 다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최근 경제 매거진 포브스 아시아(Forbes Asia)에서 선정한 ‘2015 올해의 기업인’에 뽑혔다. 최근 받은 상만 4개다. 서경배 회장은 “아모레퍼시픽은 언제나 아시아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현대적 가치를 반영한 아시안 뷰티를 추구해나갈 것”이라고 부르짖고 있다.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의 목표가 ‘갑질 논란’과 ‘직원 폭행 사건’으로 아름답지 못하게 얼룩지고 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은 해당 사건의 보도가 일파만파 커지자 21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당사 직원들의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인해 많은 분께 실망감을 드린 점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개인의 잘못이기는 하나, 당사에 소속된 직원들의 잘못인 까닭에 회사의 책임 또한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사는 관련 사실을 파악한 후 회사의 규정에 따라 인사위원회의 절차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에 따라서 상응하는 징계 조치를 취했다”고 덧붙였다. 안은혜 기자 (grac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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