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출입은행, 1조원 출자 받은 뒤 경영쇄신안 ‘눈총’ 받는 이유는?

발행일시 : 2016-01-11 10:25
수출입은행, 1조원 출자 받은 뒤 경영쇄신안 ‘눈총’ 받는 이유는?

[넥스트데일리 안은혜 기자] 최근 저성장·저금리로 국내 은행업계가 위기상황에 놓였다. 수출입은행, KEB하나은행, KDB산업은행 등은 자구책의 일환으로 임금반납 결단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건전성 위기에 빠져 정부로부터 강한 쇄신안 요구를 받은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부랴부랴 노사 합동으로 경영진 임금 5% 삭감과 전직원 임금인상분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수출입은행의 결정이 정부의 1조원 현물 출자를 받기 위한 면피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조선·해운업 위기와 더불어 자산건전성이 악화되어 기획재정부로부터 강력한 건전성 강화 자구책을 내놓지 않으면 추가 출자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하며 내부쇄신을 요구해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수출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은 9.44%까지 하락했다. 2014년 말 10.50%보다 1%포인트 이상 하락해 국내 18개 은행 중 유일하게 한 자릿수로 내려간 것. BIS비율이 8%까지 내려갈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정해져 시정조치가 내려지게 된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은행 퇴출 기준선이기도 하다. 국책은행에 내려지는 적기시정조치는 국가신용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다.

BIS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회수하지 못할 것 같은 대출을 줄이면 되지만,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자금이 필요한 수출기업을 돕는 역할이기에 BIS비율 높이기가 어려운 구조다. 때문에 자본금을 높여 BIS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수출입은행은 정부로부터의 출자가 필요하다.

이에 수출입은행 노사는 기획재정부의 요구에 따라 임직원 임금 삭감 등 내부쇄신안을 담고 있는 ‘노사공동선언문’을 채택,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본점 대강당에서 ‘경영쇄신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수출입은행 노사는 내부 쇄신안으로 경영진의 올해 연봉 5% 삭감과 전 직원의 임금인상분을 반납하기로 했다. 성과주의 임금체계 역시 공정한 평가체계 구축을 통해 차츰 도입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는 것.

수출입은행은 또 리스크관리와 자체 수익확충 등 내부역량 강화로 자립경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노사 합동으로 ‘경영혁신 대책 상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또 건설·플랜트 및 조선업 등 위기를 맞은 수출주력산업의 금융지원보다 산업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역할을 전환하겠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앞서 수출입은행은 노사 구두합의에 따라 지난해 11~12월 시간외수당과 2일분의 연차수당을 안 받기로 결정했다.  

수출입은행은 가까스로 ‘노사공동합동안’을 도출한 결과 지난달 31일 기획재정부로부터 1조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받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의 BIS비율 유지와 대규모 해외프로젝트 수주, 중소·중견 기업의 수출입 및 해외진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현물출자가 이뤄졌다”며 “수출입은행은 자산의 86%가 외화로 구성돼 환율 변동에 따라 변동 가능성은 있지만 이번 출자로 BIS비율이 10% 안팎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정부로부터 1조원 출자를 받은 이후 수출입은행의 쇄신안은 1조원 출자를 받기 위해 면피용으로 내놓은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로 수출입은행 내부에서도 “이번 쇄신안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대응책이 없다”며 “지원 심사와 관련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덕훈 수출입은행 행장 <이덕훈 수출입은행 행장>

이와 관련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BIS비율이 낮아진 것은 실질적으로 건전성이 악화돼 낮아졌다기보다 여신 잔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여신 잔액이 늘어나면 BIS비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에만 여신 잔액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자사는 BIS비율 유지를 위해 매년 출자를 받아왔다. 금번 ‘노사공동선언’을 통한 합의는 자사가 지원하는 산업들의 어려움으로 인해 함께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었다”며 “따라서 분쟁 등의 요소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국책은행으로서 지원업종 부실에 따른 자산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하겠지만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철저한 운영과 심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번 쇄신안이 과연 고통을 나누기 위한 뼈를 깎는 쇄신안인지 의문이 남는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달 경영쇄신 결의대회에 참석한 이덕훈 행장은 “뼈를 깎는 성찰과 내부혁신을 통해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해야만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고, 재도약을 기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벼랑 끝에 몰린 수출입은행이 연내 출자를 놓고 내놓은 경영쇄신안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은혜 기자 (grac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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