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데일리 안은혜 기자] 종합식품기업 아워홈 구자학 회장이 막내딸인 구지은 부사장을 보직 해임한 지 6개월 만에 구매식재사업본부장으로 발령했다. 지난해 아워홈은 잦은 대표이사직 물갈이와 경영진 불화로 인해 허술한 인사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8일 구매식재사업본부장으로 발령받은 구지은 아워홈 부사장은 지난해 7월 일부 경영진과의 갈등을 빚어 보직 해임된 지 반 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아워홈 주력 사업에서의 구 부사장 역할이 컸기에 업계에서는 외식사업 부문이 탄력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임기를 1년 가량 앞두고 갑작스럽게 물러났다가 6개월 만에 복귀한 이승우 대표와의 불협화음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승우 대표는 LG화학 기능재 사업부장과 하우징 솔루션 사업부장, LG하우시스 장식재사업부장을 거쳐 2010년 8월 아워홈 기획실 상무직에서 승진 한 뒤 5년 간 아워홈 대표를 맡았다.

지난해 1월 이승우 대표가 물러나면서 업계는 구지은 부사장과 내부 경영진 간 갈등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구 부사장은 이 대표 후임으로 급식사업 이외에 외식과 간편가정식 시장에서 전문가인 김태준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영입했으나 김 전 대표 역시 4개월 만에 경질되면서 내부 갈등설이 고조됐다.

구자학 회장은 잇따른 임원진 교체로 어수선해진 사내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구지은 부사장을 보직해임하고, 지난해 7월 20일자로 이승우 대표를 복직시켰다. 업계에서는 구 부사장의 보직해임과 관련해 외부 영입 인력을 중심으로 사업구조 개편, 인사 혁신 등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내부와의 갈등이 생기자 구 회장이 직접 해임을 단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아워홈 측은 구 부사장과 경영진 간 불화설에 대해 부인했다.

지난 18일 경영에 복귀한 구지은 아워홈 부사장
지난 18일 경영에 복귀한 구지은 아워홈 부사장

아버지인 구 회장이 직접 구 부사장을 보직해임 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후계 구도에 영향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으나, 6개월 만에 다시 불러들인 것을 보면 단순 문책성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사실 보직해임 뒤에도 구 부사장은 회장실에서 근무를 해왔고, 지난해 8월에는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 아버지와 함께 조문을 갔다.

이번 경영 복귀는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구 부사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인력개발원과 왓슨 와야트 코리아(Watson Wyatt Korea) 수석컨설턴트를 거쳐 지난 2004년 아워홈 구매물류사업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2007년 외식사업부장, 20011년 글로벌유통사업부장을 역임한 뒤 2012년 회사 핵심 사업부서인 구매식자재사업본부 책임자가 됐다.

구 부사장은 구자학 회장의 4남매 가운데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2009년에는 아워홈이 외식사업 ‘사보텐’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자회사 캘리스코의 대표직을 맡으면서 경영스킬을 쌓았다. 구 부사장은 아워홈을 진두지휘 하면서 10년 만에 연 매출 5000억원에서 1조 2000억원대로 키웠으며,2015년 2월 임원 정기인사를 통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승우 아워홈 대표
이승우 아워홈 대표

아워홈은 국내 급식업계 빅3 중 하나이다. 1984년 LG유통 급식사업부로 출발해 2000년 LG에서 계열 분리,식품사업과 푸드서비스사업(급식), 각종 외식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아워홈의 최대주주는 구자학 회장의 장남인 구본성 씨로 약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막내인 구지은 부사장이 20.67%, 장녀 구미현 씨가 19.28%, 차녀 구명진 씨가 19.6%씩 보유하고 있다.

막내인 구 부사장이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구 부사장의 보직해임 뒤 후계 구도가 최대주주이자 장남인 구본성 씨에게 기우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지만, 이번 구 부사장의 복귀로 경영권 승계에 대한 뒷말은 사그러든 상태다. 다만 아워홈 내부적으로는 갑작스럽게 사임했다 복귀한 이승우 대표와 구지은 부사장이 1년 만에 호흡을 맞춰야 하니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지난해 아워홈 인사를 두고 ‘내부 갈등설’이 제기된 바 있고, 구 부사장은 보직해임을 통보받은 뒤 자신의 SNS에 “그들의 승리~평소에 일을 모략질 만큼 열심히 했다면 아워홈이 7년은 앞서 있었을 것”이라며 불편한 심경을 표출해 의혹이 증폭되기도 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존의 경영진이 아직까지 내부에 남아있는 만큼 보복 인사 등으로 아워홈이 또 다시 내홍을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1년 사이에 두 명의 대표이사를 갈아치우고, 물러났던 대표와 주력 사업 부문의 책임자가 각각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아워홈의 ‘이랬다 저랬다’ 인사 시스템에 대한 논란은 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전망이다. 아울러 최근 실적마저 신통치 못한 아워홈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지 식품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안은혜 기자 (grac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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