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정은 회장의 ‘골칫덩이’ 현대상선의 앞날은?

발행일시 : 2016-02-04 09:00
현정은 회장의 ‘골칫덩이’ 현대상선의 앞날은?

[넥스트데일리 안은혜 기자]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계열사 현대상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대증권 공개 매각과 대주주인 현 회장의 수백억원 사재 출연 등 고강도의 자구안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을 전망이다.

현대상선은 장기적인 주식시황 침체와 유동성 문제로 인해 국내 해운업계가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저유가를 동반한 운임하락 등으로 경영난을 겪어 왔다. 이에 현대그룹 측은 “2013년 12월에 마련한 3조 3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 자구안을 발표한 뒤 2년 간 목표치 대부분을 이행했다. 그러나 해운업황이 살아나지 않고 있어 기존 자구안으로는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 없다고 판단, 추가 자구안을 마련했다”며 “추가 자구안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협의를 거쳐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지난해 매각이 무산된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3사에 대한 공개매각에 나섰다. 현대상선은 한영언스트앤영을 금융3사의 매각 자문사로 선정, 오는 29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받는다.

또 현대상선은 벌크전용선(12척) 사업부를 벌크선 전문 선사인 에이치라인해운에 매각해 1000억원의 현금 확보를 추진 중이다. 에이치라인해운은 국내 사모투자펀드(PEF)인 한앤컴퍼니가 한진해운의 벌크전용선 사업을 인수해 세운 회사다. 한진해운은 에이치라인해운의 지분 5%를 갖고 있다.

매각은 에이치라인해운이 인수대금 약 1000억원을 현대상선에 현금 지급하고, 부채 5000억원을 떠안는 방식이다. 에이치라인해운은 최근 현대상선의 벌크선전용사업부 인수를 위해 실사를 진행했다. 현대상선 벌크선사업부는 지난해 3분기 매출 805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현대상선 주요 매출 가운데 17.35%에 해당한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10월 벌크선사업을 담보로 3000억원대의 영구채를 발생할 계획이었으나, 해운업 불황과 현대상선의 기업 신용등급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현대상선이 자구책의 일환으로 벌크선사업부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상선은 아울러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등 추가 자산매각도 진행하고 있다.

2010년 현대상선 부산신항터미널 개장식 <2010년 현대상선 부산신항터미널 개장식 >

이와 함께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증권 지분(58만주)에 대한 담보대출과 현대아산 지분 매각 등으로 700억원을 조달했으며, 현정은 회장이 별도로 300억원 규모의 사재출연도 동시에 추진된다.

현대그룹은 공모·사모사채, 선박금융 등 비협약채권(비은행 채권)에 대한 채무조정도 신속히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수익성 향상을 위한 체질 개선 노력도 함께 추진키로 했다. 특히, 수익성 저하의 원인으로 지적돼 온 용선료(선박 대여료)에 대해 대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지난 2014년 기준 현대상선이 지급한 연간 용선료는 2조 1030억원에 달한다. 현대상선은 내부적으로 20~30% 인하를 목표로 잡았다.

이와 관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 등 비협약채권 조정 작업 없이는 채무재조정 등 지원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3월 말까지 현대상선이 내놓은 자구안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경우 출자전환 등의 지원을 하겠다며 조건부 지원 방침을 정한 것.

현대상선 관계자는 “다수 이해관계자 간 채무조정 방안에 차질이 생길 경우 계속기업으로의 존속이 어려울 수도 있는 만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측 역시 “사즉생(死卽生)의 각고로 강도 높은 자구안을 마련했다. 이번 자구안으로 한 번에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힘들겠지만, 주채권은행과의 긴밀한 협조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한편, 현대상선 채무의 22% 가량(1조 656억원)은 은행 등 제도권 금융사에서 빌린 것이다. 나머지는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 시장성 차입이다. 현대상선이 발행한 회사채를 산 사채권자가 38.6%(1조 8658억원), 선박금융이 39.4%(1조 9040억원)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통상 채권단 지분이 80%는 돼야 자율협약 등이 효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시장성 차입금 비중이 월등히 높아 채권단의 지원이 있더라도 사채권자의 돈을 먼저 갚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채권단이 비협약채권의 조정을 요구하는 것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조건부 지원’ 선언에 바빠진 현대상선의 비협약채권 조정 작업은 순탄치 않다. 은행들의 경우는 통일된 의사 결정을 이끌어내기 쉽고 자구책에도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사채권자는 다수의 상호금융과 개인들로 구성돼 통일된 의견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기 때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자구안 실행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현대상선이 현정은 회장의 골칫거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안은혜 기자 (grac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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