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추진해온 전통한옥호텔 건립이 4년 8개월 만에 서울시로부터 승인을 받으면서 이부진 사장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얻어낸 건축허가라는 결실을 통해 지난해 겪었던 실적 부진을 올해 만회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호텔신라는 지난 2011년 8월부터 한옥호텔과 면세점을 포함해 장충단 근린공원, 지하주차장을 짓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자연경관 훼손과 한양도성 역사문화경관 보호대책 등을 이유로 호텔신라가 신청한 사업안건을 4차례 무산시켰다.

2012년과 2015년에는 부설주차장 이전 등이 관련법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반려했고, 2013년 7월에는 한양도성 등 주변 경관과의 부조화를 이유로 보류됐다. 올해 1월 도시계획위는 일제의 한국 병합을 진두지휘한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는 사찰인 ‘박문사(博文寺)’ 터 및 유적을 보존해야 한다는 이유로 보류 판정을 내렸다.

서울시가 이러한 입장을 취한 것이 ‘재벌 특혜’ 의혹에 대한 부담을 느꼈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1월 제기됐던 역사성, 교통 계획 문제 등이 보완됐고, 한양도성과의 이격 거리나 보행 연결성 등 공공성이 강화돼 한 달 만에 다시 승인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텔신라 한국전통호텔 건축계획안
호텔신라 한국전통호텔 건축계획안

서울시는 지난 2일 제4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호텔신라가 심의를 요청한 장충동 자연경관지구 내 건축제한(용도·건폐율) 완화 안건에 대해 최종 가결했다. 이에 따라 1년의 설계 기간, 5년의 건축 과정을 거쳐 2022년에 서울 최초의 도심형 한옥호텔이 신라면세점 자리에 들어서게 된다. 호텔신라는 기존 호텔본관 건물 바로 옆에 지하 3층, 지상 3층 91실 규모의 한옥호텔과 주차장, 면세점 등 새 부대시설을 지을 수 있게 됐다. 건폐율(토지면적 중 건물면적)은 36.16%로 완화됐다.

통과된 호텔신라의 한옥호텔 건립안은 1월에 제출됐던 계획안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호텔신라 측이 제시한 부지(4000㎡) 기부채납, 대형버스 18대 규모 지하주차장 건립, 공원(7169㎡) 조성을 하기로 했다. 여기에 신라호텔 영빈관과 한옥호텔 사이에 보행로를 내고, 도성탐방로에는 야간 조명과 CCTV 등을 설치하는 내용이 추가됐고, 한옥호텔 후정(後庭)에 소나무 등을 추가로 심게 된다.

한옥호텔과 한양도성 사이의 거리는 29.9m가 유지됐으며, 신라호텔 내 박문사 유적(신라호텔 정문, 내부 계단 등)은 현재 상태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한편, 교통 혼잡지역이라는 지적에 따라 장충단로 차량 출입구를 2개에서 1개로 축소해 교통대책을 보완했다. 이번 한옥호텔 건축허가 승인에 대해 호텔신라 관계자는 “한옥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투자·고용 확대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제원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이번 결정으로 서울 최초의 도심형 한국 전통 호텔이 건립되면 차별화된 관광숙박시설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글로벌 관광도시 서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공공성’을 내세우며 이번 호텔신라의 한옥호텔 건축허가 승인을 이끌어냈다고 밝혔지만 ‘재벌 특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영업이익이 771억원으로 전년대비 44.5% 감소(연결재무제표 기준)한 호텔신라는 한옥호텔 건축허가 승인으로 이를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로부터 한옥호텔 건축 허가 소식에 호텔신라 주가는 상승세를 탔다. 업계는 한옥호텔과 함께 장충동 신라면세점 영업면적도 확대되는 만큼 긍정적인 요인으로 보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작년에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한 5개 면세사업자 중 가장 먼저 오는 25일 문을 연다.

그러나 증권업계 일각에선 호텔신라의 주가가 앞으로 5개 면세점의 실적 경쟁 속에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하고 있다. 5년 단위로 재입찰 기회가 주어지는 정부의 면세점 사업권 발급 방식 때문.

한편, 호텔신라 측은 전통한옥호텔과 관련 공시를 통해 ‘아직 명확한 투자금액 및 추진일정 등 세부사항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은혜 기자 (grac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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