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3월 21일 글렌 시보그, 플루토늄(Pu) 명명

■알 수 없는 방사능의 실마리

1934년 겨울의 어느 날.

이태리의 물리학자 페르미는 스승인 코르비노 로마대 물리학과교수 방에 모였다.

코르비노 교수가 물었다.

“그래, 자네는 알파입자 대신 중성자를 쓰겠다는 말이지?”

페르미가 답했다.

“그렇습니다. 졸리오-퀴리 부부의 논문을 보니 알루미늄까지는 알파입자를 쏘아 방사능을 발견했습니다만 그보다 무거운 원소에는 이것도 소용이 없다고 돼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반문했다.

코르비노 교수는 “무거운 원소인 경우 원자핵의 양전하가 점점 커지니 헬륨 원자핵인 알파 입자로는 튕겨 나오겠지”라고 답했다.

실제로 졸리오-퀴리 부부는 1928년 붕소,마그네슘,알루미늄 등 방사성 원소가 아닌 원소에 알파입자를 충돌시켜 인공방사능을 발견해 냈다. 과학자들은 이들 이전까지는 무거운 원소인 우라늄,라듐,토륨 등 원자핵이 붕괴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천연방사능 밖에 몰랐다.

페르미는 이 두가지 발견물(중성자와 인공방사능)을 하나로 결합시키려 하고 있었다.

동료 아말디는 “알파입자에 가속기를 사용해 큰 에너지를 가하면 어떻겠나?”라고 질문했다.

페르미는 “그러려면 상당히 큰 에너지를 가할 가속기를 만들지 않으면 안되네...,그래서 중성자를 사용하는 게 어떨까 생각해 본 거지. 그것을 원자핵에 뛰어들게 하는 탄환으로 쓰게 하자는 것이지. 말하자면 중성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니 원자핵이 아무리 큰 전하를 가지고 있어도 쉽사리 그 속으로 들어갈 거란 말일세...그런데 중성자의 결점은 알파입자처럼 자연 방사성물질에서 나오는 일은 없으니까. 그래서 지금 생각한 것이지만 어떤 원소에 알파입자를 충돌시켜 그 속에서 중성자를 튕겨 나오게 해 그놈을 사용한다는 말일세.”

그는 자신의 생각대로 우선 유리병 안에 라듐과 베릴륨 두 금속을 혼합시켰다. 이렇게 하면 라듐에서 튀어나온 알파입자가 베릴륨의 원자핵에 부딪쳐 그속에서 중성자를 쉴새 없이 내 보내주기 때문이다. 페르미는 이렇게 원소들과 유리병으로 중성자 조사(照射)장치를 만들고 유리병 안의 라돈과 당시까지 발견된 92개 원소를 각각 접촉해 반응시켜 보았다.

20마이크로그램의 순수한 플루토늄. 사진=위키피디아
20마이크로그램의 순수한 플루토늄. 사진=위키피디아

페르미는 중성자가 무거운 원자핵 속도 쉽사리 뚫고 들어가 그 원자핵에 변화를 주며 방사능을 이끌어 낸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당시 발견된 가장 무거운 우라늄에 중성자를 쪼여 우라늄변형물을 만들었다. 바륨과 크립톤, 그리고 또다른 물질이 있었다. 당시에는 이 원소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페르미는 이 원소를 헤스페리움(hesperium)이라고 불렀고 1938년 노벨상 수상식에서도 이 이름으로 불렀다.

하지만 발견자인 페르미조차 메커니즘을 몰랐던 변형된 우라늄에서 나온 미량의 원소는 오늘날 원자폭탄,원자력발전소 등에 사용되는 94번 원소 플루토늄이었다.

이 메커니즘은 1939년 리제 마이트너와 오토 프리쉬에 의해 이론적으로 처음 설명된다.

■사이클로트론으로 플루토늄 첫 분리

1940년 12월 14일 글렌 시보그 버클리대교수 팀은 우라늄238을 가지고 입자가속기(사이클로트론)로 높은 에너지를 가진 플루토늄을 처음 분리해 냈다. 이로써 자신들의 실험 및 그 결과가 잠재적으로 군사적 응용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시보그 교수팀은 이어 맨해튼 계획에 따라 핵폭탄 연료를 만드는 시카고파일 팀에 합류한다.

이들은 원자로 없이 플루토늄을 만들 방법을 찾았다. 1942년 6월 17일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 대학의 4.5인치 사이클로트론은 40일 만에 300파운드의 플루토늄을 만들어 시카고의 맨해튼팀에 전했다.

시보그가 제안한 플루토늄이란 원소명을 담은 서류는 제2차 세계대전(~1945.8.15)이 끝난 지 한참 후까지 비밀로 부쳐졌다. 이 원소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48년 5월 19일 글렌 시보그 교수팀의 논문이 공표되면서였다.

미국은 2차대전시 맨해튼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핵폭탄연료 연구 및 생산지로 플루토늄 연구 생산시설로 핸포드를, 우라늄 연구 생산시설로 오크리지를, 원폭설계 연구소로 로스 알라모스를 각각 선정했다.

1944년 핸포드에 건설중인 최초의 원자탄 코어재료 양산설비인 B원자로. 사진=위키피디아
1944년 핸포드에 건설중인 최초의 원자탄 코어재료 양산설비인 B원자로. 사진=위키피디아

컬럼비아 강변에 위치한 핸포드지역은 미국 고준위 핵연료 쓰레기의 3분의 2를 만들어 낸다. 1960년 1월의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컬럼비아 강변에 위치한 핸포드지역은 미국 고준위 핵연료 쓰레기의 3분의 2를 만들어 낸다. 1960년 1월의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1944년 4월 5일 로스알라모 연구소는 오크리지에서 만든 최초의 플루토늄을 접수했다. 이 원소는 사이클로트론으로 만든 것보다 높은 농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로스알라모스 연구팀은 1945년 7월 16일 뉴멕시코주 알라모고도에서 플루토늄으로 만든 최초의 원자폭탄 ‘트리니티(Trinity)’ 폭발시험을 통해 그 엄청난 위력을 확인하게 된다.

코드명 ‘씬 맨(Thin Man)’으로 불리는 원자폭탄은 사용을 앞두고 실전을 앞두고 자발중성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이를 폐기해야만 했다. 대신 ‘팻맨(Fat Man)’을 인류최초로 일본 나가사키시에 투하(1945.8.9)한다. 이 폭탄으로 3만5천~4만명의 일본인 사망했다.

■가장 무서운 물질 ‘플루토늄’

1942년 3월 21일 글렌 시보그 버클리대 교수팀은 이 방사성 원소에 플루토늄(Plutonium)이란 이름을 제안했다.1930년대 발견된 아홉번째의 행성 플루토(Pluto)의 이름을 딴 것이었다.

시보그 박사는 “플루토늄(Pu)은 플루티움(plutium,Pl) 대신 선택된 명칭이었다. 단지 듣기에 좋았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글렌 시보그 버클리대교수는 이 원소를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물질”이라고 정의했다.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에서 피어오르고 있는 버섯 구름.사진=위키피디아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에서 피어오르고 있는 버섯 구름.사진=위키피디아

플루토늄은 너무나도 유독하고 발암성이 높아서 100만분의 1 그램만 흡입해도 폐암을 유발할 정도다. 백혈구에 의해 이동하면서 가슴중앙 임파선에 축적되며 림프종과 백혈병,뼈암,간암과 함께 태아의 기형을 유발하는 물질이 되기도 한다. 정자를 만드는 고환안에도 축적되며 생식유전자에 영향을 미쳐 후손에게유전질환의 발생률을 높인다.

현재 기구 북반구에 사는 모든 남성은 대기 상층부에서 아직도 땅으로 떨어지는 방사능 낙진으로 인해 고환에 미량이나마 플루토늄을 가지고 있다. 이는 냉전시대인 1950년대, 1960년대에 실시한 핵폭탄실험으로 대기가 오염됐기 때문이다.

플루토늄 4.53kg이며 원자폭탄 한 개를 만들수 있다. 이는 TNT2만톤에 해당하는 파괴력을 가진다. 전세계에는 원자력 발전의 부산물인 플루토늄 수백톤이 있다.

플루토늄은 1945년 7월 16일 뉴멕시코주 알라모고도에서 최초로 트리니티(Trinity)란 코드명의 원자폭탄 시험된 이래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물론 더 일반적인 원소가 됐다.

이재구 기자 (jklee@nextdaily.co.kr)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