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가 유행이다. IT도 마찬가지다. 소위 레트로풍이 인기다. 디지털 시대로 빠르게 전환될수록 아날로그의 향수도 진해진다.

‘복고’가 인기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자체의 ‘모순’을 꼽을 수 있다. 외부적으로는 과거를, 내부적으로는 현재를 품고 있다. 그렇기에 과거로 돌아갔지만 온전한 과거일 수는 없고, 현재에 있어도 현재의 모습이라 볼 수 없다.

어중간함. 애매모호함. 이러한 단어로 치환할 수도 있겠지만 뒤짚어 생각하면 기존에는 없던 새로움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새로움이기에 기존 의미체계에서는 정의내릴 수 없을 뿐이다. 여기에 멋스러운 가치를 부여한다. 그게 ‘복고’다. 한계는 모순에서 태어나고, 모순은 새로운 도전을 야기시킨다. 그래서 사람들은 ‘복고’를 표방한다.

올림푸스 플래그십 미러리스 카메라 'PEN-F'
올림푸스 플래그십 미러리스 카메라 'PEN-F'

묵직한 무게의 올림푸스 펜(pen)-F를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생각도 묵직해지는 듯 하다. 올림푸스 펜-F는 올림푸스가 최초 카메라를 출시한지 80주년을 맞이해 설계한 기념작이다. 1963년 출시된 하프 프레임 일안반사식(SLR) 카메라 ‘PEN’의 레트로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물론 내부는 올림푸스의 최첨단 광학기술로 꽉 차 있다.

앞서 한 말에 빚대보면 모순의 극치를 보여주는 모델이다. 필름 카메라를 연상시키지만 미러리스 제품이고, 디지털을 품고 있지만 아날로그 경험을 준다.

올림푸스 플래그십 미러리스 카메라 'PEN-F'
올림푸스 플래그십 미러리스 카메라 'PEN-F'

◇ 카메라 ‘손맛’ 이란

올림푸스 PEN-F를 들고 있으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전문가인척’ 할 수 있다. 필름 카메라의 외형과 복잡하게 배치된 다이얼들이 숙달된 전문가용이라는 듯한 위용을 뽐낸다. 렌즈를 교체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면 금상첨화다.

올림푸스 PEN-F는 1963년 출시된 ‘PEN’의 디자인을 차용한 모델이다. 바디는 마그네슘 합금과 알루미늄으로 제작됐다. 그 위를 가죽으로 덧댓다. 카메라 바디에서부터 회전형 LCD 후면까지 가죽 재질의 소재로 감싸 일체감을 더 높여준다. 차가운 금속과 따뜻한 가죽의 투톤처리를 통해 필름카메라의 느낌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모두 충족시킨다.

무게는 여타 미러리스군보다는 묵직하다. 배터리와 메모리를 모두 탑재하면 약 427g 정도다. 크기는 적당하다. 124.8mm의 너비, 72.1mm 길이, 37.3mm 두께를 갖췄다. 밋밋한 그립감을 무게가 보완해주는 듯 하다.

외부에 배치된 다이얼들을 통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아마추어에게는 실제로 부딪치며 사진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소위 ‘손맛’을 준다. 뷰파인더를 통해, 또는 LCD 패널을 보면서도 즉각 다양한 촬영 요소들을 조정할 수 있다.

다양한 다이얼들로 독특한 손맛을 준다.
다양한 다이얼들로 독특한 손맛을 준다.

셔터를 감고 있는 다이얼과 바로 안쪽의 다이얼은 조리개값과 셔터 속도, ISO 속도, 화이트 밸런스, 프로그램 시프트, 플래시 보정 중에서 자주 사용하는 설정 2가지를 선택해 활용할 수 있다. 우측 끝에는 노출 보정 다이얼을 별도로 배치했다.

카메라를 잡았을 때 다이얼의 위치가 오른손의 엄지와 검지에 딱 맞게 위치해 있다. 피사체를 바라보며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좌우측으로 다이얼을 돌리다보면 찍는 재미에 빠지게 된다. 자연스럽게 때에 맞는 촬영 조건이 머릿속에 그려지기도 한다. 셔터는 필름카메라의 느낌을 잘 살려놨다.

매뉴얼 모드가 어렵게 다가온다면 오토 모드를 주로 이용해도 좋다. 충분히 탁월한 사진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오토 모드를 활용하면서 중간중간 매뉴얼 모드에 도전하다보면 자주 촬영하는 설정값이 얻어지는데, 이 설정값은 모드 다이얼의 ‘C’에 저장해둘 수 있다. 총 4종의 설정값을 입력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한 손에 쏙 들어온다.
한 손에 쏙 들어온다.

◇ 필름 카메라의 감성이란

올림푸스 PEN-F는 전면에 다이얼 하나를 더 추가했다. ‘크리에이티브 다이얼’이다. PEN-F에만 있는 특장점이다.

‘크리에이티브 다이얼’은 올림푸스 카메라 최초로 적용된 모노크롬과 컬러 프로파일 컨트롤 기능, 아트 필터, 컬러크리에이터까지 총 4가지 기능을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올림푸스 'PEN-F' 전면에 위치한 ‘크리에이티브 다이얼’
올림푸스 'PEN-F' 전면에 위치한 ‘크리에이티브 다이얼’

이 중에서도 모노톤의 컬러를 적용해 필름 사진의 느낌을 재현할 수 있는 ‘모노크롬 프로필 컨트롤’ 기능은 꼭 사용하기를 권한다. 크리에이티브 다이얼을 돌려 ‘모노(MONO)’에 놓기만 하면 마치 암실에서 필름을 현상하듯, 내가 원하는 색감의 사진을 만들어갈 수 있다.

올림푸스 'PEN-F' 촬영 결과물
올림푸스 'PEN-F' 촬영 결과물

올림푸스 'PEN-F' 촬영 결과물
올림푸스 'PEN-F' 촬영 결과물

기본설정 사진을 촬영하면 단순 채도만 빼낸 상태라 다소 밋밋할 수 있다. 이럴 때는 다양한 효과를 결합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8개의 컬러 필터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 후, 3단계로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보통 컬러사진을 찍을 때 빨간색 필터를 대고 찍으면 사진이 붉게 찍히지만, 흑백사진에서는 빨간색 필터를 대고 촬영하면 빨간색은 밝게 표현되고 보색인 청록색은 어둡게 표현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컬러 대비 효과를 극대화 하거나, 그 밖의 밝기 조절 등을 통해 필름 사진의 질감을 살린 멋스러운 흑백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올림푸스 'PEN-F' 촬영 결과물
올림푸스 'PEN-F' 촬영 결과물

올림푸스 'PEN-F' 촬영 결과물
올림푸스 'PEN-F' 촬영 결과물

촬영 전 미리 뷰파인더를 통해 선명도, 음영, 하이라이트 등을 간단하게 다이얼을 돌리는 것만으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후보정 자체가 필요 없다. 촬영된 사진을 소프트웨어로 왜곡 시키는 ‘후보정’이 아니라, 촬영 전 렌즈가 받아들인 빛의 양을 확인하고 원하는 색감을 맞춰가는 ‘선보정’이기 때문에 보다 풍부하고 깊은 색감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올림푸스 'PEN-F' 촬영 결과물
올림푸스 'PEN-F' 촬영 결과물

올림푸스 'PEN-F' 촬영 결과물
올림푸스 'PEN-F' 촬영 결과물

올림푸스 'PEN-F' 촬영 결과물
올림푸스 'PEN-F' 촬영 결과물

이 밖에 아트필터를 통해 다양한 사진 연출이 가능하다.촬영하다보면 자주 사용하는 필터가 정해지기도 한다.컬러 프로파일 컨트롤과 컬러크리에이터 기능은 계속해서 쓰면서 적응해야 한다.

올림푸스 'PEN-F' 촬영 결과물
올림푸스 'PEN-F' 촬영 결과물

◇ 기본기 튼실한 미러리스란

PEN-F는 기본기도 튼실한 카메라다. 올림푸스가 새로 개발한 2,000만 화소의 4/3인치 라이브 MOS 센서와 최신 트루픽 VII 화상 처리 엔진이 적용됐다. 올림푸스의 미러리스 카메라 중 최고의 화질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바디 내장형 5축 손떨림 보정 시스템은 셔터 스피드 5단계의 손떨림 보정 효과를 발휘한다. 촬영하다보면 손떨림을 보정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기계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장착 렌즈에 관계없이 어두운 곳이나 저속 셔터 스피드, 망원렌즈 촬영과 동시에 동영상 촬영 시에도 탁월한 손떨림 보정을 지원한다.

이미지 센서의 개선을 통해 5000만 화소 초고해상도 촬영 기능을 지원한다. RAW 파일 촬영 시에는 8000만 화소도 가능하다. 지난해 OM-D E-M5 마크2에서 선보였던 초고해상도 촬영 기능은 5축 손떨림 보정 기술을 이용해 이미지 센서가 0.5 픽셀만큼 미세하게 움직이면서 8번 빠르게 촬영해 합성하는 원리를 통해 초고화질 이미지를 구현해준다.

셔터를 누른 후 실제 사진이 촬영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인 셔터 릴리즈 랙은 0.044초 수준이다.

PEN 라인업 중에서는 최초로 내장형 뷰파인더를 탑재했다. 35mm 환산 0.62배, 시야율 100%의 236만 화소 OLED 전자식 뷰파인더(EVF)는 촬영 장소의 환경에 따라 밝기가 자동 조절된다. AF 타게팅 패드를 활용하면 뷰파인더 촬영 중에도 후면 LCD를 터치할 수 있다.

바디 색상은 실버, 블랙 2종이다. 가격은 바디 150만원, M.ZUIKO DIGITAL 17mm F1.8 렌즈 포함 189만9000원이다.

김문기 기자 (moon@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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