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덕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학과장 인터뷰
잇따른 대형 보안사고로 보안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정부도 정보보호 산업 육성 정책을 강하게 드라이브하고 있는 가운데, 대학에서 보안 유관 학과들이 인기 학과로 부상하고 있다.
‘공격과 방어’라는 기술적 특성에서 오는 재미도 인기의 한 요소겠지만, 보안은 이제 ‘경영’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보안을 고도화하지 않고서는 경영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학마다 앞다투어 보안 관련 학과와 대학원 과정을 개설하며 전문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중앙대학교 산업보안학과(학과장 김정덕교수)는 ‘경영’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경영의 핵심이 사람이듯, 보안 역시 사람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안’하면 으레 ‘해킹’이나 ‘DDoS’, ‘,바이러스 백신’ 등과 같은 네트워크 보안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런 IT자원을 다루는 ‘사람’이라는 것. 사람의 인식과, 그 사람이 만들어내는 정책이야말로 보안의 제1요소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지난 몇 년 간 국내에서 발생했던 대형 보안 사고들을 돌이켜보면, 공격자가 와서 정보를 빼내간 경우도 있지만, 공격자 없이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간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보메트릭이 기업의 보안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보안담당자들은 ‘보안규제(Compliance)’만 준수하면 데이터 보안이 충분하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국 시스템을 갖추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사람을 통한 ‘관리’는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중앙대가 다른 대학과는 달리, ‘산업보안학과’를 개설하며, 이처럼 사람을 사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출발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산업보안학과를 이끌고 있는 김정덕 학과장은 본래 중앙대 산업과학대학에서 정보시스템학과 교수였다. 경영정보(MIS)를 전공하다 보니, 기술적 이슈보다는 경영 및 경제 지향적 연구를 하게 됐고, ‘보안’ 문제도 자연스럽게 사회과학적 차원에서 바라보게 됐다. 소속도 공과 대학이 아니라, 경영경제학부다.

중앙대 산업보안학과를 이끌고 있는 김정덕 교수. 보안은 사람이 핵심이며, 시스템 뿐만 아니라 인력 및 관리 전반을 아우르는 융합보안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이미지: 중앙대 제공)
중앙대 산업보안학과를 이끌고 있는 김정덕 교수. 보안은 사람이 핵심이며, 시스템 뿐만 아니라 인력 및 관리 전반을 아우르는 융합보안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이미지: 중앙대 제공)

“정보보호는 정보자산을 보호하는 학문이고, 산업보안은 정보자산을 포함한 산업자산을 보호하는 학문입니다. 따라서 정보보호는 컴퓨터, 네트워크, 정보 등 정보자산의 침해 예방 활동에 주로 기술적 수단을 이용하지만, 산업보안은 인적자원이나 산업기술, 지적재산권, 비즈니스 정보 등을 보호하기 위해 경영, 기술, 법/제도 등 다양한 학문 분야와 연계하고 융합해야 합니다.”
물리적 방법에 의존하는 물리보안과 사이버 위협에 대비하는 사이버보안, 그리고 교육이나 조사, 직원관리 등을 아우르는 관리보안을 모두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학과의 커리큘럼도 경영처럼 ‘관리’와 관련한 요소들을 많이 반영했다. 김교수는 “IT 관련 과목과 비IT 관련 과목의 비중을 50대 50 정도로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론과 실습을 균형 있게 운영함으로써 창의력 있는 융합형 글로벌 보안 리더를 양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같은 김교수의 비전에 학교가 힘을 실어줬다. 학교는 지난해 신설된 이 학과를, 미래를 선도할 7개 특성화 학과 중 하나로 선정했으며, 신입생 40명 가운데 30명에 대해 4년 전액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물론, 평점 3.5 이상은 유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입학 시즌 경쟁률도 치열하다. 사회과학 계열에서는 지원자들의 성적 수준이 최고 높은 수준이다.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진. 왼쪽부터 이창무교수, 김정덕 학과장, 장항배교수, 신동천 교수(이미지: 중앙대 제공)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진. 왼쪽부터 이창무교수, 김정덕 학과장, 장항배교수, 신동천 교수(이미지: 중앙대 제공)

중앙대 산업보안학과의 또 다른 특징은 ‘범죄’ 영역까지 연구한다는 점이다. 뉴욕대에서 형사사법학을 전공한 이창무교수가 산업보안 현장에서 발생하는 범죄와 심리를 분석하고 있다.
중앙대 산업보안학과는 첫 졸업생을 배출하려면 아직 2년 반은 더 있어야 한다. 보다 경쟁력 있는 사회 진출을 위해 학과는 어떤 정책을 추진하고 있을까. 지난해 고용연계형 정보보호 석사과정을 개설했고, 8월에는 산업보안학과 특성화 지원사업도 신청해 선정됐다. 또, 10월엔 산업보안 정책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올해에는 현장 밀착형 교육을 위해 ‘보안리더스 포럼’을 신설해 산학협력 체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박영하 자유기고가 (yhpark@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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