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현숙의 사회적기업 이야기] 삶의 질 대신 스마트폰 선택한 사회

발행일시 : 2016-06-29 14:30
[김현숙의 사회적기업 이야기]  삶의 질 대신 스마트폰 선택한 사회

오늘의 이야기는 소셜벤처 혹은 사회적기업 이야기가 아니라, 애플에 대한 것이다. 컬럼을 시작하면서 애플 이야기를 제일 먼저 다뤄 봐야 겠다고 생각한 것은, 몇 년 전에 대학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는 모 교수와 한바탕 논쟁을 벌였던 기억이 선명해서다. 애플이 창조한 IOS 생태계로 인해 산업을 재편하고 고용효과를 거두고,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가져다 주고 등등… 너무나 많은 이야기로 핏대를 세운 탓에 나중엔 가치에 혼란이 오고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 결론은 괜한 시간 죽이기.

2011년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마침 중국 북경에 있었다. 그때 공항 로비에서 여러 사람들 속에 섞여 함께 TV를 지켜봤는데, 세상을 바꾼 혁신가의 삶과 죽음을 조명하는 외신 뉴스를 지켜보면서 내 머리 속을 훑고 지나간 문구가 있었다. 그가 스탠포드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마지막 끝맺음 말이었던 ‘Stay hungry, Stay foolish’, 더불어 인생의 덧없음까지. 중국이나 한국이나 한동안 스티브 잡스를 다룬 책이 서점가를 휩쓸었고, 조지프 슘페터가 창시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이론을 뒷받침해준 걸출한 기업가로 여전히 스티브 잡스와 애플은 독보적이다.

창조적 파괴인가 파괴적 창조인가
창조적 파괴. 멋진 말이다. 그다지 깊은 경제학 통찰도 없으면서 내가 오래도록 몸담아 일했던 회사의 핵심 가치관인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기여’하기 위해 그만큼 딱 부합하는 이론이 없겠다 싶어, 한때는 조직원들과의 비전 공유를 위해 즐겨 인용했을 만큼 오래도록 별 의심 없이 신봉해온 키워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조금씩 의구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애플은 사업 성장 정체와 이윤의 절벽이 오기 전에 창조적 파괴로써 새로운 기회의 땅을 개척해왔고, 그 중 대미는 IOS 생태계다. 의심할 여지 없이 온갖 미디어와 업계, 교육과 경영컨설팅 전문가 등등 모두가 하나같이 그 혁신을 칭송하고, 이를 이끈 스티브 잡스는 기업가정신의 표본이고 영웅이다. 참고로, 2016년 현재 애플의 브랜드가치는 전세계 최고인 1540억달러로, 2위인 구글의 820억달러를 훨씬 뛰어넘는다. 애플과 마찬가지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같은 기술혁신기업들이 모두 상위권에 위치해있다. (그림 1. 2016 세계 최고 브랜드가치 리스트, Forbes)

그림 1. 2016 세계 최고 브랜드가치 리스트, Forbes. <그림 1. 2016 세계 최고 브랜드가치 리스트, Forbes.>

그렇다면 이들 기업의 고용기여도는 어떨까. 고용 인력 수가 10만명인 애플은 100위권 내에도 보이지 않는다. 전세계 통틀어 30만명에 달하는 직원을 보유한 삼성전자에 비해서도 한참 낮은 수치다. 애플뿐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 같은 IT기술 기업들은 전세계 220만명으로 세계 최대 직원을 고용한 월마트와는 도저히 비교가 안 되는 저조한 성적표를 갖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직원수는 각기 64000명과 13000명대로 알려져 있다.)

추가로, 고용기여도 면에서 월마트에 이은 2위 기업이 흥미롭다. 바로 129만명의 직원을 고용한 대만의 홍하이그룹이다. 홍하이는 최근 일본의 샤프를 인수하면서 국내에 더욱 이름이 알려졌는데, 이 회사의 영어식 다른 이름은 폭스콘이다. 폭스콘은 애플의 아이폰을 주문자상표 부착 방식으로 제조 납품하는 애플의 최대 하청업체다. 애플의 민낯이 바로 이 폭스콘을 통해 드러난 사건이 지난 2010년에 있었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중국 정저우 공장의 노동자 16명이 열악한 근무환경을 이기지 못하고 연쇄 자살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그 당시 밀려드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노동자들은 화장실 갈 틈도 없이 밤낮없이 아이폰을 생산해야 했고, 한화로 30만원이 채 안되는 낮은 월급에 화장실 갈 새도 없는 열악한 근로환경을 이기지 못하고 16명의 노동자가 연쇄 자살했다. 이것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폭스콘의 관리행태와 원청업체인 애플의 모르쇠에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오바마의 강력한 제조업 부흥정책에 2012년 애플도 제조업 귀환 조처를 공표했지만 귀환 시 투자규모는 체면치레수준이었다. 같은 해 130년이 넘는 전통과 한때 14만명이 넘는 직원수를 자랑했던 코닥은 파산을 신청하는 비운을 맞이했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흘러 지금, 여전히 애플은 매출실적 2340억달러, 순이익 534억달러를 기록하며 ‘혁신’을 진행 중이다

[김현숙의 사회적기업 이야기]  삶의 질 대신 스마트폰 선택한 사회

삶의 질 대신 스마트폰 선택
누구를 위한 창조적 파괴이고 혁신인가. 그 지점에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해 무수한 논란거리가 있다. 세상을 바꾼 10대기업의 절반 이상은 애플, 구글 등 IT 기술기업이고 미국의 경제부흥을 이끌었다지만, 미국의 경제구조는 2008년 리먼사태로 드러난 중산층의 실종에서 보듯이, ‘메이드인 아메리카’로 열광했던 제조업 미국은 온데간데 없고, 부업과 서비스로 국민 대다수 삶이 지탱되는 양극의 나라가 됐다. 그 결과로 얻어진 결과는 부자나 빈자나 모두가 하나씩은 갖게 된 스마트폰이다.

기술혁신으로 산업의 새 지평을 열고 부를 창출하는 데는 기업가의 역량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그 땀의 결실에 대해 보상이 주어져야 함은 마땅하다. 기업은 정당하게 돈을 벌어 고용을 창출하고 나라에 세금을 내며, 또한 적절한 사회공헌활동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좀더 빛나게 한다. 그러나 자본의 본질인 이윤추구활동이 기술혁신에 세계화의 날개를 달고 생태계만 여기서 저기로 전환시킨 것이라면, 이는 창조적 파괴의 겉보기에 불과할 뿐이다.

소셜벤처 혹은 사회적기업
슘페터의 이론을 실패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는 쉽고 구체적인 사례는 소셜벤처 혹은 사회적기업의 등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과거에도 소셜벤처기업이 있었겠지만, 자본경제의 보완 혹은 대안경제로서 주목 받을 정도로 성장하고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들이 새롭게 주목 받으면서 이에 대한 대중인식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소셜벤처 혹은 사회적기업에게 이윤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며, 수익원도 기부금, 매출 등 지속 가능한 재원을 바탕으로 돈을 벌고, 그 돈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쓴다.

[김현숙의 사회적기업 이야기]  삶의 질 대신 스마트폰 선택한 사회

우리나라에도 소셜벤처 혹은 사회적기업이 있고, 찾아보면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기업은 법에 정해진 인증요건으로 범위를 좁혀놓았기 때문에 일단 이번회까지는 ‘소셜벤처 혹은 사회적기업’이라고 쓰고, 다음회에서는 이 둘의 차이를 간략히 짚고 난 다음, 어느 하나로 통일해 쓰고자 한다.

애플의 정체성을 가지고 소셜벤처냐 아니냐, 혁신기업의 범위가 어디까지나 한바탕 논쟁을 벌이고 아까운 시간을 버렸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논쟁도 소셜벤처의 가치와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경제의 한 축으로 포지션을 분명히 해나가는 관점에서는 필요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논쟁을 벌일 이유가 없을 정도로 명확하게 사회문제를 해결한 사회혁신기업이 나오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소셜벤처 혹은 사회적기업이 명확히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많이 생긴다면 사람들의 삶이 그만큼 따뜻해지고 사회문제가 이를 통해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숙 hskim@momjobgo.com 안랩 설립멤버로서 20년 넘는 기간 동안 조직과 함께 성장했고, 사업개발과 제품기획, 마케팅, 인터넷사업 총괄 등 현장에서 사업책임자로 분투해왔다. 4년 간의 안랩중국법인 대표를 끝으로 동그라미재단 사업책임자로 비영리섹터에 첫발을 내딛었으며, 2013년 9월 소셜벤처 맘이랜서를 설립하고 자칭 `소셜협력 도우미`로서 여성인재 교육 및 일하는 엄마 아빠를 돕는 일•가정 양립 매칭 서비스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사회적기업 맘잡고 대표이며 사회적기업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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