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퇴근길 지하철. 사람들의 모습이 언제부터인지 바뀌었다. 신문을 들고 펼쳐보는 사람들에 대한 에티켓 논란도 이젠 더 이상 없다. 사람들 사이에 끼여 앉아서 신문을 보느라 조그맣게 접어야 하는 일도 이젠 드물다. 다 본 신문을 선반에 놓고 가면 그걸 다른 사람이 보는 일도 찾기 힘들다. 당연히 지하철 칸칸이 이동하면서 신문을 파는 사람이 타는 모습도 사라졌다. 이렇게 된 이유는 바로 스마트폰 때문이다.

신문에서 봐야했던 정보를 이제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서 접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신문 대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리고 눈으로 화면을 보고 있거나 누군가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다. 또 어떤 사람은 귀에 이어폰 꽂고 눈으로 화면을 보면서 손으로는 그 작은 화면을 열심히도 만져댄다. 문자나 메신저로 대화하는 중이거나 게임을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신문보다 훨씬 작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무한대이다.

스마트폰, 우리나라에서 피부로 스마트폰을 체감한 것은 2009년 아이폰 출시부터라고 보여 진다. 그 때부터 현재의 지하철 풍경이 예견된 것인지도 모른다. 2009년 당시 우리나라에 출시된 아이폰은 3GS 모델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애플은 이보다 2년 전인 2007년 6월27일에 1세대 아이폰을 미국에서 출시했었다. 2007년 초, 스티브 잡스가 예의 그 유명한 키노트에서 아이폰의 출시를 발표했다.

1세대 아이폰은 애플의 히트상품인 아이팟의 디자인과 기능에 전화기와 인터넷 접속기능이 합쳐진 혁신적인 제품(revolutionary product)이었다. 잡스는 자신들의 제품을 혁신적인 제품(revolutionary product)이라고 하며 세상을 바꾼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그들의 제품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혁신적인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첫째, 그 전까지 각각의 다른 기기로 존재하던 것들을 하나의 기기로 모두 합쳐서 그 활용성은 최대로 끌어올리고 이동성을 극대화 시키면서도 기기 자체의 존재감은 극도로 단순화 시켰다. 아이폰 이전에도 각각의 형태로 존재하던 이동전화와 MP3플레이어, 그리고 집이나 사무실에 앉아야만 이용할 수 있었던 인터넷과 각종 소프트웨어가 아이폰이라는 작은 상자에서 실행되었다. 이 작은 상자는 겉으로 보기엔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그저 매끈한 화면에 동그란 버튼 한 개, 모서리에 달린 아주 작은 버튼들과 구멍이 전부였다. 단순함 속에 깃든 혁신 그 자체였다.

1세대 아이폰
1세대 아이폰

둘째, 바로 오늘날 UX라는 개념을 이렇게 많이 회자되도록 만든 UI의 적용이다. 아이폰 이전에는 이동전화는 물론 스마트폰이라고 조금이라도 분류될 수 있는 기기들은 모두 어떤 식으로든 화면 밖에 자판을 가지고 있었다. 컴퓨터 자판을 사용하는 느낌이지만 사용하기 쉽다고 느끼거나 다양한 자판을 이용하기는 힘들다.

다양한 스마트폰 기기의 UI
다양한 스마트폰 기기의 UI

아이폰에서는 이 자판을 과감하게 제거했다. 그리고 터치로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자판을 내장시켰다. 기본 자판은 물론 수많은 다양한 자판(각 나라의 언어,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도 있다. 덕분에 화면은 크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사용하기도 편하고 화면의 모든 내용은 버튼을 눌러서가 아니라 손으로 직접 터치하는 제스쳐로 이용한다. 이것은 사용자의 사용성의 측면에서 혁신이 분명했고, 이외에도 모바일 기기의 특성에 맞는 최적의 사용성을 추구하는 제품 개발로 관심이 모아졌다. 이를 계기로 전 분야, 특히 디자인에서 UX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아이폰의 다양한 자판
아이폰의 다양한 자판

결국, 그저 한 회사의 신제품으로 끝나지 않고 전체 시장에 영향을 주었고, 제품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생활 모습(Life Style)까지 바꿔놓았으므로 혁신적이라는 그들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이후로 제품 개발자는 사용자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사용자는 개발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어 신기술과 신제품에 민감하게 환호하는 쌍방향 공유의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생산방식의 기념비적인 변화와 그 결과로 인해서 바뀐 인류의 생활모습이 산업혁명이라 부를 수 있다면 애플에 의해 주도된 스마트폰 혁명을 또 하나의 산업혁명으로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후 10년이 되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에 스마트폰과 관련된 산업은 엄청나게 발전하면서 새로운 산업을 잉태해 왔다. 그 결과 인간의 삶의 모습이 바뀌었고 앞으로도 바뀔 것이다. 디자인 관련 산업 종사자라면 이러한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매체가 변했기에 디자인이나 콘텐츠도 여기에 맞춰서 변해가야 한다. 변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지식도 있어야 하고 새로운 프레임도 창조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극복해나가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시대를 여는 개척자도 되고 조력자도 될 수 있다.

최정은 ceochoi@nextdaily.co.kr 크림콘(CreamCon)의 대표이자 넥스트데일리의 IT과학부의 모바일 전문기자이다. 한참 스마트폰 앱시장이 시작될 무렵, 앱을 공부하고 만들게 되면서 회사를 창업했다. 디자인관련 업무는그래픽 디자인부터 멀티미디어 디자인까지 모두 소화할 만큼 디자인에 자신있다. 그러나 모바일 분야에는 관심과 애정이 깊다. 모바일 관련 강의를 대학과 협회 등을 통해 하고 있으며, 모바일 시대의 디자이너들의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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