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49) 검사장 비리 사건 수사가 확대되며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한진총수 일가 의 탈세의혹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라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대검찰청은 2009년쯤 한진 총수 일가 등의 탈세 의혹 등을 담은 비리 첩보를 서울중앙지검에 내려보냈다.
이 첩보는 금융조세조사2부에 배당됐고, 같은 해 7월 부장이 된 진 검사장은 한진 관계자 여러 명을 소환해 한동안 집중적으로 내사를 벌였으나, 결국 '내사 종결'로 처리했다.
현재 검찰은 당시 한진그룹이 로비를 위해 진 검사장 처남이 운영하는 청소 용역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다시 수사에 착수했다.
문제가 되는 청소 용역업체는 지난 2010년 설립 후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 두 곳에서 100억원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대한항공측은 '진 검사장이 (일감을 주라고) 먼저 요구했다'는 내용의 입장을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한항공측은 "검찰 조사중인 사안에 대해 별도로 언급할 입장이 없다"고 전해왔다.
조종사 노조는 지난달 28일 서소문 사옥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세무조사 청원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집회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집회

한진해운 문제와 대한항공 노사갈등 등 산적한 문제를 안고 있는 한진그룹으로서는 '삼중고'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기내보안 지적을 여러차례 받은 게 드러나기도 했다.
인천행 미국 휴스턴발 여객기에서 실시된 미국 교통안전청(TSA) 소속 보안감독관의 불시 점검에서 기내보안에 취약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여객기(KE030) 내 크루벙커(CRA) 매트리스 아래 의심물체를 은닉했지만 승무원들이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또 스페인 마드리드 공항에서 이뤄진 불시 보안 점검에서도 승객좌석과 창가 사이 하단에 은닉된 A4 반장크기의 녹색 플라스틱 판넬을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 세계 공항에서 보안감독관이 직접 출발 예정인 항공기에 탑승해 기내보안 대응 태세를 점검하는 도중, 취약점을 발견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올해 들어 사고도 빈번하다.
지난 5월 27일 도쿄 하네다 공항 활주로에서 이륙하던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화재가 발생한 데 이어 6월 13일에는 한진칼이 지분 100%를 보유한 진에어의 LJ211편 여객기가 유압장치 이상으로 자동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아 긴급착륙한 사건도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당시 긴급착륙을 항공법상 사고나 준사고가 아닌 '항공안전장애'로 판단하고 최근 정비내역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가려던 항공기가 엔진 고장으로 이륙을 못했고, 4월 하노이발 화물기도 엔진 고장으로 회항했다.
노조측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것처럼 대한항공의 정비예산이 2012년 9427억원에서 2014년 8332억원으로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B737 항공기
대한항공 B737 항공기

대한항공측은 '올해' 유달리 사고가 많다는 지적에 대해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약 5년간 보안 불시점검 결과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미주지역에 취항하고 있는 아시아 태평양 항공사 중 지적사항 및 시정조치서 발부가 가장 낮은 항공사"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올해 1월 18일 조양호 회장의 장남 조원태씨가 대표이사로 선임돼 3세 경영 구도를 갖췄다. 조 대표이사는 지난 2012년 인하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학교 운영과 관련된 정보 공개를 요청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에게 욕설을 내뱉어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현재까지 이렇다할 실적이 없는데다 노사 갈등은 깊어지고 있어 조 대표의 어깨는 한층 무거워지고 있다.
대한항공측은 "조원태 총괄부사장은 자재부, 여객/화물사업본부, 경영전략본부 등 다양한 부서를 거치며 회사경영에 필요한 경험을 쌓아왔다"며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소통을 통해 여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을 바라보는 시민단체의 눈은 싸늘하기만 하다. 한 시민단체 간부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지난 2014년 땅콩회항 사건 이후에도 별로 달라진 모습없이 전근대적인 경영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성률 기자 (nasy23@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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