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짜베시에서 아디시까지 가는 여정이다. 마을에서 뒷산으로 올랐다. 1700고지에서 시작해서 2500까지 올라갔다가 2080에 있는 아디시에서 자는 코스다.

한참 오르니 어제 올랐던 호수코스가 눈앞에 보인다. 내가 저산을 올랐다니 감격스럽다. 근데 오늘도 만만치 않다. 남편이 지도를 보더니 오늘 8시간30분 걸릴거란다.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다행히 앞서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단체로 온 모양이다. 가이드가 인솔한다. 길을 막고 쉬고있길래 우리도 할수없이 멈췄다.

남편이 GPS를 확인하니깐 그중 한사람이 고도를 묻는다. 2050이라고 답해주고 아직 450정도 더 올라가야한다. 설명해줬다. 가이드 인상이 구겨진다.

남편한테 먼저 가자고 했다. 인사를 하고 올라갔다. 올라가다보니 나이지긋한 부부가 경치좋은 곳에 앉아 쉬고 있다. 헝가리에서 왔단다.

남자끼리 죽이 맞아서 오프라인에서 되는 지도정보를 교환한다. 등고선이 표시된 지도어플 정보를 알려준다.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한참 올라가니 스키슬로프가 나온다. 2킬로미터이상 스키슬로프를 걸어야한다. 단체팀이 바로 뒤에 따라왔다. 길이 두갈래로 갈라진다. 지도를 체크해보니 결국은 만나는 길이다.

가이드에게 남편이 어느길이 편하냐고 믈었다. 가이드가 아까 고도알려줄때 맘상했었나보다. 길이 궁금하면 가이드를 써야한다며 알려주질 않는다. 남편에게 내가 말했다. 가이드입장에선 당연한 반응이니 우리가 알아서 가자고 했다.

우리가 선택한 길은 숲그늘이 있어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먹고 올라가니 다른 길을 선택한 단체팀이 바로 앞에 있다. 우리가 다시 추월했다. 우리는 점심도 먹은후라 열심히 걸었다.

스키슬로프에서 트레일로 들어서자 길은 오솔길이다. 천상의 화원같은 길이 이어진다. 길은 외줄기라 헷갈릴 일이 없다. 근데 쓸데없이 트레일표시가 수시로 잘되어있다.

짜베시에서 올라오는 길은 수시로 끊어지고 없어져서 길찾느라 고생이 많았다. 그 힘든 길에선 시그널을 한번도 못봤다. GPS가 없었으면 절대로 오르기 힘든 길이다. 근데 외줄기길에 수시로 시그널이 보이니 웃긴다.

산책하듯이 즐겁게 개울도 건너고 꽃속에 파’鎌사진도 찍으며 걸었다. 숲길로 들어서자 또다른 단체팀이 보인다. 말을 빌려서 말한테 짐을 싣고 신선유람하듯이 트래킹을 하는 팀이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추켜세워주고 추월했다.

드디어 아디시가 보인다. 스바네티의 상징인 탑들이 보인다. 메스티아에 와서 산행만 하느라 탑의 용도를 아직도 정확히 모른다. 산행끝나면 정확하게 알아볼 일이다.

아디시에 도착해서 숙소를 구해야 하는데 게스트하우스는 많은데 맘에 드는 집이 없다. 하나같이 쓰러져가는 시골집인데다 깨끗해 보이지도 않다. 마을은 워낙 작아서 몇집되지도 않는데 대부분 게스트하우스를 하고 있다.

매의 눈으로 스캔해서 맘에 드는 집을 골랐다. 여보세요 부르니 모녀가 나온다. 중학생정도로 보이는 딸이 통역을 해준다. 저녁 아침을 포함해서 숙박하기로 했다. 방도 깨끗하고 좋다.

샤워하고 빨래하고 있는데 단체팀이 들어온다. 아까 우리가 추월던 말을 앞장세운 팀이다. 마부가 잘아는 집인지 마부하고 아줌마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우리가 빨리와서 먼저 방을 잡기 다행이다. 아니었으면 샤워도 제대로 못할뻔했다. 8시간 30분 걸린다는 코스를 5시간30분만에 마쳤더니 시간이 여유롭다.

이층복도에서 병든 참새처럼 해를 쬐고있는데 남자가 다가와서 말을 건다. 남편이 신발말리는 요령을 알려줬다. 일행들에게 신발말리자며 불러낸다. 졸지에 단체로 신발말리는 타임을 가졌다.

이스라엘에서 온 단체팀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나누다 결론은 북한이야기다. 이스라엘보단 우리가 나은 상태인데도 우릴 안타깝게 생각한다.

저녁을 7시에 달라고 했다. 2층에 앉아있는데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난다. 빨리 먹고싶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이 걷는다는데 푹쉬어야겠다. 와이파이고 인터넷이고 안되는 동네다. 모바일에 겨우 G신호가 하나 잡힌다. 사진 몇장이나 올라갈지 모르겠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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