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정신 없이 뛰면서 보내던 시간을 이제는 느리게 걸으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프랑스 보르도 주변의 Rions라는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친구 집에 머물기로 했다. 고맙게도 친구들은 시간을 내서 나와 함께 여행을 가주기로 했다.

첫 여행지는 포르투갈 리스본이었다. 리스본은 포르투갈의 수도로서 영어식 표기는 리스본(Lisbn), 포르투갈어로는 리스보아(Lisboa)로 불린다. 한국에서 구하는 지도에는 한글이던 영문이던 모두 리스본으로 표기되지만, 유럽에서 거의 모든 언어에서 리스보아로 표기되니 자유 여행객은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리스본은 유럽에서도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BC 200년경부터 로마와 이슬람의 지배를 순차적으로 받게 되면서 다양한 문화를 흡수한 독특한 문화로 발전된다. 15∼16세기 해외 진출시대에는 유럽 유수의 상공업 도시가 되면서 우리가 배웠던 세계사 교과서 속에 한 자리를 차지한다.

다른 여행이었다면 유적지나 박물관, 시장 등이 눈에 들어왔겠지만 마음을 정리하고 나니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 왔다. 바로 포트와인이다.

바이샤 지구 쇼핑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트 와인 샵
바이샤 지구 쇼핑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트 와인 샵

포트와인의 시작은 중세말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벌어진 100년 전쟁의 여파로 영국이 프랑스 대신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에서 와인을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포르투갈의 와인 주산지지였던 도우로(Douro)강 하구의 포르토(Porto) 항구를 이용하였는 데 이 항구에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말이 있다. 그 당시 배를 통해 와인을 운반했는 데 기후로 인해서 와인이 변질 되는 경우가 너무 많이 생기자 와인에 브랜디를 섞어 안정화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포트와인의 시작이 되었다.

브랜디는 와인을 증류하여 만드는 것으로 당연히 와인보다는 알코올 도수가 높아 포트와인은 18~20% 정도로 강화와인이라고도 부른다. 종류는 루비포트(검은 포도, 2~3년 수성), 화이트포트(청포도, 3~5년 숙성), 토니포트(루비+화이트, 5~6년 숙성), 빈티지포트(특정년도 포도, 최대 50년 숙성), 레이트 보틀드(우수한 빈티지, 4~6년 숙성), 콜헤이타(단일연도 포트, 7년 이상 숙성) 등이 있다. 와인은 보통 오픈한 후 2~3일이 지나면 원래의 맛을 느낄 수 없지만 포트와인의 경우는 찬 곳에 보관하면 2개월까지 변하지않는다고 한다. 물론 필자의 경우는 그렇게까지 보관해 본 적은 없다. 길어야 이틀이면 한 병을 더 오픈할까를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2015년 와인 스펙테이터(WS)에서 포트 와인 중 빈티지 포트를 세계 100대 와인 중 하나로 선정한 적이 있다. 포트 와인은 종종 스페인의 셰리와 비교가 되는 데, 사실 주정 과정은 유사하다. 하지만 셰리가 더 달콤하고 좀 더 진뜩한 맛이어서 식사와 함께 하거나 단독으로 마시기 보다는 디저트용으로 한 잔 정도가 적당하다. 반면 포트와인은 진뜩한 느낌이 덜 해서 식사와 한께 해도, 단독으로 마시기에도 충분하다.

와인을 고를 때는 생산국, 생산지역, 도메인 등 확인 해야 할 사항이 많지만 포트와인은 포트와인기구(IVP, Instituto do Vinho do Porto)에서 품질인증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생산자보다는 포트의 종류만 파악하면 되므로 오히려 와인 보다 구매하는 데 머리가 더 가볍다. 물론, 한국에서는 쉽게 구하기 어렵지만 이왕 포르투갈까지 갔다면 한번 맛보길 권한다. 가격은 30유로정도부터 있지만 50~60유로 정도면 괜찮다. 모든 레스토랑이 그러하진 않지만 레스토랑에서 잔으로 파는 경우도 있으니 메뉴판을 잘 보면 식사를 하면서 한 두잔 마셔볼 수 있다.

알코올 함량은 높지만 보통 드라이한 와인처럼 탄닌이 높지는 않다. 브랜디가 들어가서인 지 오히려 달콤한 맛이 더해진 맛이며 와인과 섞여서 푸르티한 맛이 더 상큼하다. 개인적으로는 양고기 스테이크와 함께 마실 때 마리아주가 가장 좋았다. 물론 시가를 피우면서 즐기면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지만, 흡연이 죄인 것처럼 여겨지는 요즘은 많은 사람이 느끼기는 어렵지만 유럽에서는 흔한 풍경이다.

밤 시간에 테주강 주변으로 나가면 사삼오오 모여 포트 와인을 한 두잔씩 즐기는 젊은 친구들을 볼 수 있다. 강 건너 예수상을 바라보며 웃음이 가득한 대화 소리를 듣는 것 또한 여행가만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최대선기자 demian71@nextdaily.co.kr 직장인의 삶, 바쁘기만 했던 19년을 과감히 접고 행복을 찾아 세계 다른 지역의 친구를 찾아 여행을 다니고 있는 울타리 밖으로 나온 영혼을 자처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 지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는 데, 혼자 놀기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아이템을 찾아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 같이 놀기, 여행가서 현지인처럼 놀기 등 혼자 놀기를 같이 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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