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한강을 처음 보았더라면
전철을 타고 가다
갑자기 나타난 저 푸르고 푸른
햇살에 반짝이는, 보석 같은,
한강을 처음 보았더라면
탄성을 지르며
차창에 달라붙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보았을 텐데…….

작가의 글
한강이 그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 그 때는 전철로 이동 중이었다. 출입문 옆 손잡이를 잡고 멍하니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한강이 나타났다. 햇살에 반짝이며 빛나디 빛난 한강이. 너무도 아름다운 한강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보기 위해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가며 보았다. 한강의 아름다운 조각이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한강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 행복감을 느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한강을 그냥 지나칠 때가 많았구나. 필자만 그런 게 아니고 다른 승객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서울에 처음 온 관광객이 전철을 타고 가다 한강을 보았다면 분명 감탄했을 것이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 자리한 한강은 규모나 아름다움 측면에서 세계적이다. 그래서 많은 외국인들도 한강을 보고 탄성을 지른다.

한국인들은 일상에서 행복감을 잘 느끼지 않는다. 우리는 늘 그럴 듯한 것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1등, 남들보다 빠른 승진, 좋은 선물, 분위기 있는 곳에서의 식사, 유명 브랜드, 호화로운 결혼식 등 뭔가 거창한 것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마저도 그 순간이 지나가면 행복감은 사라지고 만다. 꿈에 그리던 회사에 취직이 되어도 어느 순간부터는 그렇게 행복감을 느끼지 못 한다.

돌이켜 보라. 유소년기가 지나가고 철이 들 무렵부터 우리가 일상에서 행복감을 많이 느끼고 살아가는지를. 우리의 중고생이 행복하다고 하는가? 아니다. 행복감을 느끼게 만들어주질 않는다. 학교, 학원, 과제, 선행학습 등 늘 공부와 싸운다. 잘 하는 아이는 더 높은 목표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고, 못 하는 아이는 더 잘 하기 위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밖에 나가 친구들이랑 놀 시간도 없고, 시간이 있어도 같이 놀 친구가 없다. 그래서 몰래 게임을 하는 중에 느는 것은 거짓말 밖에 없다. 이래서 외국에 유학 간 학생들이 귀국하자고 하면 기겁을 하며 반대하는 모양이다.

대학 입시를 거쳐 대학에 들어가면 취직 공부, 학비 마련, 진로 고민 등으로 몸과 마음이 늘 바쁘다. 이 와중에 행복을 논하는 것은 이들에게 사치다. 행복이라는 것은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생각해 봐야 하는 단어이고, 지금은 이런 단어들에 시간을 할애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어렵사리 직장에 들어가면 이제 한숨 돌리고 행복감을 느껴야 하지만 아직도 여유가 없다. 업무 스트레스, 조직 적응에 대한 어려움, 야근, 어려운 인간 관계 등으로 또 쫓기며 살아간다.

이렇게 늘 쫓기며 살아가는 이유가 뭘까? 앞에서도 언급한 ‘그럴 듯한 것’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삶은 모두가 ‘그럴 듯한 것’을 가질 수가 없다. 재화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 우리가 가진 것에서 행복을 찾는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의 일상이 어떤 이에게는 목표가 될 수도 있다. 우리의 건강한 콩팥이 어떤 이에게는 엄청난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공부 못 하는 아이가 무자녀 부모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저녁에 가족과 둘러앉아 먹는 식탁의 즐거움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평생의 소원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을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가진 것을 감사하게 여기며 살아가자.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선수가 인터뷰 도중에 금메달을 따지 못해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하였다. 이것은 1등만 인정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온 것이다. 올림픽 참가 자체를 영광으로 알고 즐기는 외국과는 다른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며칠 후면 2016 브라질 올림픽이 개막한다. 올림픽에 참가한 우리 선수들을 힘차게 응원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들의 결과와 상관없이.

최성원 기자 ipsi1004@nextdaily.co.kr 컨설팅과 브랜드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아행컴퍼니의 대표이자 시인이다. 시집으로 「천국에도 기지국이 있다면」이 있다. 오랫동안 국어 강사를 하며 ‘하얀국어’라는 인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문학 작품을 소재로 한 칼럼, 인기 브랜드에 숨겨진 이야기를 소재로 한 기사, 우리 사회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두루 조명하는 ‘최성원의 초이스 인터뷰’ 등을 차례로 연재할 예정이다. 걷기와 운동, 독서와 집필, 사람 만나는 것, 그리고 야구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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