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부진할수록 차세대 기술 투자가 진행될 때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쟁 주요국의 기업들은 R&D 투자를 경기 불황에 더 강화하는 것에 비해 국내는 답보 혹은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기술경쟁력의 하락은 당연한 결과이다. 2007년 세계 8위 수준이었던 혁신 경쟁력이 2015년 19위 수준까지 하락됐다. 향후 모든 산업이 기술 경쟁력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명약관화한 사실에서 볼 때 개선점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하 현경연)은 주요국가의 R&D와 국내의 R&D 투자 현황을 비교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인 경기부진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외국 기업들은 R&D 투자를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2014년 자본적 지출 증가율과 매출액 증가율은 2013년에 비해 감소했으나, 동 기간 R&D 투자 증가율은 증가했다.

그에 비해 국내 제조기업의 R&D 투자는 2011년~2013년에는 증가했으나 2014년부터는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기술경쟁력도 하락하면서 기술수용 경쟁력순위가 2007년 7위에서 2015년 27위, 혁신경쟁력은 2007년 8위에서 2015년 19위로 하락했다.

주요경쟁국과 국내 R&D 비교
보고서는 국내의 R&D 투자 현황을 투입과 성과로 구분하여 주요국과 비교 분석하였다. 먼저 투입 측면에서 살펴보면 첫째, R&D 투자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고, GDP 대비 비중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다만 절대 규모는 여전히 중국, 일본 등 경쟁국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재원 조달은 민간에 의존하며, 정부 및 해외 조달 비중은 낮은 편이다. 국내 R&D 투자의 3/4 이상은 기업 등 민간부문에서 조달되고 있으며 주요국 중에서 최상위권이다. 그러나 정부 조달 및 해외 조달 비중은 최하위권에 속한다. 셋째, 재원 운용 측면에서 내부 R&D 활동에 치중하고 있어 산학협력 등 공동 R&D 활동이 부진하다. 또한 투자액의 대부분이 제조업에 집중되어 서비스업 R&D에 대한 관심이 미미하다. 하지만 기초연구비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그 비중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높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성과 측면에서 첫째, 논문 발표와 특허 출원 등 기초 성과의 향상을 통해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점차 좁히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분야는 전무하고, 국제협력을 통한 기초 성과 창출도 미진하다. 둘째, 최종적인 성과는 기초 성과에 비해 부진한데 기술무역수지비와 신제품 출시율은 주요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주요 경쟁국인 중국,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의 R&D 투입 구조는 두 국가와 유사하다. 그러나 기술력 등 성과 측면에서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는 속도보다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는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국내 R&D 투자-성과 부문에 있어 재원 투입에 비해 성과가 미흡하고, 특히 최종 성과가 저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R&D 투자확대 지속과 투입-성과 구조개선 급선무
현경연은 보고서에서 한국이 경기부진에서 벗어나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R&D 투자 확대를 지속하고, 투입-성과 구조에서 발견된 미흡한 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선, R&D 재원 조달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 R&D 재원 조달에서 민간부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정부부문과 해외부문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정부는 직접적인 투자 증대가 여의치 않으면, R&D 투자에 대한 세제 및 금융지 원을 늘려 간접적인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 해외로부터의 자본 조달을 확대하여 글로벌 기업들과의 R&D 협력관계 구축을 강화하고 연구개발 투자 위험을 분산시켜야 한다.

둘째, 기초연구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가 지속돼야 한다.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진화하려면 응용•개발연구보다 모방하기 어려운 기초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기초연구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되나, 기초과학은 장기간 에 걸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므로 향후에도 일관성 있는 투자가 유지되어야 한다. 상업성이 떨어지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다해도 기초연구 분야를 중심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셋째, 서비스업 R&D 투자 활성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GDP나 취업자 기준으로 서비스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제조업을 크게 상회하고 있고, 앞으로 서비스업의 위상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서비스업 육성에 대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서비스업 R&D 투자는 제조업에 비해 부진한 상황이며․금융서비스와 IT기술을 결합한 핀테크 분야와 같이 우리에게 유리한 분야와 경쟁력 향상이 필요한 서비스 분야를 결합하여 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넷째, 산학협력 등 개방형 R&D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내부 R&D 활동을 벗어나 개방형 R&D를 강화하면, 조직 내부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창의적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혁신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국내 기업은 개방형 R&D를 통해 조직 내부에 활력을 불어넣고 폐쇄적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기업들이 개방형 R&D 활동을 자발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 등 제도적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R&D 투자의 성과를 제고하기 위해 기초•최종 성과, 양적•질적 성과, 장기•단기 성과 등 R&D 성과의 종류에 따라 금융 및 세제 지원 등에서 차별화된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단기적 성과나 양적인 성과 제고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장기적 성과나 질적인 성과가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향선기자 hslee@nextdaily.co.kr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