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실제로 한국에서는 실패를 하게 되면 다시 일어서기가 쉽지않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회사가 실패하더라도 대표이사가 도의적인 책임 외에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대표이사도 같이 경제적으로 파산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행인 것은 몇 년 전부터 신보/기보 등에서 보증서를 발급받을 때 대표이사의 개인보증이 없어졌다. 즉, 이제는 신규로 보증서를 발급받은 업체의 경우는 대표이사가 개인 보증을 하지 않아도 된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자금인데 이번 칼럼에서는 자금조달에서의 실패에 대한 부분을 언급하고자 한다.

먼저 한동안 이슈가 되었던 키코 사건을 예로 들어보겠다.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일이지만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한 대표가 신용보증기금 보증서를 연장하기 위해서 지점을 찾아 상담을 하였다. 일반적으로 큰 문제가 없으면 연장해주는 편인데 당시에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고 한다. 지방의 신용보증기금 지점장이 보증서 연장을 신청한 중소기업 대표에게 외환 리스크가 없어야 심사에 통과될 수 있다는 명분으로 키코 가입을 권유한 것.

상당수의 중소기업 사장들은 경제문제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지 않고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의견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이 중소기업 대표도 신용보증기금 지점장의 권유에 따라 전달해주는 은행 담당자와 연락하여 키코에 가입을 하고 보증서 연장을 다시 신청하여 연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불과 1년도 되자 않아 키코가 큰 이슈가 되었고 리스크에 대한 충분한 설명없이(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입한 중소기업 대표는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했다.

또 다른 사건은 포항 지역에서 철장회사를 운영하던 후배의 사건인데 매출 500억 정도 운영하면서 여신을 200억 정도 사용하던 건실한 회사였다. 이 후배도 여신이 만기가 되어 연장하러 갔더니 대출 부분을 앤화 대출로 바꾸면 금리가 낮아지고 대출 금액도 증액해준다는 은행 지점장의 말에 선 듯 대출을 변경하였다. 200억의 여신을 사용하다가 400억으로 증액을 해주면서 소위 말하는 일부 꺽기에 의한 상품을 가입하면서 무리를 했는데 처음에는 이자가 많이 낮아진 것에 만족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엔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결국 부도가 나고 회사에 자금이 150억 이상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던 통장에 압류가 걸리면서 파산을 하게 되었다.

물론 위 두 사건이 다 금융 전문가의 조언에 의해서 본인이 판단해서 결정한 일이라 본인이 책임지는 것이 맞다는 의견에 동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고의적이든 호의적이든 조언을 해줄 때는 반대적인 리스크 부분도 같이 확실하게 알려 줘야하는데 하지 않은 점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업을 하면서 자기 자금으로 사업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는 말을 가끔 듣지만 내가 내 돈을 투자할 만큼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누가 나에게 투자를 하거나 대출을 준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사업은 모든 것을 걸어서 몰입을 해야 하고 특히 자금 부분은 본인이 많은 부담을 선행한 후에 외부 투자건, 대출이건 자금을 유치해야하며 자금 유치를 할 때는 본인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인식하에 정확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자금을 끌어들여야 한다.

앞의 두 예에서 보듯 본인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본인이 다 안고 가야하는 것이다.

투자유치도 결국은 다 빚인 것이다. 실제로 모 회사에 30억을 투자했던 투자사가 폐업을 하게된 피투자 회사의 장부를 실사하면서 주말이나 출장계획서 없이 지방에서 기름을 넣거나 식사를 했던 법인카드 사용내용을 근거로 횡령으로 고발하는 사건이 있었다.

회사의 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횡령했다는 이유였는데 투자자금의 회수를 위해서 직원들에게까지 민/형사상의 소송을 통해서 회수를 추진했던 사례로 당시 임원이었던 지인이 한동안 검찰 및 법원에 불려다니며 고생하다가 본인 개인 돈으로 일부를 변재하는 걸로 마무리하였다.

이렇듯 대출이든 신용보증기금 보증서이든 투자이든 내 돈이 아니면 다 빚이고 잘못되면 내가 다 책임져서 보상해 줘야한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 남의 돈은 절대 나에게 공짜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꼭 마음속에 새기고 사업을 해야 한다.

최형순 st0227@empal.com 필자는 이앤씨인터(한국설)의 대표이사이며 한양사이버대 해킹보안학과에서 보안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포렌식 서적인 “해커를 잡아라”를 집필하기도 했다. 다양한 분야의 사업기획 및 추진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중소 M&A 분야의 분석 전문가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현재 창업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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