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인생유격장
틈만 나면 선착순을 돌리는 통에
정신이 없다
정신 차리십시오, 선착순 10명
저기 보이는 나무를 돌아오는데
성적순으로 10명 자른다, 실시!
하나, 둘, 셋, …… 열!
똑바로 하십시오, 이렇게 해서
인생 제대로 살 수 있겠습니까!
나머지는 다시 선착순 10명
이번에는 저쪽 골대를 돌아오는데
집 평수대로 10명 자른다, 실시!
하나, 둘, 셋, …… 열!
헉헉헉, 흐억흐억
열 명 뒤로 나머지 열외!

한여름 인생유격장 뙤약볕 아래
수많은 인생들이 달리고 있다.

작가의 말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선착순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특히나 예전에 군복무를 마쳤다면 선착순에 대한 추억이 더더욱 짙을 것이다. 유격 훈련장에서 선착순은 PT체조의 반복 동작과 함께 악명이 높다. 훈련을 시키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선착순을 돌린다. 골대를 돌고 오라거나, 나무를 돌고 오라거나, 어떤 경우에는 언덕을 올라갔다가 오라고도 한다. 선착순의 공포는 순위 안에 들지 않으면 계속해서 돌아야 된다는 것이다. 순위 안에 들면 잠깐의 휴식을 취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계속해서 돌 수밖에 없다. 숨은 차지, 다리는 말을 안 듣지, 욕은 욕대로 먹지 정말 죽을 지경이다. 또 선착순 도는 태도가 불량하면 뒤에서 몇 명을 따로 불러 온갖 교육을 시킨다. 잘 뛰든 못 뛰든 열심히 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생도 선착순의 연속이다. 차지할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높은 연봉, 좋은 집, 좋은 대학, 좋은 차, 좋은 배우자 등 거의 모든 것이 한정되어 있다. 이 선착순에서 열외되면 참 피곤해진다. 개인 능력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연봉을 가지고 얘기해 보자. 높은 연봉은 누구나 선호하지만 모두가 받을 수는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발표에 따르면, 고용주, 자영업자, 무급가족종사자 등을 제외한 2015년 국내 임금근로자 중 상위 10%의 연봉은 6432만 원 이상이다. 그 이하로 내려갈수록 연봉은 줄어든다. 연봉이 준다는 것은 그만큼 쓸 돈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쓰고 싶은데 돈이 없으면 불행해진다. 더 이상 예전의 지고지순한 사랑만으로는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낼 수 없다. 경제적 안정은 행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되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연봉이 7만5천 달러까지는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우리 돈으로 8천만 원 이상이다.

선착순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선착순의 시대를 원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자기 손에 쥔 것과 남들이 손에 쥔 것을 비교하며 선착순의 시대를 한탄하고 증오해 봐야 자신의 몸과 영혼에 상처만 남게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선착순 안에 들까? 우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감사함을 가지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무실에서 일하든, 공장에서 일하든, 거래 하나로 고액을 받든, 음식을 나르며 최저시급을 받든 밝은 표정으로 일하면 누군가는 그 모습을 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보에 능통해야 한다.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나’로 만들 수 있는 방법과 길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 그것은 자격증일 수도 있고, 부동산 지식일 수도 있고, 더 나은 일자리가 될 수도 있고 책을 쓰는 일일 수도 있다. 처음부터 능통해지는 것은 없다. 찾고 또 찾으면 찾게 된다. 마지막으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중도에 포기하면 안 된다. 시작한 일이 힘들어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처음에 확신을 가지고 시작했다면 끝까지 해야 한다. 그래야 열매가 맺어지는 것이다. 베스트셀러를 많이 소유한 이지성 작가도 처음부터 유명 작가가 된 것이 아니다. 수많은 거절과 재도전 끝에 유명 작가가 된 것이다. 몇 번의 거절에 포기했다면 오늘의 그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저자 조앤 K. 롤링도 마찬가지이다.

선착순의 시대. 분명 기분 좋은 단어는 아니다. 선착순이라는 단어에서 경쟁과 치열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왕이면 조금 더 노력해서 선착순 안에 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최성원 기자 (ipsi1004@nextdaily.co.kr)는 컨설팅과 브랜드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아행컴퍼니의 대표이자 시인이다. 시집으로 「천국에도 기지국이 있다면」이 있다. 오랫동안 국어 강사를 하며 ‘하얀국어’라는 인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문학 작품을 소재로 한 칼럼, 인기 브랜드에 숨겨진 이야기를 소재로 한 기사, 우리 사회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두루 조명하는 ‘최성원의 초이스 인터뷰’ 등을 차례로 연재할 예정이다. 걷기와 운동, 독서와 집필, 사람 만나는 것, 그리고 야구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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