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이 나쁘다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고정관념의 순기능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방식대로 일을 처리하면 실패의 위험도 줄어들고, 일의 효율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상사가 어떤 일을 시켰다고 가정해보자. 그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그동안 사람들이 처리했던 방식과 자료 등을 참고하는 것이다. 훌륭하다고 칭찬받지는 못하더라도 욕먹을 위험은 줄일 수 있다. 적어도 평타는 친다.

그러나 이런 행동들이 반복된다고 생각해보자. 그 조직을 두고 발전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큰 곳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고정관념이 가져다주는 안이함에 갇혀 있기만 해서는 절대 큰일을 도모할 수 없으며, 그 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썩어버리고 말 것이다. 새로운 생각을 하지 않아 새로운 가능성을 차단해버리고, 그로 인해 비효율적인 일을 계속 비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일본 최대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에서는 5Why 기법을 도입해 이런 부작용을 막고자 했다. 어떤 문제가 있다면, 거기에 대해 적어도 다섯 번 ‘왜’라고 질문을 던져보라는 것이다.

1. 왜 그런가?
2. 이 정도로 괜찮은가?
3. 무언가 빠뜨린 것은 없는가?
4.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정말 당연한 것인가?
5. 좀 더 좋은, 다른 방법은 없는가?

이렇게 질문을 하다 보면,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으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이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새로운 방식을 생각하는 것은 머리가 지끈지끈, 뇌가 불편해지는 일이기도 하다. ‘왜’라고 질문을 던져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 자체가 기존의 상식, 권위 등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감내하려 할 때, 비로소 새로운 것이 탄생된다.

다이슨이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개발할 때 주위 사람들은 “그게 가능했다면 세계 최대 청소기 업체인 후버에서 진작에 내놓았겠지.”라고 그의 도전을 만류했다. 하지만 다이슨은 굴복하지 않았고, 5,000번이 넘는 실패에도 ‘이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단정 짓지 않았다. 그는 정확히 5,126번 기존의 고정관념들과 싸웠고, 마침내 승리를 이뤄냈다. 앞서 Pain 없이는 창업도 없다고 얘기했지만, 여기서 Pain은 어떤 문제(고통)의 발견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해결해나는 동안 창업자가 겪어야 할 인내(고통의 시간)를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는 지금부터 어떤 사물이든, 어떤 현상이든 조금 비틀어볼 필요가 있다. 의심 없이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꼭 저래야 할까?’라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어떤 것이든 ‘원래 그런’ 것은 없다. 자신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휴대폰은 전화와 문자를 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상식에 도전했고, 제임스 다이슨은 ‘진공청소기에는 먼지 봉투가 필요하다.’는 상식에 도전했으며, 쿨리스트 쿨러 창업자들은 ‘아이스박스는 음식을 시원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라는 상식에 도전했다.

무엇을 아무리 얇게 베어낸다 해도 언제나 양면이 있을 수밖에 없듯이, 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것이라도 그 속엔 언제나, 어떤 방식으로든 허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 틈새를 파고드는 것이 새로움, 그리고 혁신의 시작이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짐 콜린스(Jim Collins)가 그의 책《GOOD TO GREAT》에서 “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적이다.(Good is the enemy of great.)”라고 말했듯, 혁신가들은 ‘더 좋은 것’을 얻기 위해 때때로 ‘지금도 충분히 좋은 것’을 포기할 줄도 아는 사람들이었다.

전화성 glory@cntt.co.kr 씨엔티테크의 창업자, CEO이자 현재 KBS 도전 K 스타트업 2016의 심사위원 멘토이며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KAIST 학내벤처 1호로 2000년 창업하였고, 전산학의 인공지능을 전공하였다. 14년간 이끌어온 씨엔티테크는 푸드테크 플랫폼 독보적 1위로 연 1조 규모의 외식주문 중개 거래량에 9년 연속 흑자행진중이다. 경제학을 독학하여 매일경제 TV에서 앵커로도 활동했고, 5개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푸드테크, 인공지능, 컨텐츠 생산, 코딩교육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한 엑셀러레이팅을 주도하고 있으며, 청년기업가상 국무총리상, ICT 혁신 대통령 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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