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다보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재미있는 사업 분야를 많이 접하게 된다. 그런데 내가 잘 아는 분야가 아닌 것일수록 크게 대박날 것 같은 사업이 눈에 자주 띄게 된다. 2005년도 김성주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김성주의 아침마당’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재미있는 내용을 알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씹기만 해도 가슴이 커지는 껌이 있다’라고 하면서 한 회사의 껌 제품을 직접 보여주면서 15분가량 방송을 한 것. 처음에는 그냥 신기하게만 생각하다가 여성의 미용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점점 더 흥미가 느껴지게 되어 2007년도 일본 야마나시라는 조그마한 지방까지 찾아가 대표를 만나서 인수하게 되었다.

B2UP이란 브랜드의 여성호르몬 관련 제품을 생산하던 기업은 껌 사탕을 비롯해 커피와 화장품 영역까지 수십 가지의 제품군을 가지고 일본 내에서 성업을 하고 있었다. 이 회사의 제품 중 샘플로 5 박스를 받아서 여성들이 많이 근무하는 곳에 무상으로 테스트를 해본 결과 2/3이 이상이 효과를 보게 되었고 조금 더 달라는 재구매율이 60%가 넘었다. 67세의 모 여성 대표는 실제 음용한 후 여성 호르몬이 증가된 것을 체험하는 등 구체적인 결과를 확인한 후 인수하게 되었다.

이 제품은 그간 정상적으로 수입되지 않고 밀수로 수입돼 국내에서 사탕 한통이 8만~10만원에 강남권에서 암암리에 유통이 될 정도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런 인기가 있어 성공을 예상하고 일본에 법인을 세워 인수하였다. 본사를 동경으로 옮기고 1년간은 생산을 담당해주기로 하고 추진하였는데 인수 대금 외에 법인 설립 비용 등 수천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였다.

필자가 테스트했던 제품은 갱년기 여성들을 위한 여성 호르몬을 공급해주는 보조 식품류 였다. 이 제품은 칡성분으로 이루어졌다. 칡에는 암칙과 숫칙이 있는데 둘다 각 성호르몬이 함유돼 있고 동남아의 칡의 경우 국내산 칡의 1000배정도 많은 호르몬이 함유돼 있다. 갱년기 여성들은 여성호르몬을 처방해서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칡은 천연 호르몬제라 부작용도 없고 효과도 훨씬 좋다고 평가가 되었다.

앞서 말했듯이 샘플로 들여온 제품들을 3개월간 테스트했을 때 77%이상의 공식적인 효과를 확인하였다. 한의원에서는 환으로 제작하여 중장년 여성분들을 대상으로 테스트한 결과 뛰어난 효과를 확인하기도 하여 필자는 굉장히 고무되었다.

그런데 일본 동경에서도 기차로 몇시간을 가야하는 야마나시까지의 출장이 즐겁게 느껴질 때 문제점이 발생하였다. 여성 호르몬이 많다보니 국내 식약청에서 식용으로는 국내 수입 금지 품목이었다. 일본에서는 사용이 허가되었고 미국 등 16개국에 수출도 하고 있던 제품이었는데 국내에서는 식약청에서 식용금지 품목으로 분류되어있었다. 국내에서는 사료용으로 사용은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주로 돼지 발정제 등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청에 수차례 문의하였고 일본에서 합법적인 제품이라는 변호사 의견서까지 제출하였으나 결국 식용가능으로는 변경하지 못하였다.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와 몇 차례 상담하였으나 갈근(칡가루)이라고만 명시해서 수입하는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었다. 고민하던 차에 어떤 지인이 ‘칡냉면으로 만들어서 수입한 후 다시 갈아서 가공하면 어때?’ 라고 제안을 해 잠깐 흔들렸지만 옳지 않다고 판단해 결국 포기하게 되었다.

이렇게 외국에서 인기 있고 매출이 높은 제품이라도 나라마다 규제와 적용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숙지하지 않으면 필자처럼 실패하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술집이 불법이고 미국에 어떤 주는 대마초가 합법이고 어떤 주는 불법이다.

사업을 할 때 관련 시장에 대한 분석 보다 먼저 선행되어야할 일이 관련 법규, 제도와 원료에 대한 원활한 공급이 가능한 지를 확인해야한다.

최형순 st0227@empal.com 필자는 이앤씨인터(한국설)의 대표이사이며 한양사이버대 해킹보안학과에서 보안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포렌식 서적인 “해커를 잡아라”를 집필하기도 했다. 다양한 분야의 사업기획 및 추진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중소 M&A 분야의 분석 전문가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현재 창업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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