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지금까지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바꾸어왔다. 그들은 자기 자신이 겪고 있는, 혹은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불평불만에 관심이 많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때때로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전혀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꼭 저래야만 할까?’라는 의문을 품으며,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Why? → What if → Why not?

변화를 만든 사람들의 공통된 행동패턴은 다시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어떤 불편(고통)을 발견했을 때, 첫 번째로 ‘왜 그래야 하는지.’ 문제의식을 갖고 살펴보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그 문제를 다각도로 살펴보면서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저렇게 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가장 좋은 해결책을 찾아낸다. 마지막으로는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이것이 매우 중요한데, 그 어떤 위대한 일도 ‘생각하는 것’에만 그쳤다면 절대 세상을 바꿀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안 될 게 뭐 있어?’, ‘까짓것 한 번 해보자.’고 결심하며, 망설임 없이 행동에 옮긴다.

다이슨의 사례로 다시 돌아가 보자. 그가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만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는 다르게 생각했다.

‘Why not?(왜 안 돼?)’

해보지도 않고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것은 그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차라리 해보고 나서 안 된다는 것을 아는 것이 훨씬 속 편한 일이었다. 5,000번이 넘는 실패 속에서 좌절감도 느꼈지만,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Why not?’

그렇게 다이슨은 ‘왜 안 되는가.’에 집중해 기술적인 문제점들을 하나씩 풀어나갔고, 마침내 5,127번째 시제품을 성공시켰다. 더 놀랍고 재밌는 것은 이 연구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지금은 머리카락보다 200배나 작은 먼지 조각까지 걸러낼 수 있을 만큼 기술적인 진보를 이루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일단 실행하는 것. 그리고 멈추지 않는 것에 있다.

내가 아는 지인 중엔 항상 길을 가면서 어떤 매장이나 제품들을 보고 “아, 저거 내가 생각했던 아이템인데!”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다. 분명 아이디어는 뛰어난 사람이지만, 실행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단점이었다. 결국 세상은 아이디어를 실행에 빨리 옮긴 사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전화기 발명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 최초로 전화기를 발명한 사람을 미국의 발명가 벨(Alexander Graham Bell)로 기억하지만, 그보다 먼저 전화기를 발명한 사람은 일라이셔 그레이(Elisha Gray)였다. 하지만 벨이 그레이보다 2시간 먼저 전화기 발명 특허를 신청하면서, 전화기는 영원히 벨의 발명품이 되었고, 그레이는 역사 뒤편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스티브 잡스도 실행력이 남달랐던 사람이다. 1979년 제록스의 연구소를 방문한 잡스는 그래픽으로 된 UI(User Interface, 사용자 환경)와 마우스를 이용한 컴퓨터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세상을 바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연구소에 전시용으로 쳐박혀 있다니! 잡스는 조바심을 느꼈고, 한편으로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돌아오자마자 그 아이디어를 연구해 매킨토시에 적용했고, 시장에 출시했다. 뒤늦게 제록스가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제품을 출시하고 3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보통 창업을 결심하고 난 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물론 중요한 작업이지만,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붓는 것에 있다. 오히려 사업 계획서는 두껍고 완벽할수록 회사는 더 빨리 망할 수 있다. 고치고, 고치고, 거듭 고치는 사이, 많게는 수년의 시간이 흘러 고객의 니즈가 바뀌었을 수도 있고, 발 빠른 누군가가 동일한 아이템으로 시장을 선점했을 수도 있다.

그러니 항상 다른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제품을 보고, 뒤늦게 안타까움의 탄성을 지르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사업 계획서를 완벽히 만들고, 창업해야겠다는 생각은 접어두는 것이 좋다.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고, 세상일이란 것이 원래 계획한 대로 척척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60~70%의 계획이 섰다면, 직접 부딪히며 계획을 수정, 보완해나가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이다. 책상에 앉아 있기만 해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 현장에서는 발에 치일만큼 널리고 널려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러한 창업 방식을 일찍이 도입했다. 실패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빠른 실행을 위한 방법으로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이라는 경영 기법을 쓴다. 린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것이 아니라 빠른 속도로 프로토 타입(시제품)을 내놓은 다음, 시장의 반응을 토대로 제품을 수정해나가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자본과 인력이 제한적인 벤처기업 입장에선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하면서 보다 효율적으로 혁신을 추구할 수 있다. 또한 시장의 피드백을 계속 받으면서 제품을 수정해나가니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을 수 있고, 고객의 니즈도 즉각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 우리가 보기에 완벽한 듯 보이는 제품들도 처음부터 그런 모습을 갖추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엔 다들 초라했고, 볼품없었다. 전 세계 숙박 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Airbnb)가 그랬다. 지금은 투자하겠다는 곳이 줄을 서지만, 초창기엔 그 누구도 에어비앤비에 투자하고 싶지 않아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을 신원이 불분명한 관광객들에게 내어주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어떤 투자자는 처음 그들의 아이디어를 접하고 ‘끔찍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은 한 시간에 수백, 수천 명의 이용자들이 가입을 하고 있지만, 처음 사이트를 열었을 때만 해도 이용자 100명을 모으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그만큼 미래가 불투명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를 비롯한 공동 창업자들은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변화, 발전시켰고 마침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2014년 세계 100대 CEO 중 최고 실적을 올린 아마존(Amazon)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의 사례도 흥미롭다. 그는 과거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잘 나가는 금융맨이었다. 38살의 나이로 부사장 자리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를 이어가던 1994년의 어느 날, 잡지에서 ‘인터넷 규모가 1년 새 2300배 커졌다.’는 내용의 기사를 접하고,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무언가를 판매하면 대박을 칠 것이라 생각했고, 고민 끝에 ‘책’을 팔아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옷이나 액세서리 같은 것보다 관리하기도 쉽고, 배송도 수월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어떤 것들을 해나가야 할지 계획은 세우지 않은 상태였지만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일단 시작하지 않으면, 그 기회를 알아챈 다른 누군가에게 빼앗길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가 웹 사이트를 만들었을 때도, 모든 것이 다 완성되지는 않은 상태였다. 가능한 빨리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고, 이후에 발생하는 문제는 차근차근 해결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웹 사이트를 개설하고 3일이 지난 후, 야후 창업자 중 한 명인 제리양(Jerry Yang)의 제안으로 야후 홈페이지에 아마존의 사이트가 게시되는 기회를 얻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회사는 한 주에 850달러 남짓한 주문만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였다. 책 1권의 평균 가격이 10달러라고 했을 때, 한 주에 약 85권의 책을 소화할 수 있으며, 주5일 기준으로 하루에 17권을 배송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야후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후, 주문량이 미친 듯이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바로 그 주말에는 1만2천 달러 이상, 즉 1,200권 이상의 주문이 들어왔다. 아마존은 그렇게 급속도로 규모를 키웠고, 성장하기 시작했다.

성공한 기업을 보면서, 좋은 아이디어를 보면서 “대단하다.”, “난 왜 저 생각을 못했을까?”라고 부러움의 시선만 보냈었다면, 이제는 그 시선을 거두자. 몇몇 사례들을 소개했지만, 대단해 보이는 아이디어도 결국 아주 작은 아이디어를 ‘일단 실행에 옮긴 뒤, 점차 다듬어 온 것’이 대부분이다. 처음부터 뛰어난 아이디어, 완벽한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라는 이야기다.

나폴레옹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스러운 전투에서는 “일단 행동하고 본다.”고 했다. 열정만 있으면 된다, 무작정 뛰어들어라 이런 뜻으로 하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준비만 하다가 세월만 보내서도 안 될 일이다. 자기 자신이 발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고, 거기에 대한 해답이 보였다면 일단 시도하자. 좀 더 다듬어서, 좀 더 완벽히, 조금만 더 준비한 다음에…. 이렇게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실행에 옮기기가 더 어려워진다. 이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단 한 번의 시도다. 나머지는 상황이 닥치면, 그때그때 알아서 흘러간다. 정말이다.

전화성 glory@cntt.co.kr 씨엔티테크의 창업자, CEO이자 현재 KBS 도전 K 스타트업 2016의 심사위원 멘토이며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KAIST 학내벤처 1호로 2000년 창업하였고, 전산학의 인공지능을 전공하였다. 14년간 이끌어온 씨엔티테크는 푸드테크 플랫폼 독보적 1위로 연 1조 규모의 외식주문 중개 거래량에 9년 연속 흑자행진중이다. 경제학을 독학하여 매일경제 TV에서 앵커로도 활동했고, 5개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푸드테크, 인공지능, 컨텐츠 생산, 코딩교육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한 엑셀러레이팅을 주도하고 있으며, 청년기업가상 국무총리상, ICT 혁신 대통령 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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