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도대체 어디 갔나.
조금 전까지 빛발하며
자리 지키고 있던 녀석인데.
오십이 넘으니 좀처럼
찾을 수가 없네.
어렸을 때는 그것이
너무도 크고 빛나
사람들이 먼저 알아보고
기뻐하고 좋아했었는데.
책상이 높아지며
조금씩 흠이 생기더니
세상에 나가 여기저기
구르는 동안 모양도, 빛깔도
엉망이 돼버렸네
그나마 잘 간직하던 녀석인데
도대체 어디 갔을까.
옳거니, 여기 있네.
녀석하고는. 씨익.
아직도 심장 한 켠에
불 밝히고 남아 있네 그려.

작가의 말
“건물주가 되는 것이 목표이자 꿈이다.” 리우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정보경 선수가 기자회견장에서 한 말이다. 이 말로 기자회견장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정보경 선수의 원래 꿈은 대통령이었는데 유도를 직업으로 삼고부터는 꿈이 건물주로 바뀌었다고 한다.

건물주에 대한 꿈은 정보경 선수만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꿈이다. 직장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건물을 올려다보며 “아, 나도 월세 ‘따박따박’ 나오는 건물 하나 있었으면!” 하고 중얼거린다. 이들이 어린 시절이나 청소년기에 가졌던 꿈은 분명 건물주가 아니었지만, 어느 순간에 일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오는 구조를 꿈꾸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일을 하며 살아가기가 힘들다는 증거일 것이다.

어린 시절의 꿈을 성인이 되어서 이룬 사람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이런 통계는 내기가 쉽지 않겠지만 10명 중 1명이 채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어렸을 때의 꿈을 달성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꿈은 성장과정에서 자꾸 변한다. 또 어렸을 때 알고 있는 직업의 목록과 성인이 되어 가며 알게 되는 직업의 목록이 달라서 그럴 수도 있다. 어렸을 때 갖는 꿈의 목록은 그렇게 세밀하지 않다. 주로 널리 알려진 직업들을 꿈으로 꼽는다. 대통령, 군인, 교사, 법조인, CEO, 의사 등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안내해주는 꿈의 목록은 부모 세대가 결핍된 부분들을 안내한다. 요즘은 고용이 불안정한 시대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고용이 안정된 직업을 꿈꾸라고 안내한다. 그래서 많은 청춘들이 공무원 학원 등으로 몰리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자녀들은 꿈에 대해 안내를 잘 받지 못한 채 성장한다. 부모들도 다양한 직업에 대해 안내를 해주지 않을뿐더러 학교에서도 진로 지도가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자신의 꿈을 갖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인생의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꿈은 바뀌게 마련이지만 청소년 시기에 꿈을 갖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학업에 대한 열정이나 동아리 활동 등에서 차이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사실 꿈은 늘 바뀐다. 어떤 교육을 받느냐,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 어떤 직업을 갖게 되느냐, 어떤 부서에 배치되느냐 등에 따라 꿈은 자주 바뀐다. 그리고 인생의 사이클에 따라 꿈은 바뀐다. 청년의 꿈, 중년의 꿈, 노년의 꿈이 다르다. 이렇게 꿈의 형태는 다양해지지만 중요한 것은 꿈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꿈은 인생을 마칠 때까지 꿔야 한다. 사람이 꿈을 잃으면 삶의 의미가 없어진다.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다. 현재의 삶이 좋든 나쁘든 꿈을 가져야 한다. 꿈을 가질 때만 내일이 기대되는 것이고, 아침을 맞이할 때 설레는 것이다.

필자의 어렸을 때 꿈은 군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직업군인이 아니다. 지금 필자의 꿈은 다르다. 언젠가 둘째 아이가 아빠의 꿈을 물었을 때 대답해주면서 블로그 어딘가에 적어 놓았다. 물론 그 꿈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그것이 인생의 최대의 꿈은 아니다. 꿈은 시시각각 변하니까.

최성원 기자 (ipsi1004@nextdaily.co.kr)는 컨설팅과 브랜드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아행컴퍼니의 대표이자 시인이다. 시집으로 「천국에도 기지국이 있다면」이 있다. 오랫동안 국어 강사를 하며 ‘하얀국어’라는 인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문학 작품을 소재로 한 칼럼, 인기 브랜드에 숨겨진 이야기를 소재로 한 기사, 우리 사회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두루 조명하는 ‘최성원의 초이스 인터뷰’ 등을 차례로 연재할 예정이다. 걷기와 운동, 독서와 집필, 사람 만나는 것, 그리고 야구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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