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린 저 별을 ‘마그론’이라고도 부릅니다. 아름다운 마그론 별은 ‘프로방스의 피에르’의 뒤를 쫓아다니다 칠 년에 한 번씩 그 별과 결혼을 한답니다.”
“뭐라고? 별들도 결혼을 한다고?”
“그럼요, 아가씨”
아가씨에게 별들의 결혼이 어떤 것인지 설명하려는 순간, 뭔가 향긋하고 보드라운 것이 내 어깨 위에 가볍게 내려앉는 것을 느꼈습니다. 리본과 레이스, 그리고 물결치는 머리카락의 살랑거림과 함께 내 어깨에 기대어온 것은 바로 잠이 들어 무거워진 아가씨의 머리였습니다.
- 알퐁스 도데 ‘별’에서 -

이번 칼럼에서는 여러분의 ‘맵 인사이트(Map Insight)’를 도울만한 실제 공간정보 서비스 사례 모델을 소개하고자 한다.

2010년부터 진행되었던 국토지리정보원(www.ngii.go.kr)의 ‘인문지리정보 서비스’가 있었다. ‘있었다’라고 쓰는 이유는 지금은 아쉽게도 국토지리정보원 서비스 통합 과정에서 폐쇄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시사점이 있을 것 같아서 본 칼럼을 통해서 회고해 보려고 한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정부기관일 수 있으나, 공간정보산업에 종사하거나 측량•토목•건설 등 땅과 관련된 업무를 진행하는 업체에게는 국내 공간정보 물줄기의 발원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국가기준점을 통해 국토에 대한 위치 기준을 세우고, 모든 국내 지도의 기본이 되는 기초 지도를 구축하여 보급하며, 전국 및 지역 단위의 항공촬영 영상본을 제공하고, 국가 지명과 국토 통계자료 등 각종 국토와 관련된 정보를 취급한다. 최근 구글과의 지도 국외반출 승인 건에 대한 논의 주체 역시 이곳 국토지리정보원이다.

이 국토지리정보원에서 ‘국토와 관련된 인문지리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구축’을 발제한 바 있다. 지도 위에 도로나 시설물 현황을 표시하는 게 아니라, 국토와 관련된 문화, 역사, 사회, 경제(통계), 지명유래 등 인문지리정보를 공간정보 서비스로 제공하고자 하였다. 여기에 몇 가지 특징적인 요구사항이 덧붙었다. 인문지리정보 데이터는 시맨틱 검색이 가능한 온톨로지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인터페이스 부분에서는 2차원 지도와 3차원 지도를 모두 포함한 ‘지오웹플랫폼’이라는 단어가 과업지시서 상에 박혔다. 일반적인 지도 서비스가 아닌 차원 다른 시도에 대한 요구사항이라 할 수 있다.

요구사항의 특징적인 부분만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1) 국토와 관련된 인문지리정보를 수집하여 공간정보화한다.
2) 1)의 자료를 온톨로지 구조화하여 시맨틱 검색이 되도록 한다.
3) 2)의 자료를 2차원 및 3차원 지도에서 열람 가능하도록 한다.

일반적인 지도 서비스는 지도 위에 점, 선, 면의 공간정보를 표시하고, 이에 대한 속성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는 전자지도를 통한 공간정보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일반화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다. 다만 점을 표시하는 마커 모양이 다르고, 선의 굵기나 색상 등이 구분되며, 면에 대한 특정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것으로 차별화를 둘 뿐이다.

아래는 많은 사람들이 시설물 위치를 검색하고 길을 찾기 위해서 자주 사용하는 웹 포털지도 서비스 화면 중 하나다.(Daum 지도)

가령 조선 후기 거상으로 유명한 ‘김만덕’이라는 정보가 궁금해서 지도 서비스에서 검색하는 경우, 좌측에는 ‘김만덕’이라는 검색어에 관련된 검색결과 목록이 나타나며, 지도 부분에는 검색 목록의 위치가 마커 형태로 표시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에 대한 간략한 참고용 속성정보는 풍선말 형태를 통해 제공한다.

인문지리정보는 이와는 달라야 한다는 게 서비스 UI 기획의 초점이었다. ‘김만덕’을 검색한 사용자에게 ‘김만덕묘비’나 김만덕과 관련된 ‘모충사’ 등의 위치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서비스의 소임을 충실히 다했다고 할 수 있지만 기능에 비해서 다소 서운하다.

인문지리정보 측면에서 볼 때 사용자는 ‘김만덕’을 검색하면서 다음과 같은 정보를 얻고자 했다면 어떨까?

‣ 김만덕의 출생지, 묘비, 관련 문화유적이 위치한 장소
‣ 김만덕의 주요 활동지역 및 역사적 사건 발생지역
‣ 김만덕 관련 예술작품 공간(드라마와 영화 촬영장소)

그리고, 그 목록 가운데 한 장소를 선택하면, 그곳과 관련된 각종 관광 여행정보, 교통정보, 산업정보 등이 나타난다면 어떨까? 이러한 다양한 인문지리정보를 의미상으로 연결된 형태에서 지도 위에 표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에 대한 숙제가 주어졌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 고객의 ‘요구사항’이 프로젝트 마무리 시점까지 ‘요구사항’으로만 존재하는 경우가 있으며, ‘요구사항’이 ‘관심사항’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요구사항은 대응논리로 풀게 되지만, 관심사항은 그에 대한 스스로의 애정으로 풀어나간다. 더 이상 고객은 고객으로 머물지 않는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푸는 파트너가 된다. 비판이 아닌 토론을 하고, 지시가 아닌 고민을 한다. 이 경우, 단순히 프로젝트 완수 업무에 그치지 않고 ‘마이 베이비(My Baby)’라고 부를 수 있는 작품이 탄생한다.

프로젝트 명을 가칭으로 ‘코스모스(KOSMOS)’라고 정했다. ‘지식 지향 공간정보 매쉬업 온톨로지 서비스(Knowledge Oriented Spatial-information Mashup Ontology Service)’에 대한 약어로, ‘다양한 형태의 인문지리정보를 온톨로지 기반의 맞춤형 시각화된 정보로 공간정보 상에 제공하여 이용자가 지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인문지리정보 포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온톨로지 형태로 구축하기로 한 인문지리정보는 다음과 같은 각 인스턴스마다 온톨로지 맵(혹은 트리) 구조를 띄게 된다. 어느 시각에서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그릴 수 있으며, 실제로는 상하위 관계와 연관 관계로 나누어져서 개별 정보마다 상당히 복잡한 그림을 취하는데 이해하기 쉽게 예제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이러한 정보에 대해서 지금까지 지도 서비스에서 보여준 밋밋한 UI가 아닌, 차별화된 인문지리정보 UI를 만들어 보고자 했다. 프로젝트 명인 코스모스(KOSMOS), 즉 ‘우주’를 상징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로 ‘별자리’ 모양을 채택했다.

대부분의 지도 서비스가 천편일률적으로 마커를 지도 위에 딱 붙여서 표시하고 있다면, 이 서비스는 지면 바닥에서 하늘로 올라가서 별자리 형태를 추구하기로 했다. 반드시 마커를 지도 위에 붙여서 표시해야 한다는 법률은 없기 때문이다.

가령 ‘김만덕 묘’라는 특정 지점 정보를 지도에서 열람한다면, 기존 서비스처럼 김만덕 묘의 위치에 대한 표시는 마커 형태를 취해서 나타나긴 하지만, 이와 함께 의미적으로 관련이 있는 다양한 인문지리정보가 ‘별자리’처럼 펼쳐진다는 게 별자리 UI의 핵심사항이었다. 단순한 개별 마커로는 다양한 정보를 담는 데 한계가 있으며, 자료들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데에도 무리가 따르므로, 이를 지도가 아닌 상단의 넓은 하늘공간을 이용하여 펼쳐 보여주자는 게 의도였다. 그리고 그에 대한 개별 정보를 다시 클릭하게 되면 별이 떨어져서 나앉듯이 해당 지점으로 이동하여 표시한다는 발상이었다.

국내 대표 데이터 구축업체에서 방대한 인문지리 데이터를 구축하고, 온톨로지 검색 전문 업체에서 이를 온톨로지 KB로 재생성하고, 기능적인 추가 개발이 가능한 2차원 및 3차원 지오웹 엔진을 도입하여 해당 UI에 대한 기술 구현을 진행하여 프로젝트를 완성하였다. 방대한 데이터 구축 범위, 서비스 활용성 및 효용성, 사업 지속 진행의 당위성, 추가 예산편성의 한계 등의 문제로 이제는 자취를 감추게 되었지만, 기획적인 인사이트 측면에서는 꽤 의미 있는 서비스였다고 할 수 있다.

요즘은 지도 서비스 제작 시 대부분 지도엔진 관련 개발을 별도로 고려하지 않는 게 추세가 되고 있다. 구글이나 다음, 네이버와 같은 포털사, 국토지리정보원이나 국토교통부와 같은 곳에서도 다양한 지도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들 플랫폼의 API 제공 기능 정도를 활용하여 서비스를 구축한다. 장점은 개발공수나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이며, 단점은 해당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제한된 기능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비스는 다양하게 양산되고 있으나, 사용자 인터페이스 측면에서는 크게 특징적인 부분을 찾을 수 없다. 좀 더 다양하고 참신한 인터페이스가 나오면 지도 서비스를 이용하는 재미도 배가될 것 같은데, 너무 공개된 플랫폼에 종속적인 형태만 도출되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크다.

기획은 보편성 위에 차별성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가끔 일탈이 필요한 분야이다. 인사이트 과정은 더욱 그렇다. 마커는 지도에 반드시 붙어 있어야 하나? 마우스 더블클릭은 지도 확대 기능이어야 할까? 트리플클릭은 어떤 기능들을 쓰고 있나? 키보드의 방향키로 네이버 맵과 다음 맵을 조작해 보았는가? 방향키와 기능키를 결합하면 뭔가 다른 기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모든 호기심과 도전이 소소한 기획적 일탈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열심히 현업에서 별과 함께 양을 치듯이 지내다 보면, ‘유순한 양떼처럼 소리 없는 운행을 하던 수많은 별들 중,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려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잠들 듯’ 공간정보 서비스에 대한 인사이트가 스테파네트 아가씨처럼 찾아올 것이다.

임영모 0duri@naver.com 대학교에서는 국어국문학을 전공하였다. 컴퓨터잡지사 기자로 시작하여, 애니메이션, 출판, 모바일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후 GIS 업계에 종사한 지 10년이 넘었다. GIS 분야에서 전통적 GIS보다는 인문학 기반의 다양한 공간정보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지도를 통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시각과 활용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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