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자살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롯데그룹과 검찰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은 지난해 제2롯데월드를 둘러보는 노병용(오른쪽) 롯데물산 대표와 이인원(오른쪽에서 두 번째) 부회장 등의 모습. 사진=롯데그룹 제공
26일 오전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자살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롯데그룹과 검찰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은 지난해 제2롯데월드를 둘러보는 노병용(오른쪽) 롯데물산 대표와 이인원(오른쪽에서 두 번째) 부회장 등의 모습. 사진=롯데그룹 제공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롯데그룹 '2인자'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검찰 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관련 업계와 경찰에 따르면 26일 오전 7시10분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한 산책로에서 이 부회장이 넥타이와 스카프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경찰은 조사에 나섰으며 현장 인근에서 이 부회장의 차와 A4 4장 분량의 자필 유서를 찾아냈다.

시신 발견 당시 이 부회장은 반바지와 검은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 가로수에 넥타이와 스카프로 줄을 만들어 목을 맨 것으로 보이나 줄이 끊어져 바닥에 누운 상태였다. 이 부회장이 숨진 현장은 그가 평소 찾아와 머리를 식히던 곳이기도 하다.

또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유서 전문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부회장은 유서를 통해 "롯데그룹에 비자금은 없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먼저 가서 미안하다.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다"라고 전했다. 가족에게는 "그동안 앓고 있던 지병을 간병하느라 고생 많았다. 힘들었을 텐데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이에 경찰은 정확한 자살 동기를 밝히기 위해 유서 내용을 분석하고 있으며 시신을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고인의 아들과 롯데그룹 측 관계자를 통해 이 부회장이 최근 검찰 수사 등으로 힘들어했다는 사실을 이미 파악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자살 소식을 접하자 롯데그룹과 검찰 모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롯데그룹은 그룹의 '산 역사'인 이 부회장의 죽음으로 큰 충격에 휩싸였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1973년 롯데호텔 입사 후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룹에 충성한 '롯데맨'이다. 그는 1990년대 롯데쇼핑 관리이사와 부사장을 거치며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보좌했으며 2007년 정책본부 부본부장을 맡으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함께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1년에는 신동빈 회장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정책본부장 자리에 올랐다. 이때부터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의 경영 전반을 이끌어왔으며 지난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에는 신동빈 회장의 편에 서며 신동빈 회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 임직원들에게도 많은 존경을 받았다. 롯데그룹의 산 역사인 것은 물론 롯데그룹 오너 일가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부회장직에 오른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또 철저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업무 처리가 철두철미했으며 젊은 직원들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합리적인 경영자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빈 회장 역시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출근 직후 이 부회장의 자살 소식을 보고받았으며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관련 보고를 받고 말을 잇지 못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을 수사 중인 검찰 역시 애도를 표했지만 수사에 차질이 생긴 만큼 당혹감을 나타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검찰 출석을 앞두고 이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확인한 후 수사 일정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전날 이 부회장과 함께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을 불러 밤샘 조사를 벌이며 수사에 속도가 붙었지만 검찰은 일단 이날의 모든 계획을 취소했다.

특히 이 부회장의 부재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소환 계획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진심으로 안타깝고 고인에 애도를 표한다. 수사일정은 재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 부회장의 시신은 자실 장소 인근 장례식장에 임시 안치됐다가 부검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겨졌다. 유족은 롯데그룹 측과 빈소에 대해서도 합의했으며 빈소는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 마련됐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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