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아이템은 사람들의 고통과 불편을 발견하는 것에 있으며, 해결책을 찾아 행동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계속해서 강조했다. 그렇다면 일단 사람들의 불만이 무엇인지부터 찾아야 하는데, 그것을 어디서, 어떻게 찾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좋은 방법일까? 그 답은 자신이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쌓은 분야, 그리고 좋아하고 열정을 가진 분야에 있다.

일단 자신이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쌓은 분야에서 창업을 한다면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상태에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가 신입사원이었던 시절을 생각해보자. 대리, 차장, 부장들의 일들은 폼 나기 그지없다. 일에 대한 냉철한 판단력, 남다른 업무 노하우, 각종 이해관계자들과의 교섭. 하루 빨리 나 또한 그런 업무들을 맡아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불타오른다. 그런데 부푼 기대와는 달리, 매일 하는 일이라고는 복사를 비롯해 선배들의 뒤치다꺼리 등 잡일밖에 없다. 이러려고 회사에 들어온 게 아닌데! 기획서를 작성하고, 전략을 짜고, 사람들 앞에서 멋있게 발표하고 싶은데 좀처럼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회의시간엔 용기를 내서 밤새도록 고민한 아이디어를 조심스레 꺼내보지만 현실 가능성 없다는 평가를 받고, 채택되지 못한 상처받은 마음을 옥상에서 남몰래 달래본다. 그러다 갑자기 상사가 예상치 못한 일이라도 시키면 식은땀이 뻘뻘 난다. 마음이 조급하니 실수도 잦다. 잘 하고 싶은 의욕과는 자꾸만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 어떤 일을 해도 어리숙하고 매끄럽지가 못한 자신의 모습과는 반대로, 옆에 있는 3년차 선배는 어떤 일이든 당황하지 않고, 능수능란하게 처리한다. 그런 모습을 부러움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나는 언제쯤 저렇게 될까.’ 상상해본다. 선배는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 다 돼! 괜찮아!”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그런 날이 올까? 생각하다 어느덧 수습이라는 딱지를 떼었고,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니 업무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 ‘전문가’라는 소리를 듣기까지는 굉장히 오랜 시간에 걸친 자기개발과 노력이 필요하다.

창업을 할 때도 이와 마찬가지다. 자신이 잘 알고 있고 일정 기간 경험이 쌓인 분야여야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할 현실성 있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뛰어드는 것은 회사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 이제 막 회사 분위기를 파악하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대리, 차장, 부장, 아니 사장이 하는 일을 하려드는 것과 똑같다. 결과는 십중팔구 망할 수밖에 없다. 우여곡절 끝에 창업에 성공한다 해도 아주 오랜 시간동안 어마어마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시장 환경은 어떤지, 경쟁자는 누가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것부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정보들은 꽁꽁 차단되어 있어 접근하기조차 쉽지 않다.

그렇다고 경험이란 것이 꼭 직업적인 경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취미로 뜨개질을 하던 주부가 뜨개질 사업으로 성공하고, 요리가 취미이던 주부가 음식 사업으로 성공했다는 사례에서 보듯, 경험이라는 것은 평소 자신이 즐겨하는 취미생활이 될 수도 있다.

2013년에 시작한 ‘더콘테스트’라는 공모전 플랫폼 사이트는 설립 2년 만에 다수의 업체와 제휴를 맺어 약 700여 개의 공모전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6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5,000명 이상이 홈페이지를 방문한다. 이 스타트업이 이렇게 빠르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다름 아닌 CEO부터 구성원들까지 수년간 광고업계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았고, 그들만의 노하우도 있었으며, 여기 저기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받을 인맥도 충분했다.

이와는 반대되는 사례도 있다. 얼마 전, 스타트업들의 창업 아이템을 심사하는 자리에 참석할 일이 있었다. 그 가운데 중국에 한식 식재료를 유통하는 사업을 하겠다는 한 학생이 있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한식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지만 한국 식품을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학생이 생각한 아이디어는 앱을 통해 한식 조리법을 알려주고, 실제 그 음식을 만들기 위해 식재료를 주문하면 직접 한국에서 공수해서 보내주거나 중국에 진출한 한국 유통업체들과 제휴를 맺어 배송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심사위원단은 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 분명 한국과 한식에 관심을 가지는 중국인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사회적 흐름이고 트렌드다. 게다가 중국 시장은 세계 최대의 소비 시장으로 시장성도 어마어마하게 크다. 그러나 문제는 창업자의 역량이다. 결국 한국이 아닌 중국 현지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것인데, 정작 중국에 대한 정보와 경험이 부족하고 중국어도 할 줄 모른다는 것이 문제였다. 중국의 택배 시스템, 식재료 수출에 대한 정부의 허가 문제, 중국 현지 유통업체와의 제휴, 중국 시장에서의 홍보 등 따져봐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은데 말이다. 이것은 몇 십 년 경력의 현지 전문가가 한다 해도 실제로 구현하기가 상당히 어렵고 까다로운 사업 모델이었다. 그 학생의 말을 곰곰이 듣고 있던 한 심사위원이 그에게 말했다.

“본인의 역량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분명 아이디어도 좋고, 중국이라는 시장 자체가 탐나는 시장인 건 확실하지만, 본인이 너무 모르는 부분에 대해 사업을 하려고 하는 건 아닌가 싶네요.”

하지만 단지 잘 알고 있다고 해서 성공할 수는 없다. 논어에 보면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락지자(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知者)’라는 말이 있는데, 무엇을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뜻이다. 즉, 전문성을 갖는 것만큼이나, 아니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이 자신이 그 일을 충분히 좋아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일을 좋아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별것 아닌 것처럼 느낄 수도 있겠지만, 실로 이것이 갖는 힘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 서비스 벤처 레진엔터테인먼트는 2013년 6월 ‘레진코믹스’라는 유료 만화 서비스를 선보이며 웹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누군가는 만화를 유료화하는 비즈니스 모델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그러나 레진엔터테인먼트는 그러한 사람들의 편견을 보기 좋게 깨고, 설립 첫 달부터 1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적을 이뤄냈다. 현재는 700만 회원을 보유한 대한민국 최대의 만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그 비결은 아주 단순하다. 만화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똘똘 뭉쳤기 때문이다. 경력사원을 뽑을 때는 해당 업계에서 가장 전문가로 불리는 사람들을 스카우트했고, 신입사원을 뽑을 때는 가장 첫 번째로 “만화를 좋아하세요?”라고 묻는다고 하니, 말 다 했지 않은가?

사업은 지난하고 기나긴 싸움이다. 이제 갓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다른 기업들이 봐주거나 배려해주는 일은 절대 없다. 먼저 높은 곳에 올라간 기업들은 후발주자들이 쫓아오지 못하도록 그들이 붙잡고 올라온 사다리를 걷어 차버리기도 한다. 창업시장은 그야말로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치열하고 잔혹한 ‘전쟁터’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치지 않는 열정을 가지고 꾸준히 몰입할 수 있는 힘은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쌓은 분야’
‘내가 좋아하고, 열정을 가진 분야’

위 두 가지에서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고 만다.

전화성 glory@cntt.co.kr 씨엔티테크의 창업자, CEO이자 현재 KBS 도전 K 스타트업 2016의 심사위원 멘토이며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KAIST 학내벤처 1호로 2000년 창업하였고, 전산학의 인공지능을 전공하였다. 14년간 이끌어온 씨엔티테크는 푸드테크 플랫폼 독보적 1위로 연 1조 규모의 외식주문 중개 거래량에 9년 연속 흑자행진중이다. 경제학을 독학하여 매일경제 TV에서 앵커로도 활동했고, 5개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푸드테크, 인공지능, 컨텐츠 생산, 코딩교육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한 엑셀러레이팅을 주도하고 있으며, 청년기업가상 국무총리상, ICT 혁신 대통령 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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