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핵심은 기업가적 도전정신을 가진 CEO이다. 스타트업 CEO는 그들이 처한 현실조건에 구애됨 없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사업적 도전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제안하거나 기존에 있던 것이라도 전혀 다른 효용으로 새롭게 세상에 제안할 때 가장 큰 성취감과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도구는 혁신과 창의이고 기업가적 도전정신은 그들의 기질이다. 이러한 기질을 발휘하여 새로운 고객가치를 찾아내고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낸다. '그것 봐 내 말이 맞잖아요!'라고 자신이 제안한 새로움을 입증하고 사업적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불굴의 도전정신과 열정적인 기업가정신을 불태워 나간다. 스타트업 도전을 통해 부를 이루고 이렇게 이룬 부를 자신과 사회를 위해 제대로 쓰고자 한다. 이것이 원론적 의미의 스타트업 CEO이다. 한 마디로 멋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 외의 것은 부족한 것 투성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술혁신이 뛰어난 스타트업 CEO는 기술 이외에 많은 것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창의적 사업 아이디어가 뛰어난 스타트업 CEO는 창의성 이외의 것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영학을 전공한 스타트업 CEO는 학교에서 배운 이론적 지식 이외의 모든 것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새롭게 도전하는 스타트업 CEO는 자신이 그만 둘 때 직위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새롭게 도전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운영하거나 과거에 자신이 싫어하던 예전 회사의 조직관행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쉽게 말하면, 스타트업 CEO는 사업 아이디어와 모델을 내고 깃발을 들었다는 것 외에는 사업에 필요한 대부분의 요소가 부족하여 항시적 위험상황을 초래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스타트업의 기본 메카니즘은 무엇인가? 그냥 막 창업만 하면 되는 것인가? 변화와 혁신의 기회를 찾고 이에 맞는 사업모델로 창업의 깃발을 드는 것만도 어려운데,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스타트업은 성공을 위한 목표적 행동이 아니라 도전만 해도 대단하게 여겨지는 과정적 사회활동인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 생각이다. 그렇다면 현재 단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실질에 기반한 스타트업 도전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일 것이다. 우연적이거나 임의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제외하면 스타트업의 도전과 발생, 생존과 성장, 성공과 확산의 발전적 순환고리가 만들어 지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생태계가 있어야 한다. 만일 이러한 비즈니스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충분히 숙성되어 있지 않다면 이는 스타트업의 실패율 증가와 성공율 하락으로 나타나며 이에 따른 사회적 손실은 불가피하다. 스타트업의 실패는 피할 수 없지만, 교훈을 만들지 못하는 실패와 이러한 허망한 실패의 반복은 사회적 자산낭비이며 혁신을 통해 보다 나은 가치를 창출하려는 열정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앞으로 우리가 제대로 된 창업 기업가와 스타트업 사업역량을 내실 있게 키워나갈 수 있는 방향을 충실하게 견지하지 못한다면 이는 단순한 과정 상의 실수가 아니라 근본적인 오류가 될 수도 있다.

스타트업을 위한 사업 생태계 구축이 환경적인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면 CEO와 파트너십을 이루어 창업기업의 도전과 성장을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할 스타트업 CFO는 가장 중요한 내부적 역량요소이자 인적 요소이다. 스타트업 CFO는 사업의 실패율을 제고하고 성공율을 높이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신생기업이긴 하지만 스타트업이 제대로 된 성장을 이루고자 한다면 CEO 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즉, 필요조건은 충족되었지만 핵심적인 조건이 갖추어 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스타트업 CEO의 핵심적인 장점과 가치는 위에서 충분히 언급하였다. 하지만, 말로만 하는 사업이 아니라 돈이 움직이는 실제 사업을 해야 한다면 스타트업 CFO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도 내부의 핵심 파트너가 반드시 필요하다.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고 하지만, 스타트업 CEO들에게 물어보라. 외부 전문가에게 필요할 때 원활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는지? 그리고, 미묘하고 미세한 속사정이나 중장기 전략까지 내부자의 입장에서 충분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는지?

스타트업 CEO가 사업모델과 비전을 말한다면 스타트업 CFO는 이를 현실적인 계획과 사업적 숫자로 표현하고 나타낸다. 즉, 사업과 재무가 동전의 양면으로 각각의 면이 한 치의 차이도 없이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를 현실화하기 위하여 사업전략과 계획에 따르는 재무계획과 실행이 뒤를 받쳐 주어야 한다. 이러한 CFO 파트너십이 없다면 스타트업의 실패율은 급격히 증가되며 이에 따라 성공율의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것은 통상적으로 이야기 하는 '스타트업은 원래 실패가 많다'는 범주를 넘어서는 것이다.

아직은 규모가 작아서 CFO가 필요 없다거나 대우를 충분히 해줄 수 없어서 채용을 할 수 없다는 말은 스타트업의 관점으로 보면 그 말 자체가 오류이다. 스타트업 기업은 특이한 면을 가지고 있다. 기업의 규모는 소기업인데 시작하기 전부터 외부 투자유치와 기업가치와 같은 전략적 재무 문제들이 경영이슈의 핵심으로 나타난다. 더불어, 최소 3년에서 5년을 (어떤 경우에는 5년에서 10년을) 바라보는 중장기 경영전략과 계획의 문제도 당연하게 나타난다. 소기업 창업이나 개인기업 창업에서는 별로 나타나지 않는 이슈들이다. 이러한 양상은 스타트업 기업이 일반 소기업이나 개인기업 창업과는 다르다는 것을 나타내며,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재무를 모르는 CEO 혼자 사업모델과 기업가 정신만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것은 도전이 아니라 무지에 따른 무모함으로 실패를 자초하는 일이다. 물론, 외부 전문가 자문도 듣고 스스로 공부하고 경험해 가면서 대응해 나갈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실패율을 증가시키게 될 뿐이다. 결국 사람으로 풀어야 한다. 스타트업 만의 고유한 특징과 방식으로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CEO 자신에게 물어보라. 자신은 왜 스타트업을 하는가? 자신의 대답과 같은 대답을 가지고 있는 CFO는 절대로 없을 것이라 처음부터 단정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CEO들이 그렇듯이 스타트업 CFO들이 지천에 깔린 듯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CEO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사람으로 풀어가야 한다면 그 첫 번째가 CFO이다. 스타트업 CFO를 확보하는 과정도 사업이다. 만약에 확보한다면 사업과 재무의 양 날개를 장착한 것이다. 실패와는 좀 더 멀어지고 성공과 좀 더 가까워지게 된다.

심규태 ktshim@cfoschool.com 2000년부터 한국CFO스쿨을 통하여 CFO 직무와 역할을 본격적으로 한국에 도입하였으며,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성공을 위해서는 CEO의 기업가 정신과 제대로 된 CFO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제대로 된 재무적 기업가치창출 경영을 위해서는 유능한 CFO 육성과 CEO 재무리더십 강화를 필수 조건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CFO스쿨 대표이자 부설 스타트업 아카데미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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