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현의 열애 소식으로 자못 분개해 마지 않는 헤테로 시스 남성들 (cisgender, heterosexual males)이 이 땅에 많은 것 같다. (시스젠더(cisgender)라 함은, 성 정체성이 타고난 성별과 일치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 이성애자(heterosexual)인 것과 더불어 성적 소수자들에게는 기득권을 가진 이들이라고 한다. ) 한국에서 아이템(item)이라는 말은 게임을 하는 이들에게는 퀘스트(quest)를 통해 획득하는 전리품들을 일컫는 말로 주로 쓰이지만, 영어에서는 상품 항목, 메뉴 항목 등의 흔히들 아는 일반적인 의미 외에도 an item은 사귀는 사이엔 두 사람을 가리킬 때에도 종종 쓴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헌신적인 상대(committed partners)라서 마치 한 사람(one person)이 된 것처럼 느껴지면 사귀는 사이이건 결혼한 부부이건 an item이라고 표현한다.

누군가를 사귀는 romantic relationship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종종 영어와 의미가 달라서 실수를 할 수 있는 표현들도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open relationship이다. 이 표현은 페이스북에서 ‘자유로운 연애 중’이라는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어서, 무심코 이 표현을 체크해 놓은 사람들이 꽤 보인다만, 영어 원래 표현으로는 참으로 오해의 소지가 클 수 있는 표현이다. 아마도 저 표현을 선택한 많은 한국인 이용자들은 그냥 누구가에게 얽매이지 않고 파트너와 거리를 두고 자신의 심리적인 거리를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자유로운 연애 중’을 선택한 것 같다.

그러나, 영어 표현 open relationship의 원래 의미는 사귀는 상대가 있는 사람이 그 상대의 동의를 얻어서 다른 이들과도 자유롭게 만나서 사귀는 관계를 말한다.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에는 이 카테고리가 없지만) open marriage 라고 해서 배우자의 동의 하에 다른 이들과 사귀는 결혼 생활을 가리키는 표현조차 있다. 물론 넓은 의미에서 다른 이들을 사귀는 것도 자유로운 행위이므로 ‘자유로운 연애’라는 번역이 전적으로 틀렸다고 볼 순 없다만, 한국어로 자유로운 연애를 체크하는 순간 영어권 원어민들은 당신이 사귀는 상대가 있으나 한국인 치고는 파격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진정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생각할 공산이 크다.

페이스북에는 한국어 번역 버전은 없지만 영어로는 두 가지 관계 표현이 더 있다. 하나는 civil union으로, 동성결혼이 불법인 많은 지역에서 동성애 커플들이 자신들의 관계를 나타낼 때 쓰는 표현이다. 또 하나는 domestic partnership으로 ‘동거(cohabitation)’를 뜻하는 말로, 이성애자와 동성애자가 둘 다 쓸 수 있으나, 동성애자들이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 ‘파트너’란 말 역시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표현들도 있어서, 양쪽에서 다 쓰이지만, 동성애자가 자신이 사귀는 상대를 일컬을 때 my partner라고 많이 한다. 물론 이성애자들 중에서 나이도 있고 오래 사귄 남자친구를 이젠 boyfriend라 부르는 게 쑥스럽다며 my partner 라고 부르는 여성도 본 적은 있다.

어떤 형태의 relationship에 있건 이들은 다 하나의 항목(an item)이기는 하다. 관계의 유형이 다양할 수 있다는 것 혹은 주제가 무엇이든 다양한 가치관을 알고 받아들이는 첫 걸음은 그를 담아내는 표현을 아는 것이다.

Joyce Park rowanee@naver.com 필자는 영어를 업으로 삼고 사람에게 가서 닿는 여러 언어 중 영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한다. 현재 인천대학교에서 교양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영어 교재 저자이자 영어교수법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