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각자 잘하는 분야가 있다. 단지 사는 게 바빠서 그게 무엇인지 자각하지 못하고 사는 것뿐이다. 무엇을 잘하는 지 알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재밌을 거 같은 다양한 분야를 접해봐야 하는 데 하루 24시간을 초단위까지 쪼개서 살라고 하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느껴질 뿐이다.

다행히 필자는 언어를 공부하는 데 재미가 있어 얼마 전부터 중국어 공부를 다시 하고 있다. 10년도 훨씬 전, 직장에서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직원들 중 지원자에게 중국어 학습 기회를 제공한 적인 있었는 데 그때 8개월 정도 공부한 이후 다시 접하니 기억나는 부분도 있지만 새로운 시작이나 다름이 없다. 교재의 스타일도 많이 바뀌어 있었다. 영어 교과서가 “I am a boy”라는 말도 않되는 표현이 버젓이 첫 페이지에 인쇄되어 있고, “I’m fine, and you?”가 입에 달라붙을 정도로 외우던 시절이었으니 지금은 변화되어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수업을 듣는 중에 의문점이 스스로에게 들었다. 요즘 한국 어디를 가나 외국 관광지 어디에서든 중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은 그룹을 자랑하고 중국 시장이 황금 시장인 듯 모든 기업이 진출 기회를 찾느라 열을 올리고 있는 지금, 과연 나는 중국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중국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언어를 공부하려면 그들의 문화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중국어를 배우면서는 그런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거리상으로 가깝고 음식이나 한자가 익숙해서일까? 아니면 지금 중국인들이 한류에 빠져서 한국이라면 무조건 좋아한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까? 중국은 말 그대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가 허접하다는 경험은 이제 시대 착오적인 생각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중국인 이미 인터넷 강국으로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고 온라인 쇼핑은 물론 모바일 쇼핑도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고 곧 국내 항공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예측이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이제 “만만디”는 역사 교과서에서나 찾아 볼 수 있는 표현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중국인 친구에게 놀이 문화에 대해서 물어 봤더니 젊은 친구들은 인터넷/모바일 게임에 빠져 있고 30대 이상은 마작을 한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마작은 한국인 모두가 화투를 하면서도 자랑스럽게 말하지 않는 것처럼, 중국인들도 똑같다고 하며, 놀랍게도 “장기”를 아냐고 물어봤다. 참고로 친구는 30대 중반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장기를 즐기지는 않지만, 전통을 중시하는 중국의 성향에 맞게 장기를 두는 법은 거의 알고 있다고 한다. 바쁘게 살아가는 젊은 친구들 조차도 전통을 중시하는 분위기는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전통은 지나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느껴지는 데, 중국인들은 전통을 지속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는 컬럼을 통해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중국 문화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한국에서는 장기(將棋), 일본에서는 쇼우기(將棋), 중국에서는 상기(象棋)라고 표기하는 이 게임은 지금 모바일 게임 메뉴에서는 보드게임으로 분류가 되지만 사실 전략 게임에 가깝다. AD 6세기 무렵 현재의 파키스탄 지역에서 행해지던 차투랑가(Chaturanga)가 서양에서는 체스(Chess)로, 동양에 는 장기의 형태로 전해진 것으로 보는 견해가 가장 지배적이다. 다른 부분은 동일하지만 한국의 장기알은 팔각의 형태를 가지고 있어 다른 나라와 구분된다. 또한 바둑은 돌을 사용하기에 기(碁), 장기는 나무를 사용하기에 기(棋)를 사용하였다. 장기의 지금 형태는 중국 송나라 시절로 보고 있다. 장기에는 초(楚)나라와 한(漢)나라가 등장하는 데, 역사를 바탕으로 구성된 것으로 진시황의 천하통일 시절 이후 유방(劉邦)과 항우(項羽)의 전쟁으로 항우의 한나라가 승리했던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라가 붉은색인 이유는 한나라가 승리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항우가 유방보다 연장자였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장기의 군대는 상(코끼리부대), 마(기마부대), 포(화포부대), 차(전차부대), 졸(보졸부대)로 구성되어 있어 있다. 의미를 이해하면 각각의 움직임이 왜 그렇게 정해졌는 지 이해할 수 있다. 게임 방식은 찾아보면 쉽게 알아 볼 수 있으니 한국 장기와 중국 장기의 차이점을 얘기하는 것으로 문화적인 접근을 해보면 재미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한국 장기는 각각의 크기가 다 다른 데 비해 중국 장기는 모두 크기가 같다. 왕정 시대의 정치적인 힘의 배분 차원으로 이해하면 크기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다. 진시황 통치 이후 왕 중심의 정치를 피하고 싶었던 민심의 반영이 아니었을까? 또한, 중국의 장기에서는 궁안에서 왕은 직선으로 사는 사선으로만 움직이지만, 한국 장기는 왕과 사가 자유롭게 움직인다. 중국인들과 어울리면 재밌는 부분이 모두 큰 소리로 자기 의견을 내지만 언제나 연장자나 그룹 내 서열로 결론이 내려지는 경향이 있고 일단 결정되면 모두 따르게 되는 데, 한국의 분위기와는 약간 다른 걸 느낄 수 있다. 이는 한국 장기는 장군을 부르고 왕을 떨어뜨려야 게임이 끝나기 때문에 병력의 크기와 관계 없이 장군을 연속으로 막아내면 비기는 경우가 많은 데, 중국 장기는 같은 방법으로 연속해서 장군을 부를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승패가 결정된다. 이런 부분들이 왜 그랬을까? 라는 질문을 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깊게 파고들 필요는 없다.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면 그대로 ‘아 그렇구나’ 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인 듯 싶다. 우리는 역사학자나 문화학자는 아니니까. 그냥, 그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구나 라는 부분이 많아지면 어느 순간 이 상황을 중국인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느낌이 온다. 학위 논문을 쓸 게 아니라면, 그거면 충분하다.

장기라는 게임을 두고 한국에서는 단군이 만들었다는 설도 있고 중국의 보수성과 한국의 개방성을 비교하는 등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많다. 그런데 필자가 아쉬운 부분은 대다수의 글들이 한국의 장기가 중국의 그것보다 더 우수하다 내지는 더 오래됐다 등 어떤 것이 더 나은 것이고 어떤 것이 더 못한 것인가에 대한 비교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유사하지만 다른 문화들이 많다. 장기도 그 중 하나일 것이고 음식 조리방식, 주거 문화, 의복 직조 방식 등 유사성과 독창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모두 사람이기 때문에 같은 목적을 가지고 환경을 이용하고자 했기에 각각의 방식으로 발전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나라를 이해하려면 전통적인 문화를 어느 정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화의 틀림을 찾지 말고 다름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면,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 미간에 주름을 잡기 보다 입가에 주름을 잡으며 보다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최대선기자 demian71@nextdaily.co.kr 직장인의 삶, 바쁘기만 했던 19년을 과감히 접고 행복을 찾아 세계 다른 지역의 친구를 찾아 여행을 다니고 있는 울타리 밖으로 나온 영혼을 자처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 지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는 데, 혼자 놀기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아이템을 찾아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 같이 놀기, 여행가서 현지인처럼 놀기 등 혼자 놀기를 같이 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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