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을줄 모르는 핀테크 열기 속에서 이제는 다양한 형태로 핀테크를 실생활에서 접할 수가 있게 됐다. 한국의 P2P 대출의 대표주자인 8%는 플랫폼을 통한 올해 누적 투자액이 총 200억원을 넘어섰으며,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의 누적 송금액은 1조를 넘어섰다. 올해 가장 인기있는 핀테크 분야 중 하나인 로보어드바이저 시장도 이번 한국 금융당국의 테스트베드 운영을 통해서, AIM 등 다양한 스타트업이 서비스를 런칭할 예정이다. 내년 상장을 예상하고 있는 핀테크 공룡인 알리바바의 Ant Financial는 67조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았으며, 지속적인 핀테크 투자액 증가하는 상황등이 핀테크 혁신이 단기적으로 끝날 유행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필자가 생활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금융당국은 지난 8월 24일 금융당국 건물내에 Looking Glass라는 자체 이노베이션 랩을 오픈하였다. 올 한해만 굉장히 많은 수의 이노베이션 랩들이 오픈하였지만, 금융당국이 자체적인 이노베이션 랩 오픈을 통해 샌드박스 형식의 다양한 실험을 해나가려는 노력들은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 올해 11월에는 싱가포르 정부가 연내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로 준비중인 핀테크 페스티벌을 통해서 금융당국이 운영하는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한 글로벌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데모 데이도 있을 예정이다.

금융이 발전되어 있는 대부분의 나라의 대표적인 금융기관들은 최근 몇년간 자체적인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새로운 혁신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늘려가고 있다. 벌써 퓨처스랩 2기를 운영한 신한금융은 최근 새로운 핀테크 플랫폼인 판을 통해, 기존 2­3일이 걸리던 해외 송금을 5분만에 완료하고 수수료도 저렴한 핀테크 솔루션 등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바일 결제 솔루션이 연결된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해진 인프라 덕에 굉장히 빠른 속도로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앞으로의 변화는 더욱 빠를 것으로 기대가 된다.

새로운 기술과 혁신으로 기존 금융 시장을 위협하며 들어오는 핀테크 스타트업 진영과 변화를 받아들이며 진화하려는 전통 금융권의 경쟁에 누가 승자가 되고 어떤 식으로 업계가 변해갈지는 알 수 없지만, 경쟁과 협력이 다양한 형태로 늘어갈 것은 모두가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싱가포르 금융당국에서 업계 조사를 통해 정리한 100 problem statements 가 핀테크 시장 방향성을 보여주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주요 섹터들을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KYC / Identity Authentication : 모바일화와 자동화를 위해선 비대면 계좌 오픈 등을 위한 기반 기술과 보안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2. RegTech : 점점 더 스마트해지는 인공지능과 새로운 혁신들을 뒷받침할 규제 자체도 혁신이 일어나야한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다양한 기술들이 금융 당국과 정부 부처에도 많은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3. Trade Finance : 블록체인을 사용한 분산화된 인보이스 검증이나 Smart Contract 등이 국제 거래에 많은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4. Insurance : 아직까지도 개발 여지가 많고, 혁신 초기 상태인 분야가 보험이다. 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소비자와 보험사 양쪽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혁신이 기대된다.
5. Financial Literacy : 소비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 재무에 도움을 주는 간단한 툴들부터 게임화된 투자툴까지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태어나고 있다.
6. Financial Inclusion / SMEs : 핀테크 혁신이란 것 자체가 기존에 있던 시장을 더 효율적으로 키워주는 부분도 많지만, 더 중요한 것이 기존 금융에서 혜택을 받지 못했던 중소기업 등에게도 금융 혜택을 줄 수 있는 등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혁신이 더 큰 호응을 얻을 것이다.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들이 출시되고 있다.
7. Payments : IoT 등의 기술과 API 등을 통한 플랫폼 구축을 통해, 결제 이상의 혁신들을 가져올 것이다.
8. Portfolio Management : 로보어드바이저나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국제 환결제 처리 기술 등의 혁신이 기대되는 분야이다.
9. Capital Markets : 투명한 프로세스와 기술을 통한 효율 개선을 가져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혁신이 보여질 수 있다.

성공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글로벌 트렌드를 정확히 알아서 큰 방향성을 이해하고, 혁신의 현재 위치와 각 나라 혹은 스타트업의 역할과 필요 등을 명확히 아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금융 그룹들과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협력하여, 글로벌하게 좋은 케이스스터디를 만들어가는 것들이 많이 보여지길 기대해본다.

조승현 joe@marvelstone.co 싱가포르 소재의 마블스톤 그룹(Marvelstone Group) 공동 창업자 및 회장. 한동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과 경영을 전공하고, 28세에 싱가포르로 넘어가 리오니 힐 캐피탈 (Leonie Hill Capital) 이라는 금융공학 (Quant) 헤지펀드와 원 아시아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One Asia Investment Partners) 란 금융그룹을 창립하였다. 마블스톤 그룹은 조승현 회장의 세번째 금융 그룹이다. 이스라엘과 러시아를 포함하는 큰 범위의 아시아를 주 시장으로 하며, 금융사 인수와 스타트업 투자를 통한 핀테크와 스마트 시티 (Smart City) 관련 집중하고 있다.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 와 금융을 기반으로 한 혁신 (Innovation) 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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