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찾았다면, 이제는 그 문제가 정말 맞는지 고객에게 물어봐야 한다. 만약 이 단계를 뛰어넘은 채로 솔루션을 개발한다면, 최악의 경우 아무도 사주는 사람이 없어서 제품을 폐기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사례가 하나 있다.

우리에게 발명가로 친숙한 에디슨은 1869년, 의회 전기 투표기를 개발해 첫 번째 특허를 따낸다. 이 발명으로 의원들은 앉은 자리에서 버튼만 누르면 투표할 수 있게 됐고, 곧바로 결과 집계까지 알 수 있게 됐다. 지금 생각해면 정말 혁신적인 발명품이었지만, 의원들은 이 발명품에 대해 거부감을 가졌다. 편리하고 신속한 투표도 중요하지만, 정치적으로는 투표가 빨리 되는 것이 그리 좋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치 쟁점에 대해 시간 끌기 전략이 필요할 때도 있고, 로비를 벌이는 등 정치적 활동도 해야 하는데 그 모든 기회가 없어졌던 탓이다.

그렇게 에디슨의 첫 발명품은 기발했지만, 결국 아무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작’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때부터 에디슨은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더라도 고객이 원하지 않는 제품은 개발하지 않겠다고 결심했고, 현장을 직접 다니며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뒤에 발명하기 시작했다.

문제를 검증해야 하는 이유
문제 검증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품을 개발한 후에 아무도 사주지 않아서 눈물을 머금고 폐기처분하기 싫다면 자신이 정의한 문제를 차근차근 검증해서 과연 제품을 출시한 후에 사줄 사람이 많은가를 파악해야 한다. 이것은 시장성을 검증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는데, 만약 자신이 정의한 문제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면 향후 제품이 시장에 출시됐을 때 사줄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떻게 보면 공감하는 사람의 수는 성공 확률과 성장의 크기와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창업자의 일방적인 판단이나 믿음에 의해 만들어진 제품의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뜬금없이 나타났다 소리 없이 사라지는 ‘그저 그런 제품’ 중 하나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스타트업을 만나보면 놀랍게도 고객들이 진짜 겪고 있는 문제인지, 공감하는 문제인지 최소한의 검증조차 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의 불편함을 고객의 불편함으로, 자신의 필요를 고객의 필요로 확대 해석한 제품일 때가 더 많다. 특히 기술 집약적인 소프트웨어 벤처일수록 초창기 에디슨의 실패처럼 고객의 문제에 집중하기보다 자신이 가진 기술에 집중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창업을 집 짓는 과정에 빗대어본다면, 시장성 검증 단계를 건너뛰는 것은 시간과 돈을 아낀다는 명목으로 품질이 나쁜 자재로 대충 집을 짓는 것과 똑같다.

시장 조사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보통 스티브 잡스를 근거로 든다. 필자의 수업을 듣던 학생 중 한 명도 동일한 반론을 내걸며 질문을 해왔다. “교수님은 제가 정의한 문제가 맞는지 100명 이상의 잠재 고객을 만나서 확인해보라고 하셨지만, 정말 꼭 그래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스티브 잡스만 보더라도 직관에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고, ‘고객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묻지 말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말해주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결국 문제를 검증하는데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제 직관을 믿고 따르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물론 이 학생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으로 손꼽히는 ‘아이폰’도 고객의 의견을 구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스티브 잡스 개인의 직관에 의해 만들어진 제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CEO는 창업 경험이 전무한 풋내기 초짜 CEO지만, 스티브 잡스는 수십 년간 회사를 경영하며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온 관록의 CEO다. 즉, 스티브 잡스와 같은 직관력을 발휘하고 싶다면 그가 그랬듯 오랜 시간동안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좀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문제 검증은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문제 검증은 진짜 고객에게서 받아야
문제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실패한 기업들도 상당히 많다. 디지털 스탬프 사례가 그런데, 보통 커피 전문점에 가면 커피를 한 잔 구매할 때마다 쿠폰에 도장을 찍어준다. 그런데 사실 이 쿠폰을 관리하는 것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커피숍을 한 군데만 가는 것도 아니고, 여기저기서 나눠주는 쿠폰을 지갑에 하나 둘 넣다보면 금세 지갑이 뚱뚱해진다. 벌어져서 닫히지 않는 지갑만큼 보기 싫은 게 없다. 일일이 쿠폰을 들고 다니기가 싫어서 책상 서랍 어딘가에 놔두면 자연스레 쿠폰의 존재를 잊어버리게 되고, 결국 매번 갈 때마다 새로운 쿠폰을 발급받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설상가상 도장은 다 채우고서 쿠폰을 잃어버리면 어마 무시한 허무함과 짜증이 밀려온다. 이런 소비자들의 불편을 문제로 정의한 회사가 무려 다섯 개가 있었다. 그들은 주변의 모든 지인들을 동원해 시장 조사를 벌였다. 그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아 대답했다.

“맞아. 그거 진짜 문제야. 너무 불편해.”라고.

검증을 통해 시장성을 확인한 그들은 곧바로 솔루션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브랜드의 쿠폰을 스마트폰 앱으로 관리하는 일명 ‘디지털 스탬프’ 솔루션을 개발한 것이다. 더 이상 지갑이 뚱뚱해질 일도, 잃어버려서 속상할 일도 없었다. 투자 설명회에서도 그들은 자신 있게 발표했다.

“여러분, 커피 전문점 하루에 몇 번씩 가시죠? 그때마다 쿠폰 받으실 겁니다. 그런데 어떠세요? 많이 잃어버리진 않으십니까? 여기저기서 받은 쿠폰들을 넣다가 지갑이 뚱뚱해져서 짜증나진 않으셨나요? 그렇게 어딘가에 쳐 박아두고 쓰지 못한 쿠폰은 몇 장이나 되십니까? 저희는 이것을 문제로 정의했습니다. 물론 시장 조사를 통해 많은 고객들이 이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죠.”

투자자들은 고객을 끄덕이며 그들의 말에 공감을 표했다. 그렇게 그들이 개발한 ‘디지털 스탬프’는 매우 혁신적인 것으로 평가받으며 굉장한 주목을 받았다. 모두가 성공을 예상했다. 이랬던 그들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도 그토록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시장 검증까지 완벽히 끝낸 사업 아이템이?

그 이유는 ‘고객’을 잘못 정의했기 때문이다. 고객이란 결국 자신의 서비스를 사용하고 ‘돈을 지불할 사람’을 의미한다. 따라서 디지털 스탬프 솔루션의 궁극적인 고객은 커피를 사먹는 소비자가 아니라 커피 전문점 사장이 됐어야 했다. 아무리 주변에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동의했다 하더라도 결국 커피 전문점에서 도입하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다섯 개의 스타트업이 제각각 시장 검증은 열심히 했지만, 결국 왼쪽 다리가 가려운데 오른쪽 다리를 긁은 격이 되어버린 셈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스탬프 솔루션이 커피 전문점들에게 필요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수익률과 관련이 있다. 쿠폰이 고객의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수단임은 분명하지만, 한편으론 고객들이 분실함으로써 생기는 낙전수입이 상당했던 것이다. 배신감이 들겠지만, 사실 분실률이 높다는 것은 업체 입장에서는 아주 고마운 일이었다. 종이 쿠폰이야말로 비용을 아끼면서 재방문율을 높이는 아주 좋은 마케팅 수단인데, 이것을 디지털로 빼도 박도 못하게 저장해버리면 당연히 전보다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다섯 개의 스타트업들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군데 커피 전문점만 방문해봤더라도 “종이쿠폰은 저희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말 좋아하는 마케팅 수단이죠.”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을 것이고, 어마어마한 시행착오를 겪기 전에 사업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검증으로 인해 그 기회를 놓쳐버렸고, 큰돈과 시간을 들여 만든 서비스는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 중 한 개 기업은 모 프랜차이즈에 인수되어 서비스를 상용화했지만, 커피 시장 전체에 디지털 스탬프 서비스를 도입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다른 기업들은 시장 진입의 기회조차 얻을 수 없었다. 다양한 브랜드의 쿠폰을 한꺼번에 관리해서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바람은 이루어질 수 없는 덧없는 외침으로 남고 말았다.

이렇듯 창업 경험이 없는 스타트업일수록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서 정작 ‘진짜 고객’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문제를 검증할 때는 시장에 어떤 이해관계자들이 있는지 파악하고, 그 다음 자신이 개발한 제품을 사줄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히 볼 줄 알아야 한다.

직접 고객을 만나 검증해야할 것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고객이 누구인지 분명히 인지했다면 직접 발로 뛰어 정보를 얻어야 한다. 투자자나 어떤 전문가가 ‘그 문제가 맞다.’고 동의한다는 이유만으로 흥분해서 사업을 시작해서도 안 되고, 반대로 ‘그 문제는 틀렸다.’고 말한다고 해서 쉽게 포기해서도 안 된다. 자신이 정의한 문제와 관련된 주체들을 직접 찾아가서 물어보고 검증받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이러한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그 어떤 다른 일도 우선순위로 둬선 안 된다. 간혹 귀찮다고, 시간이 없다고 주변의 5~6명에게만 물어보고 마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망하는 지름길이다. 적어도 100명 이상은 만나봐야 시장 조사했다고 명함을 내밀 수 있다. 그보다 더 많이 만나도 괜찮다. 많이 만날수록 정확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간혹 온라인 조사나 전화 조사에만 의존하는 경우도 보는데, 이 방식도 옳지 않다. 대면 조사가 아닌 조사 방식은 고객들로부터 진정성 있는 대답을 듣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만나고 나서도 주의할 점이 있다. 바로 질문하는 방식이다. 고객의 의견을 들으러 간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견만 피력하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문제 검증의 목적은 내가 정의한 문제를 상대에게 이해시키고 인정받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으러 가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한다.

“저는 A가 정말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생각하게 됐냐 하면...” 이렇게 말이 길어지고 있다면 잘못된 검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으로부터 ‘그렇다.’라는 대답을 이끌어내기 위해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간결하고 명료하게 “A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가 불편하다고 생각하시나요?”라고 물어야 한다. 만약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불편함을 느끼는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기울이고 있는 노력은 무엇인지(다른 제품이나 서비스를 쓰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물어보면 된다. 이것은 향후 솔루션을 만드는 단계에서 중요한 단서로 작용하기 때문에 빠짐없이 메모해서 기록해두어야 한다.

만약 자신이 정의한 문제에 대해 잠재 고객들이 동의한다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처음으로 돌아가서 문제 정의부터 다시 해야 한다. 이 과정을 롤백(Roll-back)한다고 표현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과정을 싫어하고 두려워한다. 그동안 고생한 시간들이 아깝다는 보상 심리가 작용해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들어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검증 과정에서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의견은 수용하고 다른 의견은 과소평가하거나 무시해버리는 ‘확증 편향’에 빠지곤 한다.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면 은근슬쩍 속으로 ‘네가 뭘 모르나본데, 앞으로 이건 뜨는 사업이 될 거야!’라고 무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업은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해주기 위해 하는 것이다. 따라서 검증 과정에서 자신이 정의한 문제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과감히 엎고 원점부터 새롭게 시작할 용기도 있어야 한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바르다는 말처럼 롤백을 해야 한다면 이 단계에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디지털 스탬프 사례처럼 솔루션까지 다 개발한 상태에서 잘못된 사업 아이템이라는 걸 알았다면 어떻겠는가? 미생의 10만 원 프로젝트가 현실에서는 1억, 10억, 100억의 손해를 보고 패가망신 할 수 있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의 생각이 고객에게 진정 통(通)하였는지 검증을 통해 살펴보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문제를 검증할 때 주의할 점
1. 돈을 줄 주체에게 물어봐라.
2. 직접 발로 뛰어 문제를 검증하라.
3. 설득, 강요하지 말고 객관적으로 질문하라.
4. 확증편향에 빠지지 마라.

작품과 관람객을 이어주는 ‘가이드플’
가이드플(GUIDEPLE)은 박물관, 미술관 등에 전시된 작품에 대한 설명과 해설을 제공해주는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스마트폰 앱이다. 박물관마다 제각각 다른 앱을 다운받을 필요 없이 가이드플 하나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그에 맞는 오디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들의 시작도 역시나 문제의 발견이었다. 대학 시절 유럽에서 인턴을 했던 창업자는 틈틈이 시간이 나는 대로 박물관과 미술관 투어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를 신청해서 받을 때마다 대여 절차의 까다로움과 번거로움 때문에 귀찮음을 느꼈다. 설상가상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유명한 곳에 가게 되면 기기를 빌리는 데만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때 생각한 아이디어가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오디오 서비스를 제공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창업을 결심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박물관이었다. 관람객으로서 아무리 기존 서비스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어도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할지 여부는 결국 박물관 관계자들에게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국을 돌아다니며 잠재 고객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자신이 정의한 문제가 맞는지 검증했다. 그때 창업자는 굉장히 의미 있는 정보들을 많이 수집할 수 있었는데, 사실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는 박물관 입장에선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일단 단말기를 구매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만 1~2억의 비용이 들어 초기 비용 부담이 컸다. 그나마 여기서 끝나면 다행이었다. 유지 보수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단말기 고장률도 높아 매년 10% 이상의 단말기를 교체해야 하는 등 이중, 삼중 부담을 안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작은 규모로 운영되는 곳에선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를 도입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몇몇 박물관은 그 대안으로 스마트폰 앱을 외주로 개발해 자체적으로 앱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이 역시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개발 비용이 높고, 개발 기간도 길며, 유지 보수는 아예 이뤄지고 있지 않았다. 창업자는 다수의 박물관, 미술관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자신이 정의한 문제에 대한 확신을 가졌고, 그 다음에 비로소 솔루션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만든 솔루션은 근거리 무선통신(NFC, Near Field Communication) 기술을 활용한 것인데, 관람객들이 앱을 다운받은 뒤 동선을 따라 작품을 감상하면 그에 맞는 설명이 제공되는 방식이다. 또한 타 어플리케이션 제작 업체와 차별화하기 위해 콘텐츠 수정, 업로드 등 유지 보수 문제까지 확실히 했다.

실제 가이드플을 도입한 한 박물관의 경우,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이 전보다 무려 2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가이드플은 이미 수많은 박물관과 미술관, 예술센터 등을 고객으로 유치했다. 이 외에도 전시회, 유적지, 관광지까지 시장 범위를 넓혀간다면 이들의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표 1. 소비자와 업체가 느끼는 문제점
표 1. 소비자와 업체가 느끼는 문제점

전자 메뉴판 서비스 ‘그리디씽커스’ 사업 방향 전환 사례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가장 먼저 메뉴를 주문한다. 때때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때도 있고, 여기 저기 바쁘게 뛰어다니는 직원을 애타게 불러야 할 때도 있다. 최근엔 이런 방식에서 탈피해 태블릿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전자 메뉴판’을 도입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고객들은 매장에 들어오자마자 테이블에 편안히 앉아 모바일을 이용해 메뉴 정보와 사진을 확인하고 주문을 하는 것이다. 심지어 결제까지 가능하게 만들어놓은 곳도 있다. 그리디씽커스는 이러한 ‘전자 메뉴판’을 개발해 국내 음식점에 제공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사실 그리디씽커스의 초창기 사업모델은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는데, 전자 메뉴판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창업자가 처음 생각했던 사업 아이템은 식당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대기 고객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었다. 식당에 미리 설치해둔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근거리 무선통신) 태그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면, 순번과 예상 대기 시간이 뜨는 것이다. 만약 대기 시간이 길어진다면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주변의 카페나 미술관 등을 추천해주고, 자리가 준비되면 메시지 형태를 보내 고객이 매장으로 올 수 있게 안내한다.

우리 또한 사람들이 길게 줄 선 맛집에서 고픈 배를 부여잡고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간절히 기다려본 경험이 있다. 그럴 때 어떻게 했는가? 종이 혹은 화이트 보드판에 이름과 휴대폰 번호를 적어놓고 직원들이 불러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는가? 간혹 진동벨을 사용해 고객을 안내하는 곳이 있긴 하지만, 비용 부담이 커서 몇몇 대형 레스토랑에 한해 도입할 뿐이었다. 창업자는 이런 상황을 문제로 정의했고, 모바일 앱 ‘노웨이팅 노스트레스’를 개발해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필자가 그를 만난 시점은 이 앱의 개발이 약 50% 완성된 시점이었다. 창업자는 저렴한 비용으로 대기 고객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니, 많은 식당에서 앞 다투어 자신이 개발한 서비스를 도입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 검증을 단계를 거치지 않았기에 함부로 시장성을 판단할 순 없었다. 나는 창업자에게 현재 개발하고 있는 서비스에 대해 시장 반응을 먼저 조사해보자고 제안했다. 곧바로 100여 개의 레스토랑 모집단을 선정했고, 그곳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그가 만들고 앱에 대한 반응을 살폈다.

그러나 시장 조사 결과는 처참했다. 100개의 식당 중 단 한 군데도 이 시스템을 도입할 의사가 없었던 것이다. 대기 고객 관리가 매출을 극대화시키는 요소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아무리 맛있는 식당이라도 고픈 배를 달래가며 1시간 이상씩 기다리는 고객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레스토랑 입장에서는 같은 돈이라면 좀 더 매출을 극대화시키는 곳에 투자하고 싶은 것이 당연했다.

계속해서 강조하지만 고객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서비스는 개발할 가치가 없다. 일말의 희망을 품고 ‘시장에 출시되고 나면 마음이 바뀔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허황된 믿음이다. 결국 멘토링의 방향은 레스토랑에서 느끼고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는 1단계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 과정을 전문 용어로 피벗팅(Pivoting)이라고 하는데, 원래 피벗(Pivot)은 농구 용어로 한 발을 고정한 채 다른 발을 움직여 방향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사업에서 피벗팅을 한다는 것은 기존의 아이디어를 완전히 버리지 않으면서 약간의 변화를 통해 사업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뜻한다.

다행히 그리디씽커스 창업자는 시장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새로운 니즈를 발견할 수 있었다. 레스토랑 홀 점원의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점주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방향을 틀어 인건비를 절감시킬 수 있는 IT 솔루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온 아이디어가 ‘전자 메뉴판’이었다. 고객이 전자 메뉴판으로 주문을 하면 매장의 POS 기기로 주문 내역이 자동으로 전송되고, 점주는 접수된 주문을 확인해서 주방에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 당연히 홀 서버의 역할은 전보다 줄어든다. 더 이상 주문을 받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지 않아도 되고, 주문한 음식만 가져다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점주는 전보다 적은 인원으로 레스토랑을 운영할 수 있었다. 객단가가 상승하니 매출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했다.

표 2. 소비자와 업체가 느끼는 문제점
표 2. 소비자와 업체가 느끼는 문제점

용기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두려우면서도 실행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창업자는 항상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검증받아야 한다. 비판, 거절을 두려워해선 절대 안 된다. 만약 고객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정의한 문제가 틀렸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과감히 포기하고 피벗팅(방향 전환)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 절대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서 제품을 만드는 실수를 저질러선 안 된다. 만약 피벗팅을 해야 하는데도 그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고 미루는 것은 나중에 받게 될 고통의 크기를 점점 불리는 것과 똑같다.

창업은 처음부터 완벽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실행에 옮기면 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검증을 통해 갈고 닦고, 수정하고, 고도화해나가는 것이 창업이다. 수정은 기본이요, 때로는 몇날 며칠 밤새도록 고민한 것을 모두 뒤엎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또한 창업자가 견뎌내고 감내해야 할 숙명이다. 글로벌 결제 서비스 업체인 페이팔(PayPal)도 보안 소프트웨어에서 시작해 여섯 차례에 걸친 피벗팅 끝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심지어 8~9번의 피벗팅을 하는 기업도 봤다. 물론 처음의 아이디어를 시행착오 없이 진행시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창업은 이 과정을 버텨낼 수 있는 용기와 정신력까지 필요로 한다.

전화성 glory@cntt.co.kr 씨엔티테크의 창업자, CEO이자 현재 KBS 도전 K 스타트업 2016의 심사위원 멘토이며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KAIST 학내벤처 1호로 2000년 창업하였고, 전산학의 인공지능을 전공하였다. 14년간 이끌어온 씨엔티테크는 푸드테크 플랫폼 독보적 1위로 연 1조 규모의 외식주문 중개 거래량에 9년 연속 흑자행진중이다. 경제학을 독학하여 매일경제 TV에서 앵커로도 활동했고, 5개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푸드테크, 인공지능, 컨텐츠 생산, 코딩교육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한 엑셀러레이팅을 주도하고 있으며, 청년기업가상 국무총리상, ICT 혁신 대통령 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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