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홍합탕으로 남은 재료를 마무리했다. 어제 남은 매운탕국물에 밥말아 먹고 홍합탕도 먹었다. 당분간 한국음식을 못먹을거라 배부르게 먹었다. 배가 부르다가 아프기까지 한다. 많이 먹으면 아플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9시에 체크아웃할거라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정각에 주인총각이 나타났다. 터미널까지 태워준단다. 차에 타니 부모님이 타고 계신다. 부모님도 사람이 좋아 보인다.

터미널까지 가는 동안 영어단어 몇개로 대화가 된다. 서울인구가 얼마나 되냐고 묻길래 천만이라 했더니 조지아인구가 5백만이라며 놀랜다. 바투미 좋냐고 묻길래 니 아들이 좋은 사람이라고 칭찬해줬다. 스바네티가 좋다며 가라고 하길래 스바네티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여줬다. 잠시사이에 말도 안통하는 사람들끼리 별말을 다했다.

트빌리시까지 가는 대형버스는 코카서스여행중 최고로 럭셔리한 차다. 미리 제일 앞자리를 예약해놓길 잘했다. 좌석마다 개인 모니터가 붙어있다. 좌석도 넓직하다.

출발해서 한참 가는데 차장이 카터를 끌고 지나가면서 차를 한잔씩 나눠준다. 난 커피를 달라고 했는데 못알아듣고 차를 준다. 종이컵인데 아래쪽에 망처리가 되어있어 망안에 차가 들어있다. 첨보는 신기한 종이컵이다. 종이컵에 물만 부으면 차하고 커피를 마실수 있다.

비가 세차게 퍼붓는다. 차가 무지 밀린다. 사고난 차량이 많이 보인다. 군데군데 경찰차가 도로를 정리하고 있다. 남편은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헤드폰끼고 영화를 보고있다. 난 그냥 화면만 보다 자다 깨다 했다.

4시간여를 달려서 휴게소에 선다. 남편은 화장실을 찾아헤매는데 조지아사람들은 신기하게도 콩팥용량이 대용량인가보다. 내려서도 바로 화장실에 가는 사람들이 없다.

점심은 감자하고 닭요리하고 빵을 먹었다. 며칠만에 먹는 조지안음식이 먹을만하다. 휴게소에서 30분을 쉰다.

다시 버스를 타고 달렸다. 터널을 지나니 신기하게도 날이 개인다. 산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쪽에서 비가 내린 모양이다. 날이 개이고 도로도 넓어지니 차가 쌩쌩달린다. 바투미에서 트빌리시까지 7시간 걸려서 도착했다. 먼길 돌아서 도착한 트빌리시는 여전히 복잡하다.

차에서 내리니 지쳐서 말하고 싶지도 않다. 택시기사들이 몰려온다. 한명이 우리를 선점하니 다른 기사들은 물러선다. 목적지를 말하니 20라리 달란다. 8킬로인데...10라리도 과하다. 말하기도 싫어서 대꾸를 안했더니 10라리로 하자고 한다.

렌트카사무실로 갔다. 드디어 남편의 야심만만 드라이빙여행이 시작된다. 난 시작도 하기전에 지친다. 지도보면서 심장이 덜컹거릴 생각에 몸서리가 쳐진다. 과속 질주본능을 어찌 말릴지 고민이다. 그동안 기사딸린 차를 타고다닌 시간이 그립다.

미리 예약한 차에 올라타고 드디어 시동을 걸었다. 난 피곤한데도 네비역활을 해야한다. 지도에는 직진하라는데 일방통행으로 막혀있다. 직진하면 안된다는 말하는 순간에 남편이 직진한다. 못말리는 직진본능이다. 일방통행에서 꺼꾸로 20미터가량 마주오는 차와 인사하며 달렸다.

난 거의 졸도직전이다. 간이 커도 이만저만 큰 사람이 아니다. 겨우 일방통행을 탈출해서 제자리를 잡았다. 폭풍잔소리를 퍼부었다. 제발 천천히 가자고... 내말듣고 움직이라고...

배가 고파서 일단 트빌리시몰로 갔다. 현대적인 쇼핑몰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층으로 올라간 순간 입이 떡 벌어진다. 조지아에서 첨보는 대형쇼핑몰이다. 근데 실상 제대로 갖춰진건 별로 없다. 할수없이 버거킹으로 갔다.

카르푸에서 쥬스 과일등등 장을 보고 다시 길을 떠났다. 오늘의 목적지는 므츠케타이다. 동네에 들어서니 아담하고 이쁜 동네다. 미리 봐둔 호텔에 오니 객실은 다 나가고 1층 아파트만 남았다. 더 좋다.

주인아줌마가 우아하고 상냥하다. 내손을 잡아끌면서 옥상테라스로 데리고 가더니 와인을 대접한다. 집에서 담근 와인인데 시큼한 식초직전의 맛이 난다. 와인맛보단 주인아줌마의 성의가 더 맛있다.

옥상에서 보는 경치가 아름답다. 므츠케타의 밤이 깊어진다. 내일부터 펼쳐질 모험이 걱정스럽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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