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다. 일의 경중을 따지는 데에 물고기의 크고 작음을 끌고 오는 비유. 그러나, 이렇게 쓴다. ‘이보다 더 중요한일이 있어, 난 이 일보다 그 일에 신경 써야해, 난 이 일보다 그 일이 더 중요하니까 그 일을 처리할게.’의 의미로 I have bigger fish to fry라고한다. 직역을 하면 ‘튀길 더 큰 물고기 있어’가 된다. 때로는 bigger 대신 other을써서, I have other fish to fry라고 하기도 한다.

이 뜬금없어 보이는 표현이 영국에서 사용된 건 400년도 넘는다. 가장 오래된 소설 중 하나로 꼽히는 스페인 소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의 영어 번역본에도 이 표현이 실려 있었다고 하니, 물고기를 튀겨먹는 일이 당시엔 참으로 중요한 일상사였던 게 아닐까 나름 짐작도 해 볼만하다. 조금 변형이 더해진 I have my own fish to fry라는 표현도 있다. ‘난 튀겨야 할 나만의 물고기가 있어’ – 이 표현은 ‘다른 사람 일에 난 개입 못해, 내 코만해도 석자야,’라는 의미로 쓰인다.

물고기 튀기기 외에도 곧잘 해먹어 일상에 배어든 다른 표현이 있으니, 같은 fry라도 우리말로 물고기는 ‘튀기고’ 이 음식의 경우 ‘부치는’ 거라서, 계란을 부치라는 말을 하면, 제법 리얼한 표현을 할 수 있다. Go fry an egg! 그러니까 ‘가서 계란이나 부쳐!’라고 말하면, ‘나 좀 그만 귀찮게 하고 네 일이나 해’라는 의미가 된다. 이 표현의 경우, 아주 친밀한 사이가 아니면 쓰지 말아야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물론 더 적나라하게 나한테 신경 끄고 꺼지라고 말할 수도 있다. Go fly a kite! 가서 연이나 날려! Go climb a tree! 가서 나무에나 올라! Go chase your tail! 가서 네 꼬리나 쫓아! 이 정도의 표현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중에 Go chase your tail의 경우, 상대를 개에,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자기 꼬리를 빙빙 돌며 쫓는 개의 행동에 비유한 거라, 사용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참견장이들에게는 ‘Take a walk!’ 산책이라도 하세요!라는 표현도 쓰긴 한다.

사람들 사이에 거리를 조절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동떨어져서는 못사는 게 맞으나, 거리 감각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때론 굉장히 힘들다. 뜬금없이 툭 치고 남의 세계에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에게는 ‘가서 계란이나 부치세요’라고 하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나는 가서 ‘내 물고기나 튀길 게요.’ 이렇게 표현하면 알아듣고 서로의 불편함이 없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물고기와 사람들 간의 거리여서 일까? 사실 이건 a different kettle of fish – ‘별개의 문제’이다. 어쩌다 보니 물고기를 빌려와서 사람들은 말이 많다.

Joyce Park rowanee@naver.com 필자는 영어를 업으로 삼고 사람에게 가서 닿는 여러 언어 중 영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한다. 현재 인천대학교에서 교양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영어 교재 저자이자 영어교수법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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