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갈수록 속도를 중요시한다.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지구촌은 이제 더 이상 큰 것과 작은 것으로 구분되지 않고 빠른 자와 느린 자로 나누어질 것이다. 그리고 빠른 자가 승리할 것이다’ 라고 했고, 미국의 언론인이며, 컬럼니스트인 토마스 프리드만(Thomas L. Friedman)은 그의 저서 ‘평평한 세계(The world is Flat)’에서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와 가젤의 이야기를 하면서 가젤이 사자보다 더 빠르지 못하면 사자에게 잡아 먹히고, 사자가 가젤보다 더 빠르지 못하면 굶어 죽는다며 개인 및 집단의 무한경쟁 속에서 속도의 중요성을 설파한 바 있다.

최근 20년간 한국 기업은 세계를 무대로 비약적인 발전을 하였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한국 기업의 경영 비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고 해외 언론들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등의 한국 기업의 성공 사례를 다루면서 한국 특유의 속도 경영에서 그 성공 비결을 찾았다.

속도의 변화는 거리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공간의 제약을 해소하여 시간에 대한 개념을 변하게 한다. 공간과 위치가 소멸되면서 정보의 비대칭성도 크게 축소되어 기회의 균등화가 촉진되는 한편 생활의 리듬이 빨라지며 경쟁강도는 높아지고 여유는 없어지면서 시간과 속도는 관리해야 할 대상이 된다. 뿐만 아니라 한 분야에서의 속도의 변화는 또 다른 분야의 속도의 변화를 촉진하고 상호 연속적으로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속도의 변화를 가속화한다. 아마 20세기 초에 살던 사람이 타임머신을 타고 와서 현대의 사회를 산다면 불과 100년 밖에 안 지났지만 무엇보다도 그 빠른 속도 때문에 적응하기 불가능할 것이다.

속도는 개인과 집단의 경쟁력을 높인다. 급변하는 경쟁 환경에서는 빠른 자가 승리한다. 기마부대를 주력으로 하루에 수백 Km을 주파한 몽골군과 험준한 알프스를 넘어 승리한 한니발(Hanibal, BC247~BC183)과 나폴레옹, 2차세계대전 당시 아프리카를 종횡무진 했던 독일의 롬멜 기갑사단 등 우리에게 알려진 속도전의 성공 사례는 수없이 많이 있다.

물리학에서는 속도를 속력과 구별하여 정의한다. 물리학에서의 속력(Speed)은 거리를 시간으로 나눈 것이다. 즉 v=s/t 이고 v는 속력, s는 거리, t는 시간을 나타낸다. 반면에 속력과 방향(벡터, Vector)을 나타내는 물리학적 양 즉 변위차를 속도(Velocity)라고 한다. 한 시간 동안 서울에서 수원까지 100km를 갔다가 다시 한 시간 동안 수원에서 서울의 출발 지점까지 100km를 돌아 왔다면 속도는 ‘0’ 으로 계산되고 속력은 100km/h로 계산 된다. 속도가 ‘0’ 인 이유는 2시간 동안 이동한 거리인 물리학의 변위가 제자리(0) 즉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뉴턴의 중력 제2법칙에 의하면 힘은 물체의 속도를 가속시킨다. 가속도와 힘은 비례한다. 이것을 F=ma로 표기하는데 F는 힘의 크기를 나타내고, m은 물체의 질량, a는 가속도이다. 같은 질량에 가속도가 빠르면 더 많은 힘을 갖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 물리학을 빌어 속도를 이해하면 속도가 높을수록 힘은 커지므로 단순화하면 속도가 높을수록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손자는 그의 유명한 저서 손자병법에서 병문졸속(兵聞拙速)이라 하여 속전속결을 주장하였다. . 전쟁을 하려면, 말이 끄는 전투용 전차 수천 대, 수송용의 수레 수천 대, 무장한 병사 수십만 명을 출동시켜야 하고 천 리나 떨어진 전쟁터까지 군량미와 물자를 수송해야 한다. 이와 같이 병력을 유지하고 무기와 군수 물자를 조달하고 관리하며, 각종 외교 활동을 하기 위한 막대한 전쟁 비용이 들어간다. 전쟁이 장기화 되면 국가의 재정이 바닥나게 되고, 전쟁 물자가 부족해지면서 그 전쟁을 수습할 수 없게 된다. 승리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전쟁 비용의 부담은 국가를 휘청거리게 할 수 있다. 손자는 전쟁의 막대한 비용과 폐해를 알고 있었으므로 기본적으로 전쟁에 신중한 신전론자(愼戰論者)였다. 그러므로 병문졸속(兵聞拙速), 즉 옛 말에 전쟁을 할 때는 졸렬하더라도 빨리 끝내야 한다는 말은 들었어도, 교묘한 술책으로 오래 끌라는 말은 들어 보지 못했다고 말한 것이다. 다시 말해 여러 가지 문제를 많이 발생시키는 장기전은 피하고, 빠르게 공격하여 단기간 내에 전쟁을 끝내라는 것이다. 손자가 속전속결을 주장한 배경은 전쟁의 피해를 인식하고 가능하면 전쟁을 피하되 불가피할 경우 빠르게 끝내라고 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속전속결의 전술적 이점과 운영 원칙에 대해서 설파를 한 셈이다.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속도라는 말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면서 쓰이고 있다. 속도라는 단어는 빨라야 한다는 것으로 하나의 압박감 같은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일의 처리 속도가 빠르면 일을 잘하고 스마트한 것처럼 느껴지고, 늦으면 게으르면서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이 느낀다. 우리가 쓰는 전자 제품은 일반적으로 빠른 것이 더 좋은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속도가 더 빠른 컴퓨터가 나오면 새로 구입해야 뭔가 앞서가는 기분이 든다. 통신사도 LTE 속도가 누가 빠른지를 가지고 광고를 한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전자회사는 해마다 성능이 향상된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전 세계의 많은 소비자들은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입하기 위해 학수고대하며 기다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속도를 추구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사회 전체의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서 개인의 삶은 팍팍해지고, 기업에서도 속도가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면 제품력이 저하되거나 경영자원이 남용되고, 낮은 수준의 혁신이 반복되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제 과연 속도가 경쟁의 원리로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우리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황경석 kyongshwang@gmail.com LG전자와 LG 디스플레이에서 경영자로 재직하였으며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속도경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경영전략 및 마케팅 분야의 컨설팅을 주로 하며 IT와 경영을 결합한 여러 저술 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연세대학원의 경제학과와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하였고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중소기업 및 창업기업에 대한 경영자문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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