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입구역 환승통로엔
껌 파는 할머니가 있다.

백발의 꼬부랑 할머니는
껌통을 앞에 두고
차가운 바닥에 앉은 채
여생을 팔고 있다.

허리가 접힐 듯이 앉아서
사람들을 올려다보다
누군가 돈을 넣고
그냥 가려 하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황급히 껌을 쥐어 준다.

그런 할머니가 오늘 보니
무너지고 있다.

깃털같은 할머니는
눈빛도 흐려진 채
단단한 바닥 위로 점점
무너지고 있다.

그 할머니를 스쳐 오늘도
무수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작가의 말
꼬부랑 할머니. 흰 머리에 체구가 작고 허리는 완전히 굽었다. 할머니는 건대입구역 환승 통로에서 껌을 팔고 있었다. 사람들이 오고가는 길목 한가운데 자리 잡았다. 사람들이 우르르 지나갈 때면 고개를 들어 행여 껌을 사줄 사람이 있는지 올려다본다. 그러다 껌을 사는 사람이 있으면 얼른 껌을 꺼내주고 돈을 받는다. 간혹 껌은 안 가져가고 돈만 주는 사람이 있는데 할머니는 동작도 빠르게 꼭 껌을 쥐어준다.

일자리, 우울증, 자살, 변비, 빈곤 등. 노인과 관련된 검색어들이다. 이러한 노인 문제는 대부분 가난에서 출발한다. 노인들도 돈이 있으면 여러 가지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친구를 사귈 수 있고, 오락을 즐길 수 있고, 적절한 진료 및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자손들도 더 자주 볼 수 있다. 자녀들은 돈이 있는 노인 곁은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대다수의 노인들은 돈이 없다. 젊었을 때 성실하게 생활하여 열심히 벌어 저축했지만 자녀들 뒷바라지하느라 또는 사업에 실패하여 집도 절도 없는 상태다. 일을 하려고 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 어쩔 수 없이 폐지를 줍는다. 또 어쩔 수 없이 을의 입장에서 적은 돈을 받고 일하게 된다. 질병이 생겨도, 마음이 우울해도 어디 가서 의탁할 곳이 없다.

노인들의 마지막은 쓸쓸하다. 현재의 삶도 힘들지만 죽음 또한 힘들다. 죽고 싶어도 죽어지질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급기야 자신의 마지막을 스스로 정리한다. 또는 고독한 죽음을 맞이한다. 태어날 때는 여러 사람의 기쁨과 희망이 되었던 존재가 죽음의 순간에는 주변에 아무도 없다. 손을 잡아주거나 울어주는 사람 하나 없이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다. 그 사실조차도 오랜 시간이 흘러서 주변에 알려진다. 자녀도 아니고 이웃이나 공무원 등에 의해 발견된다. 노인이 남기고 간 냄새에 의해서.

노인 문제는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고령화 사회의 구조 속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최대한 문제점을 줄여야 한다. 정부 정책 입안자들은 최고의 노인 복지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전문성도 없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정책을 만드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들은 노인의 시대가 오기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 30, 40대가 영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깨닫고 개인연금 등을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도한 자녀의 사교육비나 결혼 비용 등에 대한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 자녀들도 노인의 여생에 대해 늘 살펴야 한다. 자기 자녀의 미래를 위한 사교육비가 중요한 것처럼 부모의 여생을 위한 용돈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회적으로도 노인에 대한 공경심을 키워야 한다. 오늘은 어제가 있었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건대입구역 그 할머니는 지금도 껌을 파실까? 마지막에 본 기억으로는 상당히 몸이 안 좋아 보였다.

최성원 기자 ipsi1004@nextdaily.co.kr 시인이자 칼럼니스트이다. 시집으로 「천국에도 기지국이 있다면」이 있다. 현재 최성원입시전략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오랫동안 국어 강사를 하며 ‘하얀국어’라는 인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문학 작품을 소재로 한 칼럼, 인기 브랜드에 숨겨진 이야기를 소재로 한 기사, 우리 사회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두루 조명하는 ‘최성원의 초이스 인터뷰’ 등을 차례로 연재할 예정이다. 걷기와 운동, 독서와 집필, 사람 만나는 것, 그리고 야구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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