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고 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커피는 농작물이다. 병안에 담겨 있는 인스턴트 커피도 커피 씨앗부터 시작된 것이다. 원래부터 검은색이 아니다. 녹색 빛이 아름다운 작은 콩모양의 씨앗(Green Bean)이다. 이 그린빈을 볶으면 우리가 커피집에서 볼 수 있는 검은 빛의 원두(Whole Been)가 되는 것이다. 콩이라는 이름이 붙여져있지만 사실은 콩은 아니다. 콩이랑 비슷한 모양의 씨앗이기 때문에 콩이라는 이름을 붙여졌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고급커피로 알려져 있는 아라비카(코페아 아라비카)와 인스턴트 커피에 많이 쓰이는 로부스타(코페아 카네포라)로 나뉘는데, 이 둘 사이는 그렇게 먼 사이는 아니다. 로부스타 커피나무와 다른 종의 커피나무(코페아 유게니오이데스)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 아라비카이기 때문이다. 로부스타는 아라비카의 어머니인 셈이다.

그런데 아라비카 커피는 참 특이하다. 로부스타와 유게니오이데스는 염색체 11쌍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아라비카는 이 둘이 합쳐져서 염색체 22쌍의 잡종이 나온 것이다. 보통은 부모와 자식간에는 염색체의 수가 동일한데, 식물의 세계에서는 가끔 이런 일들이 발생한다. 우장춘 박사가 처음 발견한 ‘종의 합성’ 현상인데 종은 달라도 같은 속의 식물을 교배하면 전혀 새로운 식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배추와 양배추 등 기본 종(배추속)을 교배하면 유채가 나온다. 유채는 염색체수가 19개인데 배추(염색체수 10개)와 양배추(염색체수 9개)이 교잡된 결과이다.

염색체가 2배가 되어서인지 아라비카 커피는 로부스타에 비해 생육조건이 까다롭기 그지없다. 적도를 중심으로 남북위 25도 사이의 열대지역, 연간 15~24도의 온화한 기온이 유지되는 고지대, 한낮의 강한 햇볕을 가릴 수 있는 키큰 나무나 적당한 구름, 서늘한 바람, 물은 고여있지 않지만 촉촉한 토양, 우기와 건기가 구분되어 있고 해발 800미터 이상의 고지대이지만 서리가 내리지 않아야 하며 일교차는 커야 한다.

아라비카 커피는 이런 까다로운 생육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묘종에서부터 각별하게 보살핌을 받으면서 좋은 기후와 좋은 토양에서 자라나야 맛있는 커피 씨앗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 덕분에 아라비카 커피는 단맛과 신맛, 쓴맛, 감칠맛이 풍부하고 향기가 뛰어나서 우리 인간들을 매혹시키고 있는 것이다.

커피의 원산지는 아프리카이다. 로부스타는 아프리카의 콩고가 원산이고 아라비카는 에티오피아 동북부 고산지대에서 기원이 되었다. 이 에티오피아에서 시작한 커피는 아랍으로 전파되고 그 이후에 전세계로 퍼져나가서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다.

커피는 농작물이기 때문에 커피 산지의 땅과 기후, 품종에 따라 각기 독특한 개성을 드러낸다. 핸드드립 커피는 이런 커피의 개성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점은 이미 말씀을 드렸다. 기본적으로 여러 산지의 커피를 섞은 블렌딩보다는 단일원산지(싱글 오리진) 커피의 개성을 즐기는데 특화가 되어있기 때문이다.그래서 일단 대륙별로 큰 특징을 나눌 수 있는데 아프리카 커피의 특징은 꽃향기, 열대과일같은 느낌과 좋은 산미가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아프리카 커피의 산지 중 대표적인 곳은 역시 에티오피아와 케냐,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중동부 지역이다. 최근에는 브룬디와 르완다 같은 아프리카 중부의 커피들도 커피 애호가들의 리스트에 오르고 있다. 모두 자신의 개성이 넘쳐나는 멋진 커피들이다. 개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일단 커피 초보자들도 쉽게 이해하고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프리카 커피들이다.

이중에서 가장 만나기 쉬우면서도 개성이 강하고 맛있는 에티오피아와 케냐커피를 소개한다.

에티오피아 커피
아프리카 커피는 모두 개성이 강하지만 그중에서 좀더 집중해서 마셔보아야 할 커피는 역시 ‘커피의 고향’ 에티오피아 커피들이다. 아프리카 최대의 커피 생산지이면서 지역별로 다양한 커피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향이 좋고 맛있다. 최근에 국내에 다양하고 맛있는 에티오피아 커피들이 수입되고 있어서 한동안 에티오피아만 즐겨도 행복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 예가체프(Yirgacheffe) : 에티오피아 남부의 생산지에서 나는 커피다. 화려한 꽃향기, 레몬과 라임과 같은 톡쏘는 산미, 리치와 람부탄의 열대과일 맛, 구수한 군고구마향 등 아로마가 풍부하다.

▶ 시다모(Sidamo) : ‘커피의 귀부인’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부드러운 신맛과 베리류의 단맛, 구수한 맛, 화려한 꽃향기를 갖고 있다. 레드와인 같은 질감이 느껴진다.

▶ 하라(Harrar) : 에티오피아의 전통을 상징하는 커피. 해발 3천미터의 고지대에서 오래 전부터 생산되어온 커피다. 입안 가득 느껴지는 풍부한 맛과 달콤함, 그리고 흙맛이 느껴지는 거칠면서도 깊은 맛은 하라만이 갖고 있는 특징이다.

최근에는 에티오피아의 고급 내추럴 커피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으니 이를 하나하나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케냐
커피숍에 가서 수많은 커피 메뉴 중에서 어떤 커피를 마시고 싶은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케냐 커피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실망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일 높다. 그 정도로 케냐 커피는 믿음직 하다.

케냐는 국가 차원에서 커피산업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커피의 질과 등급에 대한 신뢰가 있다. 해발 1,500미터 이상의 고지대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적절한 토양과 강수량, 기온 등 커피재배에 이상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다.

케냐의 커피는 케냐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신맛과 풍부한 열대과일맛, 단맛과 쓴맛, 감칠맛의 밸런스가 좋고 중후한 느낌의 바디감으로 언제나 만족할 수 있는 커피다.

최근에는 케냐 AA, AB 등의 등급에 각지역과 농장이 표시된 스페셜티급이 수입되면서 케냐커피의 다양성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담 login@naver.com 커피트럭 여행자. 서울에서 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제주로 이주해서 10년 동안 산 경험으로 ‘제주버킷리스트 67’을 썼다. 제주 산천단 바람카페를 열어서 운영하다가 2013년에 노란색 커피트럭 ‘풍만이’이와 함께 4년째 전국을 다니며 사람들과 함께 ‘인생의 커피’를 나누고 있다.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