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넥스트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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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비리 의혹의 정점에 있는 신동빈 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그가 국민 앞에서 한 다짐이 결국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26일 오전 2000억원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신동빈 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는 오너가(家)를 그룹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올려 수백억원대의 급여를 수령토록 했으며 계열사 간 부당 자산거래 등의 배임,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구속을 두고 검찰은 그동안 장고(長考)를 거듭해왔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의 혐의와 죄질 등을 고려해 원칙대로 구속수사를 결정했다. 또 검찰이 수사 외적인 요인도 감안해야 하지만 그를 불구속기소할 경우 향후 유사 형태의 수사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롯데그룹은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지난 6월 압수수색 후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면서 롯데그룹은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유통·식음료 등 핵심 사업 분야의 이익 악화가 지속됐으며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롯데쇼핑은 물론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등의 성장도 주춤했다.

미국 화학업체 액시올, 면세점업체 듀티프리아메리카 등과의 M&A가 무산되면서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도 멈췄으며 국내 사업 투자도 위축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신동빈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가 이어져 '2020년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이라는 비전 달성에 먹구름이 드러운 셈이다.

특히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국정감사 등에서 천명한 대국민약속이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됐다. 그는 지난해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롯데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다짐했다.

또 신동빈 회장은 올해를 한일 롯데 '원(one) 리더'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지배구조 개선과 조직문화 혁신, 투명경영을 추진해 '일본 기업'이라는 오명을 벗고 그룹의 재도약을 이루겠다는 것.

하지만 그의 이런 약속은 검찰의 롯데그룹 비리 수사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먼저 검찰 수사 후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기업문화개선위원회의 활동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공동위원장이던 이인원 전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위원회의 존속마저 어려운 실정이다.

가장 중요한 지배구조 개선 역시 쉽지 않다. 당초 신동빈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 등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투명성을 확보, 준법경영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호텔롯데의 상장은 물거품이 됐으며 이번 구속영장 등 신동빈 회장 본인이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어 도덕성과 투명성에 다시 한 번 흠집이 생겼다.

여기에 롯데그룹이 일본 기업이라는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이 물 건너간 상황에서 신동빈 회장의 구속영장으로 롯데그룹에 대한 일본 경영진과 주주들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로 롯데그룹이 창립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호텔롯데 상장이 무산되는 등 신동빈 회장이 천명한 약속 이행이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정상화가 어렵지만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국민약속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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