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의 발전 과정을 이해하는 데는 여러 관점이 있을 수 있다. 부를 창출하는 원천이 무엇인가를 기준으로 볼 때 인류는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을 거쳐 이제는 아는 것이 힘이 되는 지식혁명의 시대에 들어서 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는 관점을 바꾸어 보면 도구와 인프라의 발달과 함께 끊임없이 삶의 속도가 빨라지는 방향으로 발전되어 왔다고 볼 수도 있다.

인류의 역사에서 속도의 파괴적 혁신을 가능케 한 것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아마도 바퀴와 기어, 증기기관, 그리고 종이와 인쇄술과 반도체, 의 발명이 아닐까? 바퀴와 기어,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사람들의 이동과 물자의 운송속도가 비약적으로 개선되고 상품의 생산량이 급속하게 증가되었으며, 종이와 인쇄술, 그리고 반도체의 발명으로 정보의 처리, 유통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 또한 이동수단과 유통수단의 발전에 맞추어 하부 구조인 길이 건설되었다. 로마 제국이 건설한 도로는 물론이고 독일의 아우토반과 같은 고속도로, 최근 20여년간의 데이터 전송을 위한 유무선 정보고속도로의 건설이 바로 그것이다. 어떤 철학자가 ‘역사적으로 길의 발달을 추동하는 힘은 인간의 속도 의지’라고 했다던가? 인간은 새로운 세계와 소통하기 위해 길을 만들고 길의 발달로 세계는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었다. 사람과 물자의 이동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었고, 생산 속도의 증가 즉 생산력의 혁신은 인류에게 비약적인 물질적 풍요로움을 가져다 주었으며, 정보의 신속한 유통은 새로운 지식을 쉽게 접하고 확대 재생산할 수 있게 해주었다.

바퀴는 처음에는 도자기를 빚는 물레를 돌리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후에 세조각의 두꺼운 판자를 맞추어 연결대를 대어 구리 못을 박아 만든 형태로 진화되어 수레바퀴로 이용되었다고 한다.기원전 3천5백 년 경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견된 통나무를 납작하게 잘라 만든 원판 형태의 전차용 바퀴는 이후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 통나무에 구멍을 뚫고 바퀴살을 추가하는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고, 그 결과 무게가 가벼워져서 구르는 속도가 빨라지고 충격도 흡수되어서 안정감이 높아졌다. 이렇게 속도의 혁신이 일어나면서 바퀴살 바퀴를 장착한 마차와 전차는 운송력과 전투력 측면에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공할 파괴력을 갖게 된다.

기어는 동력을 전달하는 기계장치로 그리스 시대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은 책에 이미 기어에 대한 기록이 있고 아르키메데스는 당시에 기어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중세에 들어서면서는 기계식 시계를 만들면서 기어가 발전되었으며,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다양한 기어를 고안하여 기어 역사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남겼다. 17세기 후반부터 기어의 치형에 대한 이론적 연구가 시작되었고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내연기관이 발명된 후 기어는 동력 전달을 위한 매우 중요한 기계적 요소가 되었다.

증기기관의 발명은 인류 역사의 시대를 구분하는 이정표이다. 증기기관이 점차 인간의 육체적 노동을 대체하면서, 사람들은 육체적 노동보다는 정신적 활동에 더 큰 가치를 두게 되었고, 공장에서도 사람의 노동력에 의한 생산보다 더 빠르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제임스 와트 이전에 사용되던 증기기관은 주로 석탄 광산의 갱도에 차는 물을 뽑아 올리기 위해 사용되었는데동력이 약하고 에너지 효율이 너무 낮아 많은 석탄이 소비되었으므로 석탄의 공급이 원활한 석탄광산 근처에서만 사용될 수 밖에 없었다. 제임스 와트는 석탄 소비를 줄이면서도 효율이 뛰어난 증기기관을 발명하여 석탄 광산이 아닌 곳에서도 증기기관을 사용할 수 있게 해 가내수공업수준의 생산성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켜 대량 생산의 시대를 열었다. 증기기관은 또한 기차와 선박에 활용되어 사람들과 물자 운송의 혁신을 일으켰다. 1930년대부터 증기기관차에서 디젤기관차로 기관차의 지위가 넘어가고 이후 디젤기관차가 승승장구하나 싶더니 이제 여객용 기관차는 소위 고속열차라고 하는 전기구동형 열차로 바뀌고 있다. 초기의 증기기관차는 시속 20km 내외였던 반면에 현재 실용화된 전기고속철도는 시속 300~400km로 초기 증기기관차 대비 15배 이상의 빠른 속도이며, 고속자기부상열차가 실용화될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콩코드기의 폭발 사고 이후 중단되었던 초음속 여객기의 운항도 머지 않아 재개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 콩코드기 운항 시 노정되었던 문제점들을 대폭 개선한 초음속 여객기의 개발이 유수의 기업들에 의해 진행 중이다.

지식과 정보의 전달을 촉진시키는 데는 종이와 인쇄술, 반도체 그리고 인터넷의 발명이 큰 역할을 하였다. 서기 105년 중국의 후한 시대에 채륜이 종이를 만드는 제지술을 발명하기 전에는 유럽에서는 양의 가죽으로 만든 양피지를 사용하고 동양에서는 죽간과 같은 나무껍질이나 비단을 사용하여 기록을 남겼다. 책 한 권을 만들려면 새끼 양 수십 마리가 소요되었으므로 비용이 비싸고, 부피도 커서 보관이 어려웠고 일부 제한된 계층의 사람들만이 그 기록에 접근이 가능했다. 그러나 제지술의 발명으로 종이가 대량으로 생산이 되고 후에 목판 인쇄술 및 금속활자가 나와 대량으로 책을 인쇄할 수 있게 된 결과 지식과 정보의 전달 및 유통 속도가 높아지고 지식은 성직자와 소수 귀족들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보급 확대되었다.

반도체가 발명되기 이전까지 전자회로를 구성하는 핵심소자는 진공관이었다. 반도체의 등장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고 전달하는 기술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막대한 양의 정보를 짧은 시간에 빠르게 주고 받을 수 있게 되고, 어디서든 사용이 가능하고 휴대가 손쉬운 기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초소형의 소자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IC(집적회로, integrated circuit) 및 광전소자 (optoelectronic device)가 실용화돼 컴퓨터 및 정보통신기술은 급속도로 발달하고 그로 인한 인터넷의 발명은 전세계를 동일한 시공간에 놓이게 하였다.

향후 어떤 기술과 어떤 제품이 출현하여 우리의 생활과 사고의 속도를 더 한층 높여갈지 흥미진진하다. 어쨌든 속도의 혁신을 향한 인류의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황경석 kyongshwang@gmail.com LG전자와 LG 디스플레이에서 경영자로 재직하였으며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속도경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경영전략 및 마케팅 분야의 컨설팅을 주로 하며 IT와 경영을 결합한 여러 저술 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연세대학원의 경제학과와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하였고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중소기업 및 창업기업에 대한 경영자문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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