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총 4단계까지 소개했다. 고객의 문제를 정의하는 단계, 문제 검증을 통해 시장성을 알아보는 단계,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을 설계하고 검증하는 단계, 목표시장을 선정하는 단계. 여기까지 끝냈다면, 다음 질문에 완벽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1. 목표집단이 누구인가?
2. 그들에게 무엇을 팔려고 하는가?
3. 왜 소비자가 그것을 사야 하는가?
4. 어디서 소비자를 찾을 것인가?

1번과 2번 질문은 ‘누구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문제 정의와 솔루션 정의에 해당하는 질문이다. 3번 ‘왜 소비자가 그것을 사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소비자가 정말로 그 제품을 원하는지 시장 조사 결과에 대해 묻고 있다. 이 질문에 대답할 때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 고객들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대답해야 한다. 마지막 4번, ‘어디서 소비자를 찾을 것인가?’하는 문제는 목표 시장이 어디인지 묻는 질문이다. 여기까지 잘 대답했다면, 이제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준비가 다된 셈이다. ,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돈을 벌 궁리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해야 하는데, 흔히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하면 무엇을 팔아서 어떻게 돈을 벌 것인지 수익 구조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비즈니스 모델은 그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개념이다. 자신의 비즈니스가 고객에게 정말 제대로 된 가치를 제공하는지,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 사업 인프라는 잘 구축되어 있는지, 수익은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 등 비즈니스의 전체 구조와 흐름을 그리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을 제대로 설계하는 것이다. 제품, 고객, 유통채널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이 사업임을 이해한다면 전체 비즈니스 구조와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 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건축가들이 설계도를 통해 전체 건물구조를 이해하듯, 창업자들은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Business Model Canvas)’라는 툴(tool)을 이용해서 자신의 비즈니스를 설계하고 점검할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는 알렉산더 오스터왈더 박사와 예스피그누어 박사가 지은 '비즈니스모델의 탄생(Business Model Generation)'이라는 책에서 처음 소개된 개념으로 고객, 채널, 핵심 자원 등 아홉가지 항목을 하나씩 채워 나가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시킨다. 이미IBM, 에릭슨, 딜로이트와 같은 글로벌 기업을 비롯해 캐나다 정부 등 공공기관에서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검증 받은 툴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 캔버스의 작성순서와 요령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앞에서 알아본 창업의 1~4단계를 정리하는 것은 물론 그 외 앞으로의 계획까지도 세워볼 수 있을 것이다.

①고객세분화+ ②가치제공
창업의 시작은 누군가의 고통, 문제를 발견해서 해결해주는 것에 있다고 했다. 여기에서 ‘고객세분화’는 ‘누구’를 의미하며, ‘가치’는 고객이 처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주고 있느냐를 의미한다. 앞서 고객이 가지고 있는 Pain(고통,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는 창업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는데, 이 두 칸은 창업 아이템이 무엇인지 나타내는 칸으로 이해할 수 있다. 비즈니스모델 캔버스에서도 이 두 칸은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제일 먼저 채워 넣어야 하는 부분이다.

③핵심활동+ ④핵심자원
1번과 2번 칸을 채움으로써 자신의 창업아이템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렸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단계인데, 그에 앞서 무엇을 해야 할지 적어보는 칸이 바로 ‘핵심활동’ 칸이다. 이를테면 앱기획 및 개발, 디자인, 특허출원, 서버구매 등과 같은 일을 적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써내려 가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이 확보해야 할 자원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위의 순서대로라면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특허, 서버 등이 필요하다. 이렇듯 ‘핵심활동’ 칸을 채우면서 ‘핵심자원’의 칸을 동시에 채울 수 있다.

⑤비용구조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이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나면, 매월 얼마의 비용이 필요한지 대략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를 고용하는데 드는 인건비가 얼마고, 서버구매 비용은 얼마인지 등을 조사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서버구매, 가구구입 등과 같이 일회성으로 쓰는 돈이라도 투자비용 및 감가상각 개념으로 원가 구조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자신이 투자한 돈에 대해서는 회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감가상각 기준을 5년으로 잡았는데, 요즘은 워낙 시대가 빨리 변하다 보니 대부분 3년으로 잡는 추세다. 예를 어 서버를 구매하는데 3천만 원이 들었다면, 3천만 원을 36개월로 나눈 돈(833,333원)을 매월 나가는 비용으로 잡으면 된다.

학내벤처를 하다 보면 늘 학생들이 제시하는 기업의 수익률이 매우 높게 나온다. 이유인즉슨, 자신들의 인건비를 0원으로 책정하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학내벤처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약5개월간 인건비를 0원으로 진행했던 기억이 난다. A부터 Z까지 모든 일을 혼자서 도맡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건비를 0원으로 책정하는 것은 사업계획서를 평가 받을 때 큰 지적 사유가 되며, 향후 사업 운영능력을 의심받을 수 있다. 때문에 지금 인건비가 비록 0원이라도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인력을 충원해서 사업을 해나갈 것인지 구상해 놓는 것이 좋다.

이렇게 비용구조를 파악하고 나면, 어느 정도의 마진을 둘 것인지, 적정가격은 얼마인지 계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개의 제품을 만드는데 천 원의 비용이 들었다면 적어도 천 원 이상의 가격을 책정해야 이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의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애초에 가격을 2만원으로 생각하고 솔루션을 검증했는데, 실제 계산해보니 적어도 3만원은 받아야 수익이 나는 경우다. 이럴 땐 다시 한 번 고객들을 만나서 가격에 대한 검증을 해야 한다. 만약 “3만원이라도 쓰겠다.”는 사람이 많다면 상관없지만, “2만원이 넘어 가면 쓰지 않겠다. 너무 비싸다.”라는 사람이 많다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⑥핵심파트너
그렇다면 가격을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원가를 낮추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인건비를 줄일 수도 있고, 싼 재료를 구입해서 쓸 수도 있다. 하지만 품질과 직결되는 요소를 건드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그다지 좋지 않은 방법이다. 이럴 때 가장 좋은 것은 전략적 파트너를 찾는 것이다. 예를 들면 A라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새롭게 공장을 세우고 설비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 역량을 가진 공장을 찾아 제휴를 맺는 것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비용과 시간을 굉장히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배달 앱으로 유명한 ‘배달의 민족’도 초창기 우리 회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 사업을 진행했다. 처음엔 앱에 등록할 매장을 모으기 위해 수많은 인원이 동원되어 전단지를 줍거나 매장을 일일이 찾아 다녔는데, 이 방식은 인건비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 회사의 경우 약34,000개 가맹점들의 주문을 중개해주고 있으니, 제휴를 맺게 되면 프랜차이즈 매장들을 돌아다니는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됐던 것이다. 만약 각종 외식 프랜차이즈 매장까지 일일이 돌아다녔다면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초창기에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또 다른 배달 앱도 최근 우리회사에 제휴를 제안해왔다. 배달 앱들이 자영업자로부터 떼어가는 수수료가 높은 것 때문에 비난을 많이 받았는데, 이 문제를 우리 회사가 해결해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운영구조를 가만히 살펴보면 사실 수수료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소비자가 앱에서 주문을 하면 배달 앱 업체 직원이 다시 매장에 전화를 걸어 주문 내용을 알려주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인건비가 과도하게 들어가고 효율성이 매우 떨어지는 방식이다. 여기에 비효율성을 느낀 배달 앱들은 주문접수 상황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전용단말기를 매장에 설치하기 시작했지만, 이 또한 단말기설치에 20만원 대에 이르는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전국 매장에 설치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어갔다. 결국 배달 앱 업체는 이렇게 들어가는 인건비와 단말기 구입비를 수수료에서 보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10% 수수료가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우리 회사엔 고객의 주문내용을 매장의 POS로 자동으로 전송하는 기술이 있었다. 이 시스템만 있으면 직원들이 일일이 전화할 필요도 없고, 따로 단말기를 구입할 필요도 없다. 이렇듯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은 인건비, 시간, 비용 등 많은 부분을 절감할 수 있다.

⑦유통채널
유통채널은 온라인(홈페이지, 쇼핑몰 등), 오프라인(영업부서, 도매상, 직영매장, 파트너매장 등), 모바일 등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경로를 말한다. 채널을 많이 확보하면 확보할 수록 매출도 높아진다. 그런데 이 채널을 독자적으로 구축할 수도 있지만, 파트너십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도있다. 예를 들어 곰 플레이어를 설치할 때, 다음(Daum)으로 시작페이지로 변경된다거나, 11번가 바로가기 아이콘이 바탕화면에 생기는 경험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그것은 다음과11번가가 자신의 사이트를 소비자들에게 유통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곰 플레이어를 전략적 파트너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통채널을 확보할 때도 전략적 파트너가 만들어 질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 6번의 ‘핵심파트너’ 칸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파트너를 적어 넣으면 된다.

캔버스를 작성하다 보면, 단계를 거듭할 수록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 그럴 때는 다시 전 단계로 돌아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하고, 이전에 했던 결정을 수정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작성 순서는 상황에 따라 왔다 갔다 할 수도 있고, 뒤바뀔 수도 있으며, 수정될 수도 있다는 자세로 접근하면 좋을 것 같다.

⑧수익예측
이제는 고객인터뷰 결과(솔루션 검증단계에서 제품이 출시되면 구매하겠다고 대답한 고객이 어느 정도인지 조사한 것), 목표시장의 규모, 유통채널의 개수 등을 기반으로 앞으로의 매출과 이익 규모를 예측해봐야 한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것이 창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혹은 5년 단위의 목표와 손익 계획을 작성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것은 사업의 큰 그림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사업을 해나가면서 자신이 얼마나 목표치를 달성했는지 점검해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⑨고객관계
‘고객관계’는 앞으로 고객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지 적는 칸이다. 전문용어로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관계관리)이라고 표현하는 데, 사실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자세히 계획해 보기는 어렵다. 제품을 출시한 뒤 고객들의 실제 반응을 살피고, 직접 피드백을 받아야 좀 더 실질적이고 정확한 방향을 그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겠다는 큰 그림은 미리 그려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벤치마킹할 만한 기업은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샤오미(Xiaomi)다. 샤오미는 고객관리에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고객들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느꼈던 불편함, 개선했으면 하는 점 등을 게시판에 올리면 이를 취합해 매주 금요일마다 업데이트를 한다. 이 날을 두고 ‘오렌지 프라이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객은 직원들이 자신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주고, 그것을 반영하기 위해 빠르고 신속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에 고마움을 느낀다. 그 과정 속에서 샤오미 브랜드에 대한 무한한 충성심까지 생겨난다. 아예 ‘미펀(샤오미팬덤)’이라는 팬덤문화까지 만들어질 만큼 샤오미에 대한 고객들의 열정과 애정은 대단하다. 샤오미는 이러한 고객들에게 다시 감사함을 표현하기 위해 주말마다 파티를 열기도 한다. 이렇듯 고객과의 성공적인 관계설정은 지속적으로 소통을 해나가는 것에 있다.

또한 최근 빅데이터 시대를 맞이하면서 고객분석과 관리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데, 이와 관련 해서도 미리 구상을 해두면 좋다. 인터넷서점 ‘아마존닷컴’의 경우 고객의 구매이력을 분석해, 고객이 좋아할만한 책을 일대일로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처음에는 고객데이터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추천서비스를 생각할 수도, 제공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마존의 최고경영자인 제프베조스는 “우리는 절대로 데이터를 내다버리지 않는다.”고 강조할 만큼 데이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던 사람이다. 결국 그렇게 모은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천 서비스를 제공했고, 그 정확도 또한 매우 높아 IEEE(Institute of Eletrical and Eletronics Engineers,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아마존 매출에서 추천서비스의 비중이 무려 3분의 1을 넘는다고 한다. 아마존 사례에서처럼 앞으로 고객데이터는 기업의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따라서 자신은 어떻게 고객 데이터를 모을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 생각해둔다면 향후 기업 경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화성 glory@cntt.co.kr 씨엔티테크의 창업자, CEO이자 현재 KBS 도전 K 스타트업 2016의 심사위원 멘토이며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KAIST 학내벤처 1호로 2000년 창업하였고, 전산학의 인공지능을 전공하였다. 14년간 이끌어온 씨엔티테크는 푸드테크 플랫폼 독보적 1위로 연 1조 규모의 외식주문 중개 거래량에 9년 연속 흑자행진중이다. 경제학을 독학하여 매일경제 TV에서 앵커로도 활동했고, 5개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푸드테크, 인공지능, 컨텐츠 생산, 코딩교육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한 엑셀러레이팅을 주도하고 있으며, 청년기업가상 국무총리상, ICT 혁신 대통령 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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