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좋은 계절, 가을이 왔다. 날씨가 선선해지고 습하지 않아 달리기에 가장 좋은 때가 가을이다. 그래서인지 가을에는 매 주말마다 크고 작은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대부분의 달리기 대회는 마라톤(42.195km), 하프(21.0975km), 10km 세 가지 코스를 운영한다. 간혹 5km 코스도 있기는 하지만, 5km 코스는 달리기 코스가 아닌 온가족이 걷는 대회 성격이 강하다. 달리기 대회 공식 코스중에 가장 짧은 10km 대회에 대하여 말해보고자 한다. 평소에 달리기는 즐겨하지만, 대회라고 하면 거창하게 느껴져서 참가를 주저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동네 달리기와 큰 차이는 없다. 오히려 더 즐겁고 재미있다. 부담없이 신청하고 즐기면서 달리면 된다.

10km 대회의 즐거움
대회에 참가하면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가장 큰 장점은 공식적으로 일반 도로를 점유하고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 차만 달릴 수 있는 도로를 두 다리로 달릴 수 있다는 건 큰 즐거움이다. 물론, 대회에 따라 달리기 코스는 다양하다. 서울의 경우 대부분 한강 공원의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대회이다.

잠실 올림픽스타디움, 상암 월드컵 경기장, 여의도 시민공원, 뚝섬 시민 공원 등 4군데서 가장 많이 대회가 진행된다. 이러한 대회들은 출발지점과 결승지점이 동일한 반환점을 돌아오는 코스이다.

대회에 따라 주로가 넓은 대회, 좁은 대회, 반환점이 많은 대회 한번만 있는 대회,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대회 없는 대회, 병목 현상이 있는 대회 등 조금씩 달리는 맛이 다르다. 같은 위치에서 진행하는 대회도 대회 주최측과 출발 방향에 따라 코스가 조금씩 다를수도 있다. 10km 대회를 더욱 즐겁게 달리려면, 가능하면 대형 대회, 일반 도로를 달리는 대회, 올림픽 스타디움에 결승선이 있는 대회를 참가하면 좋다. 자동차가 다니던 도로를 두 발로 달리고, 마지막에 올림픽 스타디움을 달리는 기분이 정말 좋다.

소규모 대회의 경우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리기 때문에 주로의 폭이 좁고, 주최측이 자전거와 보행자 통제를 잘 하지 못해서 자신이 달릴 수 있는 속도로 달리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주로의 폭이 넓은 대회를 참가하면 좋다.

개인적으로는 일반도로를 달리는 대회를 선호한다. 일반 도로를 달리는 대회로는 봄에 열리는 동아마라톤에 10km 코스가 있다. 10km 코스로는 최상이라고 생각한다. 뚝섬공원에서 출발해서 강북강변, 잠실대교, 석촌호수를 달려서 잠실 올림픽 스타디움에 결승선이 있는 코스이다. 반환 코스가 아닌 출발지와 도착지가 다른 대회이다. 같은날 치뤄지는 동아마라톤 풀코스의 후반부 코스와 같기 때문에 풀코스 주자들에게는 10km 주자들이 불편하겠지만, 10km를 달리는 주자들에게는 최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외에, 여의도에서 치뤄지는 안전공감마라톤대회의 경우, 여의도 공원 주변을 달린다. "마이런 서울" 대회, 뉴발란스의 "런 온 서울" 대회 등이 일반 도로를 달리는 대회 들이다.

좌 : 동아마라톤 10km 코스 / 우: 안전공감 마라톤 대회 코스
좌 : 동아마라톤 10km 코스 / 우: 안전공감 마라톤 대회 코스

대회 참가의 장점
대회에 참가하면 기록을 측정해 주는데, 평소 혼자 달리는 것보다 기록도 단축되고, 달릴 때 힘도 덜든다. 혼자서 또는 친한 사람 몇몇이서 달리는 것과 대회에서 달리는 것은 느낌이 많이 다르다. 수많은 달리미들과 함께 달리게 되는데, 자연스럽게 경쟁이 되므로 평소보다 빨리 달리게 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평소 보다 빨리 달리는데 힘도 덜든다. 어떤 대회이든, 대회에 참가하면 어느 정도 긴장을 한 상태에서 달리게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달리는 중간에 음료수나 간식도 공급해 주고 달리는 양쪽에서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평소보다 좋은 기록이 나올 수 있다. 물론, 10km 정도 거리는 굳이 음료수나 간식을 중간에 섭취하지 않아도 큰 문제없으니 조금 이라도 기록을 단축시키고 싶다면 쉬지 않고 계속 달리는 것도 좋다.

대회에서의 기록 측정 방법, 건타임, 넷타임.
대회에서는 개개인의 기록을 측정해준다. 총성과 함께 달리기를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출발지점에 시계에서는 시간을 측정한다. 앞에서 출발하는 사람과 뒤에서 출발하는 사람이 출발점을 통과하는 시간이 짧게는 몇초, 길게는 1분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그러면, 뒤에서 출발하는 사람은 기록상에 손해를 보게 될까? 그렇지는 않다. 대회에서 기록을 측정하는 방법은 두가지다. 하나는, '건타임'이라고 해서, 말 그대로 총성과 함께 시간 측정이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승선에 들어오는 시간을 재는 것을 말한다. 두번째는, '넷타임'이다. 뒤에서 출발할 경우 총성이 울린 후 출발선을 지나가는 데 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출발선을 지나는 순간부터 시간을 측정하여 결승선을 통과할 때 까지의 시간을 재는 것을 말한다. 넷타임이 가능한 것은 개인에게 RFID 칩을 지급하여 사용하기 때문이다. RFID 감지기를 출발지점, 반환지점, 결승선에 배치하여 놓고, 지나갈 때 RFID 칩으로 시간을 측정한다. 반환지점에서도 시간을 측정하기 때문에 반환지점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 돌아올 경우 기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RFID 칩의 경우 옛날에는 신발에 부착하는 딱딱한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서 경기 후 반납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으나, 요즘에는 스티커 방식의 1회용 칩을 사용하기 때문에 반납할 필요도 없고 훨씬 편리해졌다. 단, 5km 이하의 거리에서는 RFID 칩을 사용하지 않는다.

배번에 포함된 플라스틱 칩, 배번뒤에 부착된 칩, 신발에 사용되는 스티커 방식 칩
배번에 포함된 플라스틱 칩, 배번뒤에 부착된 칩, 신발에 사용되는 스티커 방식 칩

대회 참가 요령
10km 대회의 경우 달리기 전에 준비운동과 500m 정도를 가벼운 속도로 달리는 워밍업을 하면 기록에 도움이 된다. 풀코스 마라톤의 경우 후반부에 체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워밍업으로 체력을 소진하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10km는 워밍업을 가볍게 해주면 좋다. 사실 10km의 경우 오버페이스도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초반부터 너무 무리 하지 않는 선에서 치고 나가도 된다.

그리고, 자신의 달리기 능력에 따라 출발선의 어느 위치에 있을 지도 결정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넷타임으로 기록을 측정하기 때문에 굳이 선두에 설 필요는 없다. 하지만, 평소에 10km를 50분 정도라면 제일 앞쪽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고, 60분 정도라면 그 다음 그룹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너무 뒤에서 출발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무런 연습 없이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참가자의 경우 초반부터 걷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속도로 달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빨리 달리지 못하면서 맨 앞에서 시작하는것은 다른 달리미들에게 방해가 되므로 하지말자. 좋은 기록을 내고 싶고, 빨리 달릴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아예 맨뒤에서 선두그룹이 출발한지 5분정도 기다렸다가 출발하는것도 요령이다. 그러면 추월하는 재미도 느끼면서 주로가 비어 있어서 빨리 달릴 수 있다.

필자가 처음 달린 10km 대회는 지금은 없어진 필라마라톤 대회였다. 처음 참가한 대회라서 그런지 기억에 남는 대회이다. 2006년 10월 15일. 달리기를 시작한지 6주만에 참가한 대회였다. 그땐 첫 대회라서 모든 것이 어색했다. 그래서 맨뒷부분에서 출발 준비를 했다. 잘 달리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고, 칩으로 기록을 확인하기 때문에 굳이 앞쪽에서 시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당시 연습때 10km 를 57분에 달렸는데, 처음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니 60분 내에만 들어오면 성공이라고 생각을 했다. 판단 실수였다. 초반에 전혀 달릴 수 없었다. 주로가 갑자기 좁아져서 병목 현상도 있었고, 시작부터 걷는 분들이 많았고, 친한 사람끼리 나란히 길을 막고 걸어서 추월하기도 힘들었다. 결국, 요리조리 지그재그로 빈공간 사이로 추월 하며 달려야 했다. 처음 1km 정도까지는 이런 식으로 달릴 수밖에 없었다.

중간에 급수대에서 음료수를 공급해주는데, 달리면서 물을 마시는것도 쉽지 않았다. 물을 마시기 위해서는 급수대 앞에서 속도를 줄여야 했고, 달리면서 종이컵에 든 물을 마시기도 쉽지 않았다. 물마시는 요령은 두가지가 있다. 급수대는 적게는 3~5개, 많게는 10개 이상 설치되는데, 급수대 초반부에는 사람이 몰려서 물을 마시기도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뒷쪽에 설치된 급수대의 경우 한산하여 편리하게 마실수 있다. 따라서, 굳이 초반부에 마시려고 애쓸 필요 없다.

달리면서 물을 마실때 종이컵을 쥐는 요령이 있다. 손으로 종이컵 위를 움켜쥐어 찌그러뜨려서 잡은 후, 입에 대고 마시면 달리면서도 마실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기록을 단 몇초라도 단축 시킬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은 요령이 좀 필요한데 몇번 해보면 익힐 수 있다. 그냥, 멈춰서서 마시고 달리는것도 추천할만하다. 사실 기록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복장도 중요하다. 처음에 달릴 때는 옷에 그다지 신경을 안썼다. 반팔, 트렁크 바지 등을 입었는데, 지금은 쫄바지에 싱글렛을 입는다. 바지의 경우 타이트하게 잡아주기 때문에 쓸리는 것을 막아주고, 싱글렛은 땀과 체온을 조절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좀 쌀쌀한 날에도 2-3km만 달리면 체온이 올라가기 때문에 가능한 덜 걸치는 것이 좋다.

또 하나의 즐거움 기념품
대회에서는 다양한 기념품을 제공한다. 대부분의 대회에서는 기념티, 배번, 그리고 안내서적을 대회전에 배송해준다. 티셔츠의 경우 대회 로고가 포함되어 있고, 색상이 특이한 것이 많다. 땀을 많이 흘리는 달리기의 특성에 맞게 속건성 소제로 되어 있어서 시중에서는 3~5만원 이상 가는 제품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대회 홍보 문구가 큰 경우가 많아서 평소에 입고 다니기는 좀 불편할 수 있다.

의류의 경우 반팔을 가장 많이 주지만, 싱글렛을 주는 대회도 있고, 반바지, 비니, 장갑, 바람막이 옷을 주는 대회도 있다. 그외에 스포츠 용품으로 배낭, 가방, 선그라스, 신발 등을 주기도 한다. 스포츠 용품 회사와 협찬을 해서 지급 하는 것이 때문인지, 시중에서 직접 구입하는 비용보다 대회 참가비용이 더 싸기 때문에 대회는 참가하지 않고 기념품만 받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특이한 기념품을 주는 대회도 꽤 있다. 예를 들면 철원 마라톤 대회는 "철원 오대쌀"을 준다. 지역의 특산품을 주는 경우인데, 쌀 이외에도 고춧가루나 숙취 해소 음료수 등을 주는 경우도 있다.

안전공감 마라톤 대회의 티셔츠를 철원 DMZ 마라톤의 쌀을 기념품으로 준다.
안전공감 마라톤 대회의 티셔츠를 철원 DMZ 마라톤의 쌀을 기념품으로 준다.

위와 같은 기념품들은 대부분 대회 전에 택배로 배송을 해준다. 그런데, 대회에 참가해야만 받는 기념품이 있다. 바로 완주 메달이다. 메달의 경우, 다양한 디자인을 볼수 있는데, 대회의 특징을 살려서 다양하게 디자인하므로, 이러한 각양 각색의 메달을 모으는것도 재미있다.

다양한 완주 메달
다양한 완주 메달

대회에 참가하면 공식 완주 기록증을 발급해 준다. 완주 기록증의 경우 대회가 끝난 며칠 후 집으로 우편으로 보내준다. 요즘은 대회 현장에서 즉석 인쇄해서 주기도 한다. 이러한 메달과 기록증을 받아서 페이스북등 SNS에 올리거나, 별도의 파일철을 만들어 모으는것도 대회를 참가하는 즐거움 중에 하나이다.

캐나다에서 10km 대회에 참가한적이 있는데, 완주 기록증이 아주 간단했다. 우리나라 기록증은 A4 크기이고 대회 당일의 풍속, 기온 등 다양한 정보가 인쇄 되어 있는데, 캐나다 완주증은 이름과 기록만 있어 훨씬 간단하고 크기도 A4 절반 정도이다.

다양한 10km 기록증
다양한 10km 기록증

그리고,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 가끔씩 찾아오는 행운. 유명인과의 사진을 찍을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마라톤의 영웅, 한국 마라톤 최고기록 보유자인 이봉주 선수를 몇 번 만났고, 함께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2010 mbc 한강 마라톤 대회에서 이봉주 선수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2010 mbc 한강 마라톤 대회에서 이봉주 선수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대회 달리는 동안 하면 안되는 것들
대회에서, 특히 주로가 좁은 대회에서 주의할점은 달리면서 갑자기 멈추지 말아야 한다. 달리다 보면 여러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한다. 달리다가 신발 끈이 풀리거나, 들고 달리던 핸드폰, 장갑 등을 떨어 뜨리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갑자기 멈추는 경우에는, 바로 뒤에서 달리던 사람과 부딪칠 수 있다. 이는 두사람 모두 부상을 입을 수 있다. 특히, 신발끈을 매려고 앞으로 숙인 상태에서 부딪친다면 앞으로 넘어지면서 얼굴을 크게 다칠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될 경우, 천천히 속도를 줄여서 돌아가거나, 천천히 좌우측으로 빠진 후 조치를 취해야한다.

날씨가 쌀쌀할때 진행되는 대회의 경우 출발선에서 기다리다보면 추울 때가 있다. 이때 세탁소 비닐이나 헌옷을 입고 있다가 달리면서 몸이 더워졌을 때 버리고 달리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이런 비닐이나 옷을 주로에 버리고 가는 경우가 있다. 이는 뒤에 달리는 사람들에게 사고를 유발할 수 있으니, 주로 밖으로 던지고 달려야한다.

달리다 보면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은 경우가 있다. 이때 남성의 경우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고, 화단이나 건물벽에 소변을 보고 달리는 경우가 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은 것 같은데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범칙금이 부과될 수도 있다. 한강 시민공원에는 공중 화장실이 있고, 일반 도로를 달릴 때는 주유소나 경찰서 화장실을 이용하면 좋다.

취미로 달리기를 하고 있다면 이번 가을에는 꼭 한번 10km 대회에 참가하여 대회의 즐거움과 가을 달리기의 즐거움을 느껴 보기 바란다.

한상준 han.sangjoon@gmail.com 포토스탁 회사 이미지클릭 이사. 20년 넘게 IT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으며, 관심 분야의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글로 남기는 것을 좋아해 꾸준히 하고 있다. 10년전 마라톤을 시작하여 국내 최대 마라톤 동호회 마라톤114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지금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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