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어떤 일을 해보려면 부딪혀보는 수밖에 없다. 1996년인지 1997년인지 기억 조차 가물가물하지만 필자가 한경PC라인 재직 당시 기자들 중 2명을 선발하여 한겨레 문화센터의 출판기획 과정을 수강하도록 지원해주었다. 약 20년 전에 고작 수 개월 수강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출판 일을 하고 있으니 필자도 스티브 잡스가 말한 ‘과거와의 점 잇기(Connecting the dots)’를 하고 있는 셈이다. 당시의 강사로는 출판 기획자로 유명했던 푸른숲의 김학원 주간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유명 저자를 발굴하여 베스트셀러를 내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그 비결을 “저는 섭외하려는 분께 직접 ‘내가 어떤 기획자인지를 설명하고 이런 책을 내고 싶은데 저자가 되어 주실 수 있겠느냐’”라는 내용의 정중한 손편지를 쓴다고 강의 중에 자신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필자도 그 때의 기억을 잊지 않고 저자 섭외를 할 때는 옛날의 손편지는 아니지만 먼저 메일을 정중하게 써 보낸다.

SNS나 블로그에 글을 꾸준히 써보고 저장한다
올해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는 무리카미 하루키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대여섯 시간 쉬지 않고 집필하고 오후에는 달리기나 수영을 하거나 독서나 음악을 하는 습관을 유지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학창 시절에 매일 일기를 쓰면 좋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지만 실제 습관화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책이라는 일정한 분량의 뚜렷한 주제를 갖춘 스토리를 쓰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 꾸준히 써보면서 습관화 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갑자기 어떻게? 우선 추천을 한다면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글을 올려 방문자 수가 팔로워 수 증가 등을 통해 미래 독자의 반응을 미리 살피는 것이다. 실제로 기획자들도 블로그나 페이스북 같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저자 대상을 찾기도 한다. 또는 같은 목적의 카페에 가입하여 정보 교환을 하며 글 쓰기에 대한 준비할 점, 관련 분야에 대한 정보 교환, 새로운 책의 트렌드 등을 파악해 나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블록북
블록북

요즘은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려진 내용을 책으로 출판해 주는 ‘블록북’같은 업체도 보편화되었을 만큼(수년 전에는 어린이집에서 한 해 동안의 미니홈피에 올렸던 아이 사진을 해마다 앨범식의 출판물로 보내줘 감동했던 기억도 있기는 하다. 신생 업체는 아니다.) 트위터 같은 간단한 글줄의 SNS보다 장문의 글도 저장이 가능한 페이스북이 더 인기가 많다. 물론 인스타그램 같은 사진 위주의 SNS도 있으나 필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저자 관리나 인맥 관리를 하고 있어 페이스북을 추천하고 싶다. 관심사가 높은 그룹에 쉽게 가입할 수도 있고, 원하는 정보도 실시간으로 페친들이 보내주므로 오히려 관련 분야의 최신 정보를 얻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한 가지 주제로 목차 작성하고 목차에 따라 살을 붙여보기
성안북스에서 올해 출간한 <냉장고 속 일주일 식탁>의 홍보 문구를 보면 ‘네이버 960만 명이 다녀간’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그 만큼 블로그의 방문객 수나 카페 회원 수 등은 흥행의 보증수표(?)라서 출판사에서 출간 계약을 하는 판단의 바로미터가 되기도 하다. 그리고 저자 입장에서도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책으로 낼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도 될 것이다.

필자가 주로 섭외하는 IT 분야나 코딩 분야의 전문 저자를 섭외할 때는 그 분야에 전문가로 알려진 사람을 섭외하여 계약한다. 그 후 이 저자가 집필하도록 의뢰하기도 하는데 이 때 필자 지원서를 먼저 보낸다.

독자 여러분이 만약 출판사로부터 섭외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주부가 비누 공방을 하고 있는데 이 비누를 만드는 법을 책으로 내자는 제안을 받았다면? 또는 그런 노하우를 책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하겠는가? 먼저 아이템을 정하고 목차를 작성해야 한다. 목차는 기획자와 상의가 가능하지만 독자 여러분은 섭외 받은 것으로 가정하여 목차를 써보는 것이다. 목차를 쓴 다음에는 살을 붙여 본다. 필요한 자료도 최대한 구글링이나 관련 자료를 찾아 공부해서 채워 본다. 물론 글을 다 쓴 다음에 출판사로 기획안을 보내는 방법도 있고, 기획안과 샘플 원고로 출판사의 반응을 보고 기획 의도를 바꿔나가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출판사와 연락이 닿으면 원고 방향을 수정하게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고 내용 추가나 편집도 편집자와 상의하여 적극적으로 해나가면 된다. 여기서는 예는 처음 쓰는 저자의 경우이므로 가능하면 글을 써보는 것을 추천한다.

카페나 페이스북의 글쓰기 모임에도 적극 가입
무작정 혼자서만 열심히 써서는 효율이 나지 않는다. 필자는 요즘 페이스북으로 각종 출판사에서 보내는 신간에 대한 소개를 보면서 “아~이런 책도 있구나!” 하면서 감탄할 때가 많은데, 이와 더불어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통해 글쓰기 관련 모임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발견한다. 페이스북에만 ‘비즈 라이팅 스쿨’, ‘하루 15분 글쓰기’, ‘작가의 글쓰기’ 같은 페친들이 가입한 글쓰기 그룹들이 있는데, 이런 그룹들에 가입하거나 네이버 블로그나 카페를 검색해서 적극 회원이 되어 도움을 받거나 정보 교류를 하는 것도 필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가 최근에 페이스북에서 발견한 ‘엑스플레스(www.xplex.org)’같은 저자가 되는 교육을 집중적으로 시켜주는 출판 교육/코칭 업체도 활용해보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이북으로 먼저 출간 시도 해보기
요즘 홍대 근처에서 인기라는 ‘유어마인드’같은 업체의 독립출판(인디 출판)으로 책을 내본다든가, 교보문고나 예스24같은 온라인 서점이나 리디북스같은 eBook 업체에 먼저 출간 기획안을 내보고 이북 출간을 먼저 한 뒤 반응을 봐서 정식 출판사와 출간 계약이 성사되는 일도 있다. 물론 기존 출판사는 이미 출판된 책 가운데 반응이 좋은 책을 이북으로도 출간하지만, 예비 저자들은 이 과정을 반대로 시도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 출판 콘텐츠 지원 사업에 기획안을 지원해 보는 것도 또 한 가지 방법이다. 그만큼 출판사와 신예 저자와는 인연이 닿으려면 어렵기에 저자가 되려는 분들도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여 보는 것이 좋다.

조혜란 hrcho@cyber.co.kr 10여 년 동안 IT 매거진 분야에서 PC월드 기자, PC라인 수석 기자, 프로그램세계 편집장을 역임했고 연세대학교 공학대원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에는 베스트북 실장으로 '장미가족의 포토샵 교실'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성공적으로 런칭한 뒤 서울디자인전문학교 입학관리과에 입사했다. 2014년부터 성안당에 입사해 현재는 부장으로서 IT 전문서, 각종 번역서 외에도 자기계발서, 마케팅, 회계, 실용서 등 다양한 책들의 출간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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