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술 소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종은 맥주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맥주의 힘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의 관계 속에서 교감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게 도와주는데 있다. 한마디로 분위기를 가볍게 해주어 서로의 마음 문을 열게 하는 신통방통한 재주가 있다. 본 칼럼은 “어떻게 하면 그 신통방통한 재주를 가진 맥주를 더욱 맛나게 즐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필자도 맥주를 즐겨하는 편인데 어느 순간 맥주의 역사와 다양한 문화적 의미를 통해 그 맛과 의미들을 알게 되면서 더욱 친근하고 맛깔나게 즐기게 되었다. 필자는 이 칼럼을 통해 특정 맥주에 대한 일방적인 홍보가 아닌 맥주가 지닌 다양성과 재미난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나눔으로 맥주의 맛을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싶다.

우리나라 성인들은 누구나 다 맥주 한잔씩 안 마셔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맥주가 독일이 원조라 생각하면서 마신다. 하지만 필자는 생각이 다르다. 맥주는 누가 발명한 것이 아닌 ‘우연히 발견한 일상의 발견’을 발전시킨 것이라 생각한다.

맥주의 시작은 두 문명권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인류 문명의 시작인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그 당시 맥주는 처음에는 해열제나 감기약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맥주의 시초는 ‘빵‘이라고도 말하는 설도 있다. 그래서 맥주를 ’마시는 빵‘이라고도 한다. 필자도 누군가 빗물에 젖은 빵이 자연 발효되어 알콜성분이 된 것을 마셔보고 좋아서 발전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누가 왜 빵에 물을 붓고 저장 했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설을 뒷받침해주는 다른 이야기는 1970년대 중동 개발로 우리 근로자들이 중동에 파견 근무할 때의 이야기다. 필자의 외삼촌이 사우디에서 근무할 때, “병원에서 나오는 링거 유리병에 식빵을 넣어 술을 만들어 마셨다”고 한다. 나중에 그 외삼촌한테 에일 맥주를 소개했던 적이 있는데 사우디에서 만들어 먹던 맥주맛과는 다르지만 어딘가 모르게 느낌이 비슷하다고 했다.

맥주는 시간의 작품이다. 또한 기다림의 작품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적 혹은 인위적으로 발효가 되어 휘발성 알콜 음료인 맥주가 탄생되었다. 처음 등장한 맥주는 지금의 맥주 보다는 도수도 약간 높고 맥주보다는 보리로 만든 와인 느낌이었다고 전해진다. 아마도 그 당시 홉을 사용 하지 않아서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맥주의 발전을 이해하려면 중세시대 수도원 맥주를 빼놓을 수가 없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맥주가 그리스인과 로마인에 의해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중세 시대 수도원은 일종의 보건소 같은 기능을 많이 담당했는데, 환자 치료와 교육 저소득층을 위해 많은 봉사와 희생을 했지만 기부금만으로는 충당치 못해 여러 가지 1차, 2차 산업 활동을 했다. 그래서 맥주와 와인, 에그타르트, 치즈 등 여러 종류의 음식과 발효음식이 발전하게 되었다.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인지 현재 맛으로 이름난 맥주는 수도원 맥주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트라피스트 맥주 전용잔은 와인잔인듯 성배잔을 많이 닮았다.

여기서 맥주초보에게 줄 수 있는 한 가지 팁이 있다. 만일 맥주를 잘 모르지만 맛있는 맥주를 마시고 싶다면, 반드시 수도원맥주(트라피스트)를 선택하여 마시길 바란다. 그렇다면 실패 확률을 확실히 줄 일 수 있다.

다시 맥주의 역사 속으로 돌아와서 우리가 알아두면 좋은 맥주이야기가 있다. 바로 ‘독일맥주 순수령’이다. 순수령이란 1516년 독일 인골슈타트에서 개최된 바이에론 주의회에서 맥주의 품질을 지키고자 공포한 법령이다. 그 법령에 의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맥주도 많이 있다. 처음에는 보리, 홉, 물 3가지만 가지고 만들었는데 그 이후 효모가 추가되어 현재는 4가지로 만들어지고 있다. 독일을 제외한 주변 국가들은 4가지 재료 외에 여러 가지 재료로 시도해 지금의 다양한 맥주 맛이 나는 것이다.

독일 맥주 역사 중에 큰 영향을 미친 중요한 사건이 있는데, 그것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옥토버 페스트’ 이다. ‘옥토버 페스트’의 역사는 1810년 10월 12일 바이에른 왕국의 황태자 루트비히와 작센의 테레제 공주의 결혼식이 뮌헨에서 거행됐다. 이 왕실 결혼을 기념해 1810년 10월 12 일부터 17일 까지 5일간 축하연회와 민속 스포츠가 벌어졌고, 바이엘른 근위대는 축제 마지막 날인 10월 17일에 대규모 경마경기를 개최해 새로운 왕족 부부의 탄생을 경축했다. 근위대 소령 안드레아스 폰달라르미가 기획한 경마경기는 왕족이 함께한 가운데 기념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했으며 이듬해부터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경마 경기를 개최했고, 이것이 매년 10월에 열리는 ‘옥토버 페스트’의 전통이 되었다.

처음부터 ‘옥토버 페스트’가 맥주 축제는 아니었지만, 1818년 처음으로 맥주를 팔기 시작 하였고, 1819년부터는 뭔헨시 주관하에 ‘옥토버 페스트’를 매년 개최하기로 결정하였다. 올해 2016년에는 9월 17일부터 10월 3일 까지 뮌헨시에서 열렸다. 맥주 덕후라면 한번쯤 꼭 가보고 싶은 축제 버킷리스트일 것이다.

독일 옥토버페스트
독일 옥토버페스트

‘옥토버 페스트’의 특징 중에 하나가 맥주 전용잔이다. 이 기간 동안에는 1000mm잔만 사용 하는데 가끔 축제사진을 보면 1000mm잔을 8개씩 들고 서빙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필자도 옥토버 전용잔을 보유하고 있지만, 빈잔 무게도 상당히 무겁다.

맥주의 본고장이라고 하면 보통 독일을 꼽는다. 그 이유는 앞서 설명한 재미난 맥주에 대한 법과 맥주를 테마로 한 전통축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우리나라에도 매년 여러 맥주 축제가 열리는데 아직은 수입 맥주의 전시장과 같은 분위기다. 10만 맥주 덕후와 국내 수제맥주 양조장들이 문화와 콘텐츠가 있는 축제로 발전시키면 좋겠다.

맥주는 이제 우리 일상에 함께 하는 음식의 일부가 되었기에 정부에서도 이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를 들면 주세 중 국세가 가장 많이 차지하는데 그중 일부분이라도 영세 양조장을 지원해 양조 기술 발전에 지원되었으면 한다.

첫 칼럼으로 맥주에 대한 역사 속 이야기를 펼쳐보았다. 이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의 일상 속에 함께하는 맥주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게 되었다면 이 시간 이후에 마시는 당신의 맥주는 그 맛과 풍미가 반드시 달라질 것이다.

로빈 robin316303@gmail.com 로빈은 '로빈의 맥주파티'라는 브랜드네이밍으로 세계의 다양한 맥주를 탐닉하는 맥주 전문가이다. 또한 그는 재미난 맥주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는 비어 스토리텔러이다. 로빈과 함께라면 우리가 알지 못해서 마셔보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맥주의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현재 아이디어컴퍼니 렛츠메이크의 대표이자 맥주 세일의 매니저이며, 맥주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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