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으로 시작했지만, 언제까지 작은 기업으로 머무르고 있을 수는 없다. 비록 시작은 미약했을지라도 그 끝은 창대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필자가 씨엔티테크를 처음 설립했을 때를 돌아보면, 당시 나와 비슷한 시기에 창업을 했던 몇몇 친구들이 있었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그 가운데는 회사를 굉장히 크게 키운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고, 사업에 실패해 아예 연락조차 안 되는 친구들도 있다. 똑같이 창업을 했는데, 이렇게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또 다른 경우를 생각해보자. 학창시절 함께 놀던 친구가10년 뒤 연봉 몇 억을 받는 소위‘잘 나가는 샐러리맨’이 되었다고 하는데, 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떻게 그리 될 수 있었을까? 함께 회사에 입사한 동기 중에 단연 돋보이며 승승장구하는 친구는 비결이 무엇일까? 분명 출발점은 나와 비슷하거나 같았는데, 왜 이렇게 ‘노는 물’이 달라진 것일까?

사례는 각각 다르지만, 공통적인 성공 비결은 세가지 정도로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로는 항상 큰 꿈과 높은 목표를 가지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자신의 장점, 매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잘 어필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면접에서든, 연봉협상에서든, 거래처와의 만남에서든 자신의 매력을 상대방에게 잘 어필한 사람은 남다른 성과를 얻어내기 마련이다. 세 번째는 뛰어난 정보력이다. 홍수처럼 흘러 넘치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자신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고, 필요하다면 발로 뛰어 정보를 얻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번 칼럼에서는 위 세가지 비결을 스타트업 경영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목표설정은 '비전수립', 매력어필은 '마케팅', 정보력은 '빅데이터활용'으로 각각 이어진다.

목표설정 : 큰 그림을 그려라
어릴 적 우리는 장래 희망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넌 무엇이 되고 싶니?”, “꿈이 뭐니?”라는 질문에 “대통령이요!”, “훌륭한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라고 호기롭게 대답하곤 했다. 장래희망, 즉‘나는 무엇이 되고 싶다.’ 혹은 ‘어떤 일을 하고 싶다.’고 결정하는 것은 인생의 큰 방향을 설정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장래 희망이 확고할수록 앞으로의 진로를 더 잘 계획할 수 있다. 화가가 되고 싶다면 예술고등학교와 예술대학에 진학해 배움의 깊이를 더하겠다는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또 틈틈이 인사동 거리에 나가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려주자는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인생을 방황하며 헛되이 보내기 쉽다.

기업도 이와 마찬가지로 무엇을 하는 기업인지 정체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미국 항공특송업체 페덱스(FedEx)는 ‘전세계 어디든 밤새도록 움직여 고객의물 건을 제시간에, 정해진 목적지에, 안전하게 배송한다.’는 것을 기업의 사명(Mission)으로 두고 있다. 문장을 읽자마자, 이 기업이 무엇을 하는 기업인지, 왜 존재하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기업의 사명을 명확히 정의해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정체성을 확실히 할 수 있다.

‘전세계 소비자의 실시간 외식주문에 대해 최신 기술과 최적의 운영을 통해 클라이언트의 매출향상과 브랜드가치를 높인다. 원거리 실시간 외식주문 문화를 선도해 인류생활의 편의성을 높이고, 사회적으로 건전한 고용창출에 이바지한다.’

위 문구는 씨엔티테크의 사명이다. 아예 회사입구에 큰 간판을 만들어서 적어놓았는데, 직원들은 매일 출퇴근길마다 이 글을 마주하게 된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기업의 사명을 깊이 이해하고 공유하는 것은 상상 이상의 효과를 발휘한다. 고객의 불만전화를 한 통 받더라도, 클라이언트의 메일에 답장을 한 줄 쓰더라도 직원들은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무엇을 위해 하는 일인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명(Mission)도 중요하지만 다음으로 가치(Value)를 정립하는 일도 중요하다. 개인의 인생만 보더라도 각자가 가진 가치관에 따라 그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지듯 기업도 똑같다. 예전만 하더라도 기업의 가치는 이윤을 창출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엔‘사회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인가.’, ‘사회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한때 ‘갑의 횡포’로 도마 위에 올랐던 기업들만 보더라도 기업이 가진 가치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하는 기업은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와 영향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기업과는 분명 매 순간 다른 선택, 다른 결정을 해나갈 것이다. 만약‘ 사회에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 되자.’는 가치를 가진 기업이라면, 아무리 돈이 많이 벌리는 일이라도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면 과감히 포기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철학, 좋은 목표를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없다면 단지 몽상을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버스운전에 비유하자면, 서울행인지 부산행인지 방향성과 목적지를 밝히는 것이 방금 설명한 기업의 가치(Value)와 사명(Mission)을 의미한다면, 도로상황등을 고려해서 목적지에 다다르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설정하는 것이 비전(Vision) 수립이다. 그리고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순간순간 해야 하는 행동들, 즉 좌회전을 한다거나, 고속도로로 간다거나, 속도를 줄여 달린다는 등의 판단을 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 전략(Strategy)에 해당한다. 이것을 통틀어 경영용어로 VMVS 전략이라고 한다.

비전은 기업이 달성해야 할 중장기적 목표로 보통 4~5년 단위로 수립한다. 대통령의 임기도 5년이고, 회사에서 개인의 승진단위도 평균 4~5년인 것처럼 이 기간은 하나의 목표를 수립하고 성취할 수 있는 최소 단위로서의 기간이다. 특히 이 비전수립은 CEO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일류기업으로 거듭나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비전수립의 여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EO는 정확한 비전수립을 통해 기업을 끊임없이 발전시켜야 한다.

개인적으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야말로 인생의 비전을 가장 잘 설계한 인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19세 때 ‘20대에 내 분야에서 이름을 알리고, 30대에 최소한 현금 1천억엔 정도의 자금을 모아 40대에 큰 승부를 걸고, 50대에 사업을 완성시킨 뒤, 60대에 다음 세대에 사업을 완전히 물려준다.’는 비전을 세웠다. 결과는 알다시피 자신이 세운 비전을 하나씩 완벽히 이루어냈다. 만약 위와 같은 비전을 세우지 않고 살았다면, 지금처럼 위대한 경영자로 칭송 받을 수 있었을까? 중간에 지쳐 쓰러진 적이 왜 없겠냐만 인생의 확고한 비전이 있었기 때문에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었을 것이다.

기업도 손정의 회장처럼 비전을 세워야 한다. 비전을 체계적으로 세운 기업은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그래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고 실천할 수 있지만, 비전이 없는 기업은 매번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다.

 씨엔티테크의 비전
씨엔티테크의 비전

위 표는 씨엔티테크를 경영하면서 4~5년 단위로 수립한 비전이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는 사업 초창기로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한 시기였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거창한 비전이 있었다기 보다는 망하지 않고 시장에서 버텨내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다 적자를 극복하고 처음으로 흑자를 낸 시점이 2007년이었다. 그 때부터 이렇다 할 비전을 내세울 수 있었는데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외식 인프라를 통합해 ‘외식주문중개플랫폼’ 시장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사실2007년까지만 해도 거래처가 2개에 불과했던 상황이라 절대 실현 불가능한 목표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불철주야 노력했고, 그 결과 2011년 말에는 70여 개 프랜차이즈, 34,000개 매장을 고객 사로 유치하며 96%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때의 경험으로 깨달은 것은 목표는 자신이 실현할 수 있는 것보다 조금 높게 잡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100점을 목표로 잡은 사람은 100점으로 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지만, 80점을 목표로 잡은 사람은100점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비전을 수립할 때 중요한 것은 비전에 대해 직원들과 꾸준히 공유하고 소통하라는 것이다. ‘말 안 해도 잘 알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사랑도 표현할수록 연인과의 관계가 끈끈해지듯이 비전도 직원들과 많이 얘기하고 소통할수록 직원들의 사기도 높아지고, 경영성과도 놀라울 만큼 달라진다. 존슨앤존슨 CEO였던 짐버크(Jim Burke)만 보더라도 하루 일과의 40%를 회사의 핵심가치와 믿음, 비전에 대해 직원들과 소통하는데 할애했을 만큼 비전공유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페덱스 CEO인 프레데릭스미스(Frederick W. Smith)는 “모든 직원이 비전을 공유하기 전까지는 초우량 기업으로 거듭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비전을 실행할 전략(Strategy)을 세우는 단계다. 5년 뒤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세워도, 그것을 뒷받침할 전략이 없다면 비전은 그저 겉만 번지르르한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전략은 곧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직관적이어야 한다. 또한 조직별, 부서별, 팀별, 개인별로 전략을 세우되 연간, 분기, 월 단위로 점검하면서 전략을 수정,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VMVS 전략을 잘 세운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는 다시 버스 운전에 비유해서 설명할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회사는 운전대를 잡은 CEO가 목적지를 설명하고, 뒤에 탄 승객들(직원들)은 그 목적지에 대해 신뢰와 확신을 가지고 있다. 중도하차 하려는 승객들은 없고, 끝까지 함께 그 목적지를 향해 달려나간다. CEO는 내비게이션과 계기판을 보며 속도는 적절한지, 기름이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도로상황은 어떤지 끊임없이 상황을 점검한다.(매출, 이익, 시장점유율 등의 지표를 계속 점검하며 회사의 위치와 시장상황을 확인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런 회사일수록 유능한 직원들도 많아, 때때로 직원들은 CEO가 운전을 하느라 놓쳤던 주변의 세세한 풍경과 상황을 설명해주기도 하고, 목적지에 다다르기 위한 더 좋은 방법(전략)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삐걱거리는 회사는 이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어디로 가는 버스인지는 오로지 CEO만 알고 있다. 무슨 심보인지 창문도 모두 신문지로 가려 버려서 승객들은 밖을 볼 수 없다. 이런 버스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어디로 가는 버스인지 알 수 없으니 승객들은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제대로 버스를 탄 것이 맞는지, 이 버스가 정말 제대로 된 버스는 맞는지, 기사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밖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버스가 덜컹거리니 멀미가 나기 시작한다. 여기저기서 구토증세를 보이는 사람들도 나타난다. 결국 이 버스에서 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친다. 직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 회사, 퇴사율이 높은 회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어떤가? 스스로 그리고 있는 회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똑같이 창업을 해도 누군가는 몇 년 안에 큰 기업을 일구어 내는가 하면, 누군가는 당장 밥 벌어 먹고 살기 어려운 이유는 기업의 가치(Value), 사명(Mission), 비전(Vision), 전략(Strategy)을 제대로 세웠느냐 아니냐에 있다.
생각해둔다면 향후 기업 경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화성 glory@cntt.co.kr 씨엔티테크의 창업자, CEO이자 현재 KBS 도전 K 스타트업 2016의 심사위원 멘토이며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KAIST 학내벤처 1호로 2000년 창업하였고, 전산학의 인공지능을 전공하였다. 14년간 이끌어온 씨엔티테크는 푸드테크 플랫폼 독보적 1위로 연 1조 규모의 외식주문 중개 거래량에 9년 연속 흑자 행진 중이다. 경제학을 독학하여 매일경제 TV에서 앵커로도 활동했고, 5개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푸드테크, 인공지능, 컨텐츠 생산, 코딩교육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한 엑셀러레이팅을 주도하고 있으며, 청년기업가상 국무총리상, ICT 혁신 대통령 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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