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O2O기업들은 스타트업인 경우가 많다. 물론 몇 몇 눈에 띄는 기업들은 스타트업을 벗어나 어느덧 차세대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그들도 스타트업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O2O 비즈니스에서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조건에는 창업자의 자질, 기업 환경, 제품, 자본등 여러가지 것들이 있겠지만, 부족한 대부분의 것들을 채워줄 수 있는 것들이 초기 스타트업에 참여한 동료들의 커미트먼트(Commitment)라고 생각한다.

‘커미트먼트’를 우리말로 번역하기는 애매한데, 단어의 의미가 스타트업의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희생’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노력’이기도 하면서, 때로는 고도의 업무 ‘집중력’, ‘책임감’으로 말할 수 있다.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지간에 어느 정도 일정 수준의 커미트먼트가 오랜 기간 동안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스타트업의 성장동력도 쉽게 무너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초기 멤버들의 커미트먼트를 먹고 자란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초기 구성 멤버들의 잦은 턴오버는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오늘은 이렇게 커미트먼트가 충분한 직원들과 스타트업의 성장과의 관계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적어도 내가 경험했던, 그리고 내가 봐왔던 수많은 스타트업들은 창업멤버(Co-founder)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거의 비슷한 시기에 그리고 비슷한 업무량을 수행한 직원들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들은 열약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 창업멤버에 준하는 고생을 하고 함께 성장의 기쁨을 맞본다. 만약 이상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성장을 함께 했다는 ‘기쁨’만으로 모든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아무것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하지만 기업의 성장이 나의 성장이 아니었음을, 또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의 속도에 내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게 될 때, 그래서 내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잃게 될때, 비로소 스타트업과 초기 멤버들은 첫번째 성장통을 겪게 된다.

필자는 이와 같은 현상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면 이전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하게 되고 각각의 일은 좀 더 큰 책임과 전문성을 요구하게 된다. 그런데 초기에 함께한 이들이 다양한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는 있으나 아직 전문적인 영역에 있어서는 부족함을 느낄 때 서로가 예전과 같은 관계가 아님을 알게 된다. 이는 내부적인 변화에서도 기인하겠지만, 외부와의 좀더 많은 업무 협력 때문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내부에서의 변화는 해당 분야의 경력직을 채용할 때 기존 멤버와의 충돌에서 발생한다. 당연히 그 업무를 오랫동안 수행해서 도메인 지식이 풍부한 실무자와 스타트업과 완전히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지는 않았으나 경력이 많아 쉽게 이해하고 빠르게 업무를 리드할 수 있는 사람은 어느쪽이 우선이냐를 따지게 될 때 어긋나게 된다. 기존 멤버에게는 너무 큰 변화가, 새로운 멤버들에게는 전문성이 부족해보이는 팀 운영이 서로를 피곤하게 한다. 더구나 새로 합류한 직원들은 초기 멤버들만큼의 커미트먼트도 보이지 않는다.

스타트업의 진정한 미학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문화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전문성도 보강하는 그 과정에 있다고 보는데, 누구나 생각하지만 쉽게 되지는 않는것 같다. 그래서 초기 멤버들이 회사와 계속해서 성장하고 커미트먼트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 봤다.

첫번째 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이 변화하는 상황을 빠르게 공유하고 설득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왜 우리가 계속해서 발전해야 하는지, 우리 구성원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공유해야 한다. 결과를 공유하기보다는 과정을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성장’은 커미트먼트를 유지할 수 있는 에너지 자원이다. 기업의 성장이 개인의 성장이라고 말할게 아니라, 기업이 성장한 만큼 각각의 개인이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래서 역량이 어디까지 발휘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는지 알아야 하고 그리고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다면 ‘열정’이라는 형태의 커미트먼트도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다.

두번째는 권한 위임이다. 필자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을 믿는 편인데, 소위 말하는 R&R을 명확히 해 스스로에게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해야 한다. 그 권한을 누리고 동시에 책임을 져야만 구성원이 성장할 수 있다. 어차피 스타트업이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각각의 구성원들이 빠르게 판단하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고민하기보다는 발생한 문제로부터 빠르게 대응하고 학습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자발적인’ 커미트먼트를 유지할 수 있다. 리더는 빠른 피드백과 적절한 해결책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세번째는 업무의 전문성이다. 더 이상 이것저것 하는 만능(All-round Player)보다는 적절한 시점에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 포지션을 부여해야 한다. 이 작업이 너무 늦게 되면 커미트먼트가 높은 직원을 조직에 뿌리 내리기가 어려워져서 자칫 잃게 될 수도 있다. 개인의 커리어를 관리하고 앞으로 계속해서 성장하고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미리 마련해야 한다.

네번째 좋은 동료다. 경험상 가장 효과가 좋았던 방법은 ‘아니 저런 사람이 왜 우리 회사에?’라는 의구심이 들만한 사람을 채용했을 때다. 좋은 동료는 조직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와 같은 실무적인 이점을 제공하는 동시에, 좋은 경력과 실력을 지닌 동료의 ‘입사’를 통해 우리 회사의 수준을 매우 쉽게 빠르게 인식할 수 있다. 좋은 동료가 들어오면 왠지 모르게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생긴다. 그리고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된다.

스타트업에 있어서 멤버들의 커미트먼트는 너무 중요하다. 절대적인 노동의 시간을 통한 결과보다는 직원들의 서비스에 대한 애정이고 관심이다.

서우석 wooseok.seo@gmail.com데일리호텔 CTO. 안철수연구소에서 보안 관련 업무를 시작으로 잡플래닛 CTO, 요기요 서비스로 유명한 알지피코리아 CTO를 역임한, 보안 전문가이자 IT 베테랑이다. Microsoft MVP 활동과 S/W Maestro 과정 멘토링, 디버그랩 운영을 통해 국내 IT개발자들과 프로그래밍 기술을 공유하고 SW취약점 대상 공격기법에 대한 ‘버그 헌터’s 다이어리’와 프로그래밍 실무 지침서로 유명한 ‘CODE COMPLETE 2’를 번역해 SW구현 실무 정보 소개로 많은 호응을 받았다. 현재는 O2O 기반의 IT 서비스 전문가로서 이커머스 운영 및 수익 창출에 대한 지식 나눔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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