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스타트업들이 간과하는 것이 지분 분배다. 하지만 투자 유치를 고려하고 있다면, 지분도 전략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생각하다간 나중에 경영권 분쟁으로 고생하게 될 수도 있다. 공동 창업자가 없어서 혼자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요즘은 혼자 창업하는 경우보다 3~5명이서 함께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공동 창업자들과 공평하게 지분을 n분의 1로 나누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각자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현재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n분의 1로 지분을 나누는 것을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지분 구조에 있어 CEO의 안정적인 리더십을 원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창업자가 공동 창업자 3명과 함께 회사 지분을 25%씩 나눠 갖기로 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지분구조가 대표 중심이 아니라면 하나의 사안을 결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때로는 의견 불일치와 갈등으로 사업 추진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당연히 대표의 리더십도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잘못된 의사 결정에 대한 책임 소재도 애매해진다. 따라서 초반에는 대표 직함을 가진 사람이 51% 이상의 지분을 가져가고, 그에 따른 의사 결정권과 책임도 다른 사람들보다 무겁게 가져가는 것이 사업을 안정적으로 해나가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

이렇게 지분을 나눠야하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최악의 경우 경영권을 잃고, 자신이 고생해서 일군 기업이 다른 사람 손으로 넘어가는 꼴을 봐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가슴 아픈 기억이지만, 나의 첫 창업이 이랬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4~5번의 투자 유치를 받았고, 그때마다 투자자에게 신규 주식을 발행해주었다고 해보자. 그렇게 되면 기존 창업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25%의 지분은 희석되어 가치가 낮아지게 된다.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지분율이 20%, 10%, 5%로 떨어지고, 결국 투자자가 대주주가 되어 경영권과 회사가 넘어가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초창기에 시드머니(종자돈)를 받아서 기업을 만들어나갈 때는 투자 지분을 10% 정도로만 유지하는 것이 좋다. 기업 가치가 가장 낮게 평가되는 때가 창업 초창기인데, 처음부터 너무 많은 돈을 투자받으려 하지 말고 다음 성장 단계에 진입하기까지 필요한 돈만큼 1차적으로 투자를 받고, 회사의 가치가 높아진 후 더 좋은 조건으로 다시 투자를 받는 것이 좋다. 그런 다음 투자자의 지분 10%를 제외한 90% 가운데 51~60% 지분을 대표가 가져가고, 그 나머지를 공동 창업자들이 나눠 갖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투자를 받아서 주식 희석이 발생하더라도 대표가 가지고 있는 지분율이 크기 때문에 경영권에는 타격이 가지 않게 된다.

이렇듯 지분 문제는 분명 어렵고 복잡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 문제만큼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이미 경영권을 잃었거나, 회사에서 쫓겨났거나) 미리미리 관련 지식을 공부하고, 만약의 사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전화성 glory@cntt.co.kr 씨엔티테크의 창업자, CEO이자 현재 KBS 도전 K 스타트업 2016의 심사위원 멘토이며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KAIST 학내벤처 1호로 2000년 창업하였고, 전산학의 인공지능을 전공하였다. 14년간 이끌어온 씨엔티테크는 푸드테크 플랫폼 독보적 1위로 연 1조 규모의 외식주문 중개 거래량에 9년 연속 흑자행진중이다. 경제학을 독학하여 매일경제 TV에서 앵커로도 활동했고, 5개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푸드테크, 인공지능, 컨텐츠 생산, 코딩교육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한 엑셀러레이팅을 주도하고 있으며, 청년기업가상 국무총리상, ICT 혁신 대통령 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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