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2016-17 시즌 레퍼토리 개막작 ‘토스카’가 지난 10월 13일부터 10월 1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이 작품은 푸치니가 남긴 베리스모 오페라의 걸작으로, 1800년 로마에서 세 남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극적인 하루밤을 드라마틱하게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초창기 오페라가 그리스 신화나 먼 옛날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고, 낭만주의 오페라가 화려한 무대, 의상으로 표현되었던 것과는 상반되어, 베리스모 오페라는 실증주의 철학, 자연주의 운동의 영향을 받아 사실적인 대본과 무대 배경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토스카’는 멜로 드라마적인 요소 속에서 주인공의 현실적인 심리를 표현하고 있는 작품으로, 푸치니의 다른 오페라 작품인 ‘투란도트’, ‘나비부인’, ‘라보엠’에서와는 다른 여성상을 표현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이번 국립오페라단의 공연에서는 종교적인 면과 정치적인 면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이 가미되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본지는 ‘토스카’를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무대 공연 측면, 국립오페라단의 새로운 해석이라는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추어, 3회에 걸쳐 독자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 푸치니의 다른 오페라 작품들의 여주인공들이 주었던 우울함과 답답함

‘투란도트’, ‘나비부인’, ‘라보엠’은, 오페라를 좋아하는 관객, 특히 푸치니의 오페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전막의 본 공연과 오페라의 노래인 아리아로 이루어지는 갈라 콘서트에서 자주 접해보았을 작품들이다.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직접 관람하면 정말 감동적인 이 세 작품은 감정이입하여 몰입할수록 공연이 끝난 후 우울함과 답답함이 커진다는 것을 느껴본 관객들도 많을 것이다. 카타르시스를 통한 마음의 정화를 넘어서는 이런 느낌은, 여주인공의 캐릭터와 아시아 관객의 입장이라는 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칼라프 왕자가 부르는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로 유명한 ‘투란도트’에서 투란도트 공주는 자신이 내는 세 개의 수수께끼를 맞추는 사람과 결혼할 것이라고 하며, 한 문제라도 맞추지 못할 경우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여러 사람이 도전했다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칼라프 왕자의 도전과 그 이후의 이야기는 칼라프 왕자의 입장에서는 성취와 성장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절세미녀이며 권력도 가진 투란도트 공주가 어이없이 주저앉는 모습은 개연성보다는 투란도트 캐릭터에 대한 멸시로 느껴질 수도 있다. 공주이고 똑똑한 척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느낌.

오페라 ‘나비 부인’은 나가사키에 주둔하는 미 해군 대위 핀커턴이 열 다섯 살의 아름다운 게이샤 초초 상과 결혼한다. 현지처가 된 초초 상은 순수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미국으로 떠난 핀커턴을 3년째 기다리지만 미국 아내와 함께 돌아온 핀커튼에게 아들을 빼앗길 운명이 된다.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투란도트’에서 투란도트 공주와 ‘나비 부인’의 초초 상은 미모와 권력, 인기를 가졌지만 외국 남자 앞에서 어이없이 무너지고 마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잘난 것 같지만 다른 나라 남자에 의해 좌우되는 중국과 일본의 여성이라고 푸치니의 눈을 통해 묘사된 것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그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생각하는 것도 씁쓸하게 다가온다.

로돌포가 부르는 아리아 “그대의 찬 손”으로 유명한 오페라 ‘라보엠’의 배경은 아시아가 아닌 프랑스 파리이다. 미미는 행복해야 할 크리스마스 이브에 깊은 슬픔을 맞이하는 여주인공이다. 미미는 아시아 여성의 캐릭터는 아니지만, 크리스마스 이브는 아시아도 공통적인 공감과 공유를 하는 시간이기에, 미미는 투란도트 공주, 초초 상과 연결되는 인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 푸치니가 여주인공에게 원한 것이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토스카’

‘토스카’에서 토스카(알레시아 불가리두, 사이요아 에르난데스 분)는 그의 연인인 화가 카바라도시(마시모 조르다노, 김재형 분)이 그린 그림 속의 여인을 질투하기도 하는, 아주 순수한 가장 여성적인 마음을 가진 캐릭터이다.

그러나, 토스카는 모든 로마가 스카르피아(고성현, 클라우디오 스구라 분) 앞에서 두려움에 떨었지만 강력하게 행동하고, 자신이 스스로 운명을 선택하는 강인한 내면을 가진 여성이다. 푸치니가 여자 주인공에게 원한 것이 그의 다른 오페라 작품들과는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종교적인 면과 파시즘의 정치적인 면 대립을 이루는 ‘토스카’에서, 토스카는 순수함, 여성성과 함께 디바적인 매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이 작품의 배경이 1800년의 로마이기 때문에 토스카가 다른 여주인공들과는 다른 캐릭터를 가지도록 푸치니가 설정했을 수도 있다.

‘토스카’만 분리하여 바라보면, 토스카에게 동시에 있는 부드러움과 강함은 이 작품이 가진 드라마틱한 이야기와 감정의 전개와 연결에서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토스카를 보며 푸치니가 투란도트 공중, 초초 상, 미미에게 토스카와 같은 모습을 주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천상욱 문화예술전문기자 (twister@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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