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GE, MS, GM 등 세계적인 기업들은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고 있다. 매킨지에서도 2016년 5월에 성과연봉제는 궁극적으로 성과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제도라는 글을 기고하기도 하는 등 성과연봉제를 폐지하는 것은 글로벌 트렌드가 되고 있다. 직장인으로 환영할 일이지만 필자가 일하고 있는 기업에 언제 적용될지 아직 알 수 없고 향후 최소 몇 년은 지금과 같은 성과연봉제도로 운영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현재와 같은 성과연봉제의 기본 틀 안에서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그렇다면 개인의 성과란 무엇인가? 성과연봉제의 틀 안에서 개인의 성과는 두 가지로 나뉜다. 그것은 성과평가를 위한 형식적인 성과와 개인의 자산이 될 커리어에 들어갈 진짜 성과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성과평가를 개인의 성장보다는 차등연봉책정을 하기 위한 것으로만 활용한다. 수치화, 계량화된 평가기준과 평가 프로세스로 진행되고 있어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평가하는 사람의 주관이 많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근무환경에서 개인이 일에 몰입하여 제대로 된 진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 형식적인 성과만을 적당히 달성하기 위해 일을 하고 있어 개인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 일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더구나 많은 기업에서는 개인 역량을 성과평가에서 큰 비중으로 다루지 않는다. 좋은 성과를 낸 사람은 역량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역량은 있는데 성과창출을 못한다는 것은 역량이 없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개인의 삶에 있어서 제대로 된 진짜 성과를 내는 경험을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좋은 시장상황, 전임자의 실적이나 노력, 운 등을 통해 얻어진 성과는 진짜 성과가 아니다. 오직 개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생각하고 일에 몰입해서 창출해낸 성과만이 진짜 성과다.

진짜 성과를 창출해 본 경험이 직장생활에 있어 왜 중요할까? 최근 급변하는 경영환경으로 인해 대기업을 포함해 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이라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지금의 시대는 개인이 한 직장에 오래 다니는 것이 점점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직장인이라면 언젠가는 이직할 수밖에 없다. 개인의 삶은 회사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켜야 하는 것이다. 현재 직장에서 성과를 창출하는 한편 언젠가 이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준비를 해두는 것이 직장인으로서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준비하는 직장인은 많지 않고 대부분 이직해야 할 상황이 코앞에 닥쳐야 준비한다. 그러나 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이직은 참 어려운 일이다.

이직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경력기술서를 쓴다. 대부분 경력기술서는 ‘수행하는 직무에서 어떠한 일을 했음’이라고 단순한 나열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필자는 개인적으로 수행하는 직무에서 어떠한 일을 했고 본인이 기여한 부분과 결과 등을 누가 보더라도 알 수 있게 문서로서 정리해 두는 기존 경력기술서의 확장 개념인 ‘커리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두어야 한다고 본다. ‘커리어 포트폴리오’는 새롭게 만들어 낸 용어이다. 경영의 구루 찰스 핸디가 그의 저서 ‘코끼리와 벼룩’에서 직장인은 언제가 코끼리(대기업)에서 나와 벼룩(프리랜서)이 될 수밖에 없고 ‘벼룩’은 포트폴리오 생활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서 따온 말이다.

이직시장에 선호하는 인재는 ‘해당 직무를 잘 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한 사람’이기에 경력사원의 경우 보유역량이 굉장히 중요하다. 여기서의 ‘역량’은 일반적인 능력이 아니다. 기업에서 필요한 ‘역량’은 성과와 연계되어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다만 개인의 성과평가 결과를 기업이 알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보유 역량은 오로지 기술된 경력사항만을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경력사원 채용에 있어 우수한 역량을 보유했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잠재적 능력이 우수한 사람이 아니라 성과로 이어질 행동을 실제로 해본 사람이다.

기업에서 성과를 창출해 본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성과재현성’때문이다. 성과를 창출한 경험은 과거의 것이지만 그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입사해서 동일하거나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하는 높은 ‘성과재현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여기서의 판단기준이 되는 성과는 오직 스스로 만들어낸 진짜 성과만이 의미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과재현성이 높은 경험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잘 정리된 ‘커리어 포트폴리오’가 있다면 서류전형 단계에서 다른 지원자보다 면접전형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커리어 포트폴리오’에는 직장생활 동안 어떠한 성과를 창출했는지, 그 성과창출 경험을 통해 본인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증명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

개인 스스로도 기업 안에서만 활용되는 형식적인 성과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진짜 성과의 의미를 이해하고 진짜 성과창출 경험을 최대한 많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커리어 포트폴리오’를 1년마다 연초에 작성해 봐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개인 스스로 기업 안에서의 평가와는 달리 자신의 직무에서 경쟁자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역량이 얼마큼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정리하다 보면 자신이 지닌 진짜 성과가 얼마나 되는지 본인이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진정한 성과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고 나만의 ‘커리어 포트폴리오’를 한 번 작성해 보기를 권한다.

이규황 Khlee6042@gmail.com 대기업을 거쳐 지금은 중견기업에서 인사업무를 하고 있다. 외부활동으로 네이버 글로벌HR카페에서 4년째 진행하고 있는 주니어 인사담당자 공부모임 HR인공위성의 공동 운영자이기도 하다. 소셜 멘토링 잇다의 멘토로서 구직자의 멘토로 활동하고 있으며 네이버 인사쟁이 카페에서 HR in 동행이라는 북세미나를 5년째 운영하고 있다. 신입사원 들의 회사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가이드가 될 글을 공유하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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