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럭스토어로 알려진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들이 지난달 초 도마에 올랐던 가습기 살균제 성분 함유 여성청결제를 여전히 판매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정부기관은 사실상 손을 놓고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와 넥스트데일리의 취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대표 H&B 스토어들은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사용된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이 포함된 여성청결제 '썸머스이브'를 현재 온·오프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은 미국 제약사 C.B.Fleet가 출시했으며 국내에서는 그레이스인터내셔날이 수입·유통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워시 ▲티슈 ▲미스트 등 다양한 타입으로 구성돼 있다. 그레이스인터내셔날 측은 썸머스이브가 미국 산부인과와 피부과의 임상테스트를 거쳤으며 안전한 성분으로 제조됐다고 강조해왔다.

사진=`썸머스이브` 브랜드 홈페이지 캡처
사진=`썸머스이브` 브랜드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이 회사의 대표 제품인 워시 제품군에는 CMIT와 MIT가 함유돼 있다. 이 성분은 미국 환경보호청에서조차 유해물질로 지정한 상태이며 국내에서는 수많은 희생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사용됐다. 최근에는 치약과 헤어 에선스 제품에서 이 성분이 검출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오기도 했다.

문제는 CMIT와 MIT 등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워시 제품이 도마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H&B 스토어에서 버젓이 관련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업계 점유율 60%가 넘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뿐만 아니라 GS리테일의 왓슨스, 롯데쇼핑의 롭스, 신세계그룹의 분스 등이 아직도 이 제품을 유통시키고 있다.

특히 올리브영의 경우는 제품 판매를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었다. 온라인숍에는 CMIT와 MIT가 들어있지 않은 '썸머스이브 노멀 스킨 세정 티슈'만을 올려 놓고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여전히 유해 성분이 포함된 제품의 구입이 가능했다. 기자가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직접 방문했던 서울과 수도권의 4군데 매장에서는 워시 제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올리브영 관계자는 "현재 제품의 교체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6일까지 해당 제품을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없는 새 제품으로 교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역시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매장 직원들이 이를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올리브영 매장 관계자는 "제품 교체나 이 제품에 대한 향후 조치에 대한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가운데)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썸머스이브'
(가운데)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썸머스이브'

국내 H&B 스토어들은 유해성분이 함유돼 있는 사실을 알고도 그동안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게다가 올리브영을 비롯해 롭스 등은 논란 후 한 달이 지난 지금에서야 제품을 교체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 또한 거짓말로 드러났다. 제품을 수입하는 그레이스인터내셔날이 21일 현재 교체 예정인 새 제품을 국내에 들여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드럭스토어 업체들은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한 달이 넘도록 방치하고 고객들의 건강을 담보로 돈벌이에 전념한 것이다.

또 이들 업체들은 해당 워시 제품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전 세계 45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미국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고객들에게 알리고 있었다. 온라인에서도 주요 성분만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며 '자연에서 얻은 옥수수녹말과 코코넛오일에서 추출된 자연분해성 활성제 등를 사용해 피부나 점막에 자극이 적다'는 문구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유해 화장품의 관리 감독을 담당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씻어내는 제품에 대해서는 CMIT와 MIT의 함유를 허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성청결제의 특성상 피부에 잔존할 우려가 커 이런 예외 조항은 유명무실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한 관련 업계 관계자는 "치약 등 문제가 됐던 제품들은 해당 업체가 제품을 회수하거나 후속조치가 신속히 이뤄졌다. 하지만 썸머스이브만은 여전히 판매되는 상황이라 소비자들의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H&B 스토어들은 자신들의 배만 불리기 위해 제품 판매를 이어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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