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썸머스이브' 브랜드 홈페이지 캡처
사진='썸머스이브' 브랜드 홈페이지 캡처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을 비롯해 GS리테일의 왓슨스, 롯데쇼핑의 롭스, 신세계그룹의 분스 등 국내 드록스토어 업체들이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 함유 여성청결제를 판매(본보 10월 21일자 ‘돈벌이에 눈먼 드럭스토어…가습기 살균제 성분 함유 여성청결제 버젓이 판매’)해 지탄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당 제품인 '썸머스이브'를 수입해 판매하는 그레이스인터내셔날의 소비자 기만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썸머스이브는 미국 제약사 C.B.Fleet가 개발한 여성청결제로 국내에서는 그레이스인터내셔날이 제품을 수입·유통하고 있다. 또 ▲워시 ▲티슈 ▲미스트 등으로 제품군이 형성돼 있다.

그레이스인터내셔날 측은 148년 전통의 제약사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44년간 많은 여성들에게 사랑받아온 만큼 썸머스이브를 믿을 수 있는 브랜드라고 소개하고 있다.

또 전 세계 45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자연에서 얻은 옥수수녹말과 코코넛오일에서 추출된 자연부해성 활성제 등을 사용해 피부나 점막에 자극이 적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썸머스이브의 베스트셀러인 워시 제품군에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이 함유돼 있다. 이 성분은 미국 환경보호청에서 유해물질로 지정한 성분으로 국내에서는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되면서 수많은 희생자를 낸 바 있다.

지난달 초에는 썸머스이브에 이런 성분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대중에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지난 4월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CMIT와 MIT가 유해성분으로 분류됐지만 이 업체는 그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이 특히 문제가 됐다.

더 큰 문제는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난 현재도 해당 제품을 버젓이 유통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레이스인터내셔날은 여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판매 영역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드럭스토어에서의 온·오프라인 판매는 변함이 없으며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등에서도 제품 구매가 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3월 롯데 빅마켓에 입점한 점을 감안하면 거의 대부분의 유통채널로 판매 영역이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한 홈쇼핑 방송에서 판매됐다. 지난 16일 현대홈쇼핑은 썸머스이브 제품군 중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함유된 '페미닌 워시 노멀 스킨'과 '페미닌 클렌징 와입스'를 판매하고 무료 체험의 기회를 제공했다.

즉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논란이 커졌지만 그레이스인터내셔날은 그동안 썸머스이브를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으로 포장해 수익을 창출해왔다. 최근 치약에서 동일 성분이 검출되자 제품을 바로 회수한 업체들과 상반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의료계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 외에도 썸머스이브의 안전성을 지적했다. 그레이스인터내셔날은 이 제품이 미국 산부인과와 피부과의 임상테스트를 거쳤으며 안전한 성분으로 제조됐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해 마케팅을 벌여 왔다.

그러나 이 임상테스트는 2005년 시행됐다. 당시에는 안전성을 검증받았지만 10년 이상 시간이 지나 해당 제품의 안전성과 효과를 맹목적으로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임상테스트를 거쳤다고 하지만 꽤 오랜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안전성과 효과를 다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들어간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어 보건당국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그레이스인터내셔날은 현재 문제가 된 제품의 교체를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레이스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미국 본사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빠진 제품을 보내왔다. 오는 26일부터 제품의 교체를 단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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