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라인,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B2C 사업을 한다는 것이다. B2C 사업으로 성공하게 되면 이들과 같이 화려한 성공을 맛볼 수 있다. 자신이 만든 브랜드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것만큼 짜릿하고 기분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도 이런 환상을 가지고 처음부터 B2C 사업을 계획한다. 하지만 B2C는 막대한 자본과 감각적인 마케팅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벤처캐피탈로부터 거대 자본을 투자 받아 진행할 수도 있고, 홍보비용 없이 기발한 바이럴 마케팅으로 성공한 스타트업도 있지만 이 역시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B2B 비즈니스는 B2C보다 접근하기도 쉬운데다 성공 확률도 10배 이상 높다. 그 이유는 첫째, 시장 분석과 예측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외식 주문중개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을 때, 피자 프랜차이즈 본사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어땠을까? 자본도 인력도 없는 상황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시장 조사를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피자 프랜차이즈 본사를 대상으로 했기에 당시 존재했던 10개의 회사들만 돌아다니면 됐다. B2C 사업이었다면 적어도 1,000만 명에 대해 모집단을 만들어서 조사를 해야 했을 텐데, B2B였기 때문에 훨씬 수월하게 시장 조사를 끝마칠 수 있었다.

또한 B2B 비즈니스를 하게 되면 제품을 예측적으로 개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시장 조사 자체가 ‘사업 제안’이 되기 때문이다. B2B는 고객사의 경영자나 임원진과의 미팅을 통해 그들의 문제를 듣고, 해결방안을 제안하는 형태로 이야기가 오고 간다. 그때 자신의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계약으로 이어지고 개발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B2C는 시장 조사를 통해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고 해도 그것이 계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개개인들과 계약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B2B 비즈니스는 사업적으로 굉장히 안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리스크도 훨씬 적은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B2B가 B2C보다 성공 확률이 높은 세 번째 이유는 거래 단위에 있다. 스타트업이 자금 조달과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시기를 이른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 불리는데, 많은 스타트업들이 아이디어를 사업화 하는 과정에서 이 시기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 계곡을 빨리 벗어날 수 있는 방법 또한 B2B에 있다. 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하면 한 번의 계약으로도 큰 매출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A라는 기업과 계약을 맺은 뒤, 내가 만든 제품이 그 기업의 직원들에게 하나씩 지급하게 된다고 가정해보자. 한 명 한 명에게 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 그에 반해 B2C 사업은 마케팅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리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큰 매출을 발생시키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B2B를 거쳐 B2C로 확장해나가는 전략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스타트업으로는 종이 문서를 디지털로 변환해주는 ‘악어스캔’이라는 곳을 주목해볼 만하다.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개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B2B 시장을 공략해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쌓는 것을 1차 목표로 두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공략한 시장이 의료 시장이었다. 오래된 병원에 가면 책장 여기저기에 종이 차트들이 빼곡하게 끼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악어스캔 창업자는 이것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싶어 하는 병원 측의 니즈를 발견했고, 그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개인들보다는 훨씬 더 방대한 양의 문서를 취급하고 있었기 때문에 단번에 큰 매출을 일으킬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개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어떻게 홍보를 하고, 판로를 개척해야 했을까? 악어스캔 창업자는 그런 막막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B2B 시장을 선택했고, 그 중에서도 시장을 한 번 더 좁혀 ‘의료 시장’에 집중했다. 여기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금융권, 개별 기업 등으로 거래처를 차근차근 늘려나가고 있다.

만약 자신이 만든 제품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팔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혹은 이미 시장에 내놓았는데 잘 팔리지 않고 있다면 무리하게 돈을 써가며 마케팅을 펼치기보다 B2B 비즈니스로의 전환을 고려해보자. 가장 좋은 사업의 틀은 앞서 살펴보았듯 B2B 시장을 독점해서 절대적인 경쟁우위를 만든 다음, 거기서 쌓은 노하우와 자본으로 B2C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다.

전화성 glory@cntt.co.kr 씨엔티테크의 창업자, CEO이자 현재 KBS 도전 K 스타트업 2016의 심사위원 멘토이며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KAIST 학내벤처 1호로 2000년 창업하였고, 전산학의 인공지능을 전공하였다. 14년간 이끌어온 씨엔티테크는 푸드테크 플랫폼 독보적 1위로 연 1조 규모의 외식주문 중개 거래량에 9년 연속 흑자행진중이다. 경제학을 독학하여 매일경제 TV에서 앵커로도 활동했고, 5개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푸드테크, 인공지능, 컨텐츠 생산, 코딩교육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한 엑셀러레이팅을 주도하고 있으며, 청년기업가상 국무총리상, ICT 혁신 대통령 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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